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국민은 왜 이렇게 아베 총리를 지지하고 있는 것일까? 일본 유수의 증권사 최고위직을 지낸 후 유럽지역에 근무했던 한 일본대사는 일국민의 아베 총리 지지 배경에는 ‘일본이 지금 때를 놓치면 더 이상 경제의 재기는 영원히 불가능할 것이라는 절박한 위기 의식을 일국민들이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하였다.
지난 ‘잃어버린 20년’에 대한 좌절감과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한 불안감이 일본사회의 저변에 흐르고 있는 가운데, 아베총리와 자민당은 아베노믹스를 통한 경제부활과 과거의 일본 위상 회복을 천명하면서 이에 대한 일국민의 지지를 배경으로 일본을 보수우경화로 이끌어 가는 것으로 평가된다.
아베 총리는 임기가 연장되면 정치적 소신인 ‘평화헌법’의 개정을 완수할 시간적 여유를 갖게 된다. 아베 총리가 추진하는 개헌방향이 ‘국가 비상시 국민의 국가 순종의무’ 등 국민의무 6개조 신설 및 일왕(日王)을 현재의 상징적 지위에서 국가원수화 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아베 총리의 구상대로 개헌이 되면 새 헌법은 1890년 ‘이토 히로부미’가 주역이 되어 반포된 ‘일본제국헌법’이 일왕을 막부 시대의 명목적 지위에서 국가원수로 복원시킨 것과 취지가 유사하게 보여 과거사가 상기된다.
일본제국헌법에서 명문화된 일왕의 국가 최고통수권자로서의 권위는 메이지 정부가 추진한 근대화노선 대열에 국민들을 결집시켜 일본 근대화 성취에는 기여하였다고 보나, 이후의 군국주의 체제는 일왕의 현인신(現人神)적 절대권위를 내세워 일국민을 대외적 침략전쟁으로 끌고 가는 노선의 정당성 확보에 활용한 문제점이 있다.
이러한 역사적 맥락에 비추어, 아베 총리의 개헌 배경에는 자신의 보수우경화 정책에 대한 폭넓은 국민적 통합과 지지를 도모키 위해 일왕의 국가원수적 권위를 활용하기 위한 의도가 있지 않는가 추론된다. 아베 총리의 평화헌법 개정에 대해 일국민의 부정적 여론은 여전히 매우 높은 편이기 때문이다.
아베 총리는 메이지 유신의 정신적 지도자인 ‘요시다 쇼인’을 흠모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메이지 유신 시대는 일국민들에게 희망과 열정과 영광의 시대로서 향수(鄕愁)의 대상이다. 메이지 유신의 시대정신이 ‘잃어버린 20년’을 극복코자 하는 일국민들의 노력에 영감의 원천이 될 수 있다.
우려스러운 것은 메이지 유신은 정한론(征韓論)에 이어 대동아공영(大東亞共榮)을 명분으로 한 침략전쟁으로 귀결되는 불행한 근세사를 보였음을 감안할 때, 아베 총리가 대외정책에서 메이지 시대정신을 현재에 보편타당성 있게 담아낼 수 있을지가 중요한데 미지수로 보이는 점이다.
역사인식에서 보편적 성찰이 요망되는 보수우경세력 하의 일본과의 협력관계를 우리가 현명하게 이끌기 위해서는 적지 않은 지혜와 인내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신길수 前 주그리스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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