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에게 어떤 힘이 있기에 이토록 국정을 흐려놓고 있는 것일까? 법륜스님은 최근에 행한 ‘즉문즉설’에서 최순실이 대구-경북의 콘크리트 같은 여당(박근혜 대통령) 지지율을 깨뜨려 버린 걸 보면 대단한 힘이 있다고 하여 사람들을 웃겼다고 한다. 웃픈 패러독스다.
세종시 정부청사-2만명 가까운 공무원들이 모여 살고 있어 일명 ‘공무원 왕국’이라고 일컫는 이곳이 어둡다면 국가를 위해서도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 어둠의 시발점은 지난 여름 공무원들이 세종시 거주를 위한 아파트분양권을 불법 전매한 사건을 검찰이 수사하면서 시작되었다. 항간에는 지난 총선거에서 압도적으로 야당 후보에게 투표한데 대한 보복이라는 말도 나왔지만 결과적으로 55명의 공무원이 기소되었다.
물론 이것은 우리 공직자들의 도덕적 해이를 보여줬다는 데서 비난받아 마땅하다는 여론이었다. 왜냐하면 정부에서 베푼 혜택을 웃돈 수천만원을 받고 전매를 한 후 본인은 서울에서 출퇴근하는 것이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1급 상당의 고위직도 다수 포함되어 있어 국가차원의 거대한 투기장이 됐다는 충격을 주었다. 이 때문에 검찰청을 드나들며 조사를 받던 공무원들은 너나없이 몸조심을 할 수밖에 없었고 ‘공무원 왕국’ 세종시의 분위기는 싸늘했다.
그런 때에 ‘최순실 게이트’가 터졌다. ‘대통령 주변에서는 이런 엄청난 비리가 횡행하는데….’ 투기 혐의로 조사받아야 하는 공무원은 그들 나름대로 그리고 어려움을 참고 열심히 일하는 공무원 또한 허탈해했다. 특히 ‘최순실 게이트’의 초점과 관련된 업무가 모두 세종 청사와 연관이 되어 있기에 그 허탈함과 분노는 어느 곳과도 비교할 수 없을 것이다.
미르재단이나 K스포츠의 설립과정이 초특급으로 이루어진 곳도 이곳 문화체육관광부. 미르재단은 지난 10월 26일 문화체육관광부 김모 주부관이 퇴근시간인 오후 5시 전경련으로부터 법인설립 신청서를 받고 그날 저녁 8시 7분 서류 등록, 담당 과장은 20분만인 오후 8시 27분에 결재를 진행했고, 담당 국장은 다음날 오전 9시 36분 모든 등록 절차를 끝냈다. 국가비상사태도 아닌데 이런 초특급 특혜가 이루어졌으니 공무원들이 느껴야 했던 속마음은 어떠했을까?
최순실의 딸 정유라의 이화여자대학 특례입학을 다루는 곳도 이곳 교육부. 최순실이 마구 흐트러뜨린 경제를 뒤치다꺼리 해야 하는 곳도 이곳의 경제부처. 돈 뜯기고, 죄인 취급당하고, 수사기관 불려 다니고…. 이런 기업인들의 분노와 허탈감을 쓸어 담고 다시 동력을 불어넣어 줘야 할 경제부처이지만 이들 역시 사기를 잃고 있지 않는가?
최순실의 능력(?)은 우리 경제에 직격탄을 날렸다. 단적인 예로 최순실이 방위산업에까지 손을 댔다는 뉴스에 삼성물산, 포스코 등 방산업체의 주식을 흔들어 놓았는데 이로 인해 국민연금 같은 경우 지난주 2조원의 낙폭을 보였다. 당분간 증시의 상승세를 가져올 동력은 없다는 전망이고 보면 정말 우리 경제가 걱정이다.
이렇게 초겨울 날씨처럼 스산한 세종시를 더욱 외로운 섬처럼 만드는 것은 이곳의 분위기를 다잡을 주인이 없다는 것. 혼란이 커질수록 높은 사람들은 서울에 있어 국무총리, 부총리, 주요장관들의 얼굴은 보기 힘든 것이다.
총리 자체가 공중에 떠있는 상태-이래서 ‘최순실 게이트’는 세종시의 ‘공무원 왕국’의 열기를 싸늘하게 만들었다. 하루빨리 이곳에 열기를 불어넣는 것-이것이 국정 정상화의 첫 과제다.
변평섭 前 세종시 정무부시장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