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공소장에 등장할 경우
‘대통령 공범·퇴임 후 처벌’
탄핵 등 상상 못할 처지 몰릴 것
그런데 확정된 게 없다. 미르ㆍK 재단 설립은 ‘국가 경제와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될 것이라 추진된 일’이라고 했다. 세월호 7시간은 ‘굿을 한 사실도, 미용시술을 한 사실도 없다’고 했다. 최순실 게이트에 대해서는 ‘어려울 때 도와준 이에 대한 과도한 믿음 때문’이라고 했다. 100만 촛불에 대해서는 ‘겸허히 받아들이겠다’고만 했다. 박근혜 대통령에게 직접 들었거나 전해 들은 답(答)이다. 부인(否認) 또는 침묵(沈默)이다.
대통령 하야는 중(重)한 일이다. 다수가 고개를 끄덕일 근거가 필요하다. ‘나라를 위한 일’, ‘전혀 사실무근’, ‘믿었던 사람의 일탈’…. 이런 해명들을 그대로 두고 밀어붙여선 안 된다. 숨죽인 폐족(廢族)에게 궤변의 틈을 줄 수 있다. 확인도 없이 현직 대통령을 쫓아냈다는 원성을 살 수 있다. 정치가 만들어낸 여론 재판의 희생양이었다는 역사 기록을 남길 수 있다. 우리 정치사에서 숱하게 봐왔던 시간과 여론의 역(逆)이다.
그래서 한 곳만 응시하려고 한다. 검찰이 낼 공소장(公訴狀)이다. 공소장은 국가기관인 검찰이 만든 범죄 증명서다. 수사를 통해 거르고 걸러낸 결과물이다. 언론의 폭로, 정치인의 공세, 여론의 판단과는 차원이 다르다. 법률도 그런 공소장에 신뢰를 부여한다. 피의사실 공표의 기준을 공소장으로 삼는다. 공소장 이전의 공개는 불법, 공소장 이후의 공개는 합법으로 해놨다. 현실적이든 법적이든 공소장의 의미가 이렇게 크다.
이 공소장에 ‘공모하여’가 나올런지도 모른다. 19일께 완성될 최순실 공소장에 등장할 수 있다. ‘피고인 최순실이 사건 외 박근혜와 공모하여…’라는 문구다. 재임 중 대통령은 형사 소추를 받지 않는다. 피고인이 되지 않는다. 수사기록엔 참고인 신분, 공소장엔 사건 외(外) 신분이다. 그래서 ‘공모하여’라는 문구의 의미가 크다. 대통령을 사건의 공범으로 삼는다는 확정적 문구다. 퇴임 후 법정에 서라는 형사처벌 예고문이다.
안종범 공소장도 비슷할 때 만들어진다. 미르ㆍK 재단 모금은 안 전 수석이 주도했다. ‘대통령 뜻으로 알고 했다’고 진술했다 한다. ‘모금이 지연되자 대통령이 크게 역정을 냈다’는 얘기도 나온다. 여기서 주목할 문구도 ‘공모하여’다. ‘피고인 안종범이 사건 외 박근혜와 공모하여…’란 문구가 있는지 주목할 일이다. 박 대통령을 사실상 강제모금의 주범으로 삼는 표현이다. 이 역시 퇴임 후 형사처벌을 예약해두는 문구다.
‘공모하여’가 정치권에 던질 충격도 크다. 헌법 65조가 규정한 탄핵 조건으로 해석될 것이다. ‘대통령이 헌법이나 법률에 어긋나는 행위를 하면 탄핵할 수 있다’는 조문이다. 정치가 역풍(逆風)의 부담을 덜고 탄핵으로 내달릴 게 틀림없다. 새누리당이 지켜줄 리도 없다. ‘29표’의 배신이 필요하다지만 대통령을 떠난 의원이 이미 그보다 많다. 여기에 새롭게 실망하며 떨어져 나갈 표도 짐작이 간다. ‘공모하여’가 던질 충격이다.
대통령의 의혹을 대통령의 범죄로 확정하게 될 문구. 대통령 지지 5%를 대통령 지지 0%로 추락시킬 문구. 대통령의 2선 후퇴를 대통령의 하야로 바꾸어 놓을 문구. ‘사건 외 박근혜와 공모하여…’라는 문구도 이제 그 운명의 시간을 줄여가고 있다. 검찰이 최순실 피고인의 공소장을 끝내야 할 19일까지가 작성시한이다.
김종구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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