“정정당당한 즐거운 야구… 그게 kt의 야구”
김 감독은 두산 베어스의 전신인 OB 베어스 시절 당대 최고의 투수인 선동열(당시 해태 타이거즈)과 맞붙어 세 차례의 완투 대결서 2승 1무로 우위를 보인 스타 선수였다. 그는 1992년 현역 은퇴 후 분당중앙고와 구리 인창고 감독으로 지도자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2006년부터는 친정 팀인 두산 베어스 코치를 맡아 활동하다가 2012년 감독으로 승격 돼 2년 만에 팀을 한국시리즈 준우승으로 이끌며 지도력을 인정 받았다. 이후 방송 해설가로 변신했다가 ‘막내’ kt wiz의 지휘봉을 잡은 김진욱 감독을 지난 16일 오후 수원 케이티 위즈 파크에서 만났다.
잘 생긴 외모에 연륜이 묻어나는 은빛 헤어스타일, 거기에 그윽한 커피향과 어우러져 이 늦은 가을 여심(女心)을 자극할 ‘꽃중년’의 멋스러움이 풍겨져 나왔다. 김 감독으로부터 야구 철학과 kt 새 사령탑으로서의 각오, 최근 불거진 그를 둘러싼 루머 등에 관해 들어봤다.
Q kt wiz의 감독으로 취임한지 한 달이 지났다. 선수들과 어떻게 소통하고 있나.
A 선수들과 상견례를 할 때 어떻게 소통할까 고민했다. 첫 만남 후 선수들에게 모바일 메신저에 나를 등록 하라고 했다. 등록을 안 할 경우 ‘감독을 별로 마음에 안든다’라고 생각하겠다는 농담과 함께 말이다. 처음 시도해 봤는데 너무 효과가 좋다. 대부분이 첫 메시지로 ‘열심히 하겠습니다.’ ‘몇 번 누구입니다’라는 어색한 단문을 보냈다. 나도 답장했다. ‘72번 김진욱입니다’라고.
그럼 왠지 답장을 해야할 것 같은 선수는 이어서 메시지를 보낸다. 이런식으로 3~4번의 대화가 오가다 보면 선수들이 처음 보다는 덜 어색하고 편하게 대화를 이어간다. 이후 운동장에서 마주하는 선수들의 눈빛 자체가 많이 달라졌다. 모바일 메신저를 통해 선수들에게 빨리 다가 갈 수 있었다. 이것이 곧 소통의 시작이고, 선수들과 나, 코칭 스태프가 관계를 유지해 나간다면 좋은 결과를 얻을 것이다.
Q 방송 해설가로 지난 2년 동안 kt를 지켜본 느낌은.
A 해설가는 특정팀에 치우치지 않고 객관적으로 팀들을 볼 수 있다. 2년 동안 10개 팀 모두 공정하게 팀의 장점과 약점을 평가해 해설했다. 하지만 속으로는 kt에게 마음이 더 갔다. 힘들게 창단한 막내 구단이었기 때문에 관심이 더 갈수 밖에 없었다. 신생팀이 가지는 약점은 첫 시즌 시작과 동시에 거의 다 드러난다. 그런 부분을 얼마나 빨리 메워 좋은 팀의 기틀을 만들어갈 수 있는냐에 대해 주의 깊게 봐왔다.
해설을 하며 느낀 점은 전체적으로 팀 분위기가 무거웠다는 것이다. 경기중 선수들 움직임도 무거워보였다. kt 감독으로 취임하는 순간 이 팀을 어떻게 신생팀 답게 밝게 만들까 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 중계를 하면서 감독이 작전을 잘해서 이기는 것 보다 팀 분위기에 의해 승부가 좌우되는 경기가 많다는 것을 직접 보고 느꼈다. kt의 무거웠던 느낌을 어떻게 밝게 만들고, 선수들이 운동장에서 얼마나 좋은 컨디션으로 즐겁게 야구를 즐기는 팀으로 만드느냐가 최우선 과제라고 생각한다.
Q 구단이 인성·육성·근성을 강조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어느 점을 더 강조하고 싶은가.
A 인성이 가장 중요하다. 인성이 돼야 나머지 근성도 생기고, 팀도 육성을 할 수 있다. 오랜시간 운동을 해오며, 성향이 선수의 성공을 좌우한다고 체득했다. 아마추어 때 좋은 하드웨어를 바탕으로 상위 지명을 받아 프로에 입단한 선수들이 성공하는 케이스보다 성향이 좋은 선수가 성공하는 케이스를 더 많이 봤다.
성향의 기본은 인성이다. 인성이 되면 좋은 성향이 만들어진다. 좋은 마음을 가져야 좋은 야구를 한다. 힘들 때도 그런 마음이 있어야 이겨내는데 그런 마음이 없다면 이겨내지 못한다. 새로 영입하는 코치진도 인성이 훌륭하고 열정이 있는 분들을 뽑았다.
Q 취임 후 수원과 익산 두 곳으로 이원화해 시즌 마무리 훈련을 하고 있다. 어떤 점에 중점을 두고 훈련하고 있나.
A kt를 제외한 9개 팀들은 해외에서 마무리 훈련을 하고 있다. 그 팀들이 해외에서 마무리 훈련을 하는 것은 지금 당장의 기량 향상을 위함이다. 다음 시즌 주전급으로 도약해야 하는 선수 위주로 집중할 수 있는 공간에서 집중적인 기술 훈련을 펼치는 기간이다. 케이티 위즈 파크는 선수들이 한 시즌을 뛰었던 공간이다.
지겹도록 오랜 시간 한 시즌을 보낸 공간에서 ‘집중해라’, ‘열심히 하라’고 주문하면 큰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다. 그래서 이원화해 훈련하고 있다. 타 팀들이 해외에서 훈련을 쌓고 있는 것은 35년이라는 시간동안 시행착오를 겪으며 효율적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kt는 아직 준비가 안된 만큼 올 시즌 마무리훈련은 선수들과의 소통에 중점을 둘 생각이다.
A 가장 시급한 부분은 선발 투수고, 그 다음 1ㆍ3루수 중 수비와 공격 능력을 두루 갖춘 선수를 영입했으면 한다. 구단에는 선발 투수, 1ㆍ3루 중 어느 선수를 뽑더라도 상관 없다고 말했다.
FA시장은 여러 상황이 있기 때문에 돈으로만 원하는 선수를 영입할 수 없다. FA시장 상황과 구단의 금전적 상황을 모두 감안해 가장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선수를 선택해야 한다. 대신 FA보다는 외국인 투수 영입에 더 많은 비중을 두라고 구단에 부탁했다.
Q 최근 2선발 급인 외국인 투수 돈 로치를 영입했고, 연간 180이닝 이상을 던질 수 있는 1선발 급 투수를 물색 중으로 알고 있다.
A 돈 로치는 2선발로 보고 계약했다. 1선발 급 선수를 모색중이지만 미국 메이저리그는 여러 가지 옵션이 있기 때문에 빨라도 12월 중순을 넘어야 선수 영입이 이뤄질 것이라 본다. 언제 뽑느냐는 중요치 않다. 스프링캠프에 합류할 수만 있으면 상관없다.
그만큼 구단에서 신중하게 많은 이닝을 던져 줄 수 있는 좋은 선수를 잡아주길 바란다. 선수 유형에 대해서는 크게 개의치 않는다. 다만 돈 로치가 큰 신장이나 위력을 가진 선수는 아니기 때문에 1선발은 다른 유형의 선수가 오길 바라고 있다.
Q 일상 생활에 대한 질문을 드리겠다. 두산 감독 시절엔 ‘커피감독’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는데 믹스커피를 유독 즐기는 이유가 있나. 또 야구 감독을 하다보면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것 같은데 음주와 흡연량은.
A 믹스커피는 그냥 먹기 편하고 달달한 맛이 좋아서다. 믹스커피가 없으면 원두커피도 마시지만 즐겨찾지 않는것 뿐이다. 담배는 한 갑 정도 피우고, 술은 체질에 맞지 않아 아예 못 마신다. 두산 감독을 맡기 전에 신체검사를 했는데 신체 장기가 나이에 비해 정말 좋다는 얘기를 들었다.
하지만 감독 생활을 2년한 뒤에는 당뇨와 비정상적인 간 수치 등 평소 들어보지도 못한 질병이 생겼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것 같다. kt 감독으로 오면서도 주위에서 스트레스에 대한 걱정을 많이했다. kt는 신생팀이고 아직 부족한게 많은 팀이다. 그러나 희망이 더 많은 팀이기 때문에 큰 스트레스는 없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Q 최근 최순실 게이트에 부인께서 연루됐다는 소문이 많은데 이에 대한 진실은.
A 처음에는 보도를 접하고 정말 황당했다. 집사람하고 연관됐다는 얘기를 듣고, 집에가서 크게 나무랬다. 아내는 사업하는 사람이 아니다. 아내가 골프 모임을 하고 있지만 모임에는 그쪽(최순실씨)과 연결되는 멤버도 없고 어느 구석 다 연결해봐도 연결되는 부분이 없었다.
답답한 마음에 구단에 와서 ‘왜 나를 뽑았나’, ‘누가 나를 뽑았나’, ‘나도 모르는 압력이 있었나’고 물었다. 내 주위에는 그쪽과 연관된 인맥이 전혀 없다. 말 그대로 유언비어다. 나는 어른이기 때문에 그 순간 기분 나쁠 수는 있지만 사실이 아니면 넘어갈 수 있다. 그러나 우리 선수들은 대다수 어리고 한창 예민할 때다. 잘못된 언론 보도 하나에 상처를 많이 받는다. 언론에서 선수들한테는 신중한 보도를 해줬으면 좋겠다.
Q 앞으로 kt에서 어떤 야구를 펼칠 생각인가.
A 코칭스태프라고 해서 지시하는 것이 아니라 선수들과 같은 곳을 바라볼 수 있는 팀을 만들 계획이다. 항상 정정당당하고 선수들이 즐겁게 야구를 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 줄 것이다. 승패를 인정하고, 경기장을 찾아준 팬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가져야 한다. 이런 것들이 만들어 졌을 때 그게 kt의 야구가 되는 것이다.
어느 누가 생각해도 미국의 뉴욕 양키즈, 일본의 요미우리 자이언츠 같은 명문팀이라는 이미지를 구축하고 싶다. 팬들에게 받은 사랑을 야구로서 되돌려 주고 싶다. 프로구단인 만큼 마지막은 성적이지만 좋은 야구로, ‘야구 참 즐겁게 한다’는 소리를 듣고 싶다. 커피를 내릴 때 향이 참 좋지 않나. 그런 향내가 나는 야구가 뭔지 답을 찾고 싶다.
대담=황선학 체육부장 / 정리=홍완식기자
사진=전형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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