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유엔 사무총장 선출과정과 원더우먼

필자가 시카고에서 총영사를 하고 있던 2014년 12월 초. 국제항공기구(ICAO) 총회 참석차 시카고를 방문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께 인사드릴 기회가 있었다.

반 사무총장이 한국인이라는 것을 미국 주류인사를 만날 때마다 자랑스럽게 이야기했던 기억이 있는데 이제 신임 유엔사무총장과 업무인계인수를 시작한다.

 

2006년 1월1일 취임한 반기문 제8대 유엔사무총장은 금년 12월31일로 임기를 마치게 된다. 2017년 1월1일부터 임기를 개시하는 제9대 유엔사무총장 선출과 관련해서 유엔은 지난 7월 말부터 선정 절차를 진행해 왔다.

 

유엔 헌장 97조는 ‘유엔 사무총장은 안전보장이사회의 추천으로 총회에서 선출된다’ 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에 따라 유엔 사무총장은 안보리 추천과 총회 결정 절차를 거쳐 최종 선출된다.

 

안보리의 유엔 사무총장 후보 추천은 5개 상임이사국(미국,영국,프랑스,중국,러시아)의 거부권행사의 대상이다. 종종 유력한 후보가 5개 상임이사국 중 일부가 거부권을 행사해 탈락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대신 5개 상임이사국들은 유엔 내 권력 집중을 방지하기 위해 유엔 사무총장 후보를 낼 수 없게 돼 있다.

 

또한 유엔 총회는 1997년 결의 51241을 통해 유엔 사무총장을 선출하는 데 있어 지역순환과 양성평등을 적절히 고려토록 하고 있다.

 

지금까지 유엔 사무총장은 서유럽 3명(트뤼그베 리, 다그 함마슐트, 쿠르트 발트하임), 아시아 2명(우 탄드, 반기문), 아프리카 2명(부트로스 부트로스 갈리, 코피 아난), 라틴아메리카 1명(하비에르 페레스 데 케야르) 등이며 여성이 사무총장으로 임명된 적은 없었다.

 

지금까지 동구권출신 특히 여성후보가 당선된 적이 없었다는 점을 감안해 금번 유엔 사무총장 후보로 여성후보가 7명이나 입후보했다.

 

여성 후보 선출에 대한 기대가 상당히 높았지만 궁극적으로는 국제무대에서 강대국 정치의 현실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으로 마감했다. 

10월5일 실시된 안보리 투표에서 안토니오 구테흐스(전 포르투갈 총리)를 제외한 나머지 9명의 후보들(13명 중 3명은 중도에 사퇴)은 5개 상임이사국으로부터 거부권을 받았고, 1995~2002년간 포르투갈 총리로 역임한 이후 2005~2015년간 유엔난민기구 대표를 역임하면서 난민전문가로 활동한 구테흐스 후보가 선출됐다.

 

금번 유엔 사무총장 선거에서 여러 국가들이 양성평등을 주창하는 유엔이 모범을 보여야 한다면서 여성후보를 사무총장으로 선출하자는 여론을 표명했으나 결과는 5개 상임이사국의 이해관계에 따라 국제적인 관심과 여론을 도외시하는 모양으로 나타났다. 이에 머쓱해진 유엔은 쿠테흐스 전 포르투갈 총리가 유엔 사무총장으로 확정되자 곧바로 ‘원더우먼’을 여성권한 강화를 위한 명예홍보대사로 임명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2017년 1월1일부터 5년 임기를 시작하는 신임 유엔 사무총장이 유엔 헌장 1조에 나와 있듯이 세계의 평화와 안보를 유지하고, 국가 간의 우호관계를 증진하고, 국제문제를 해결하는 국제협력을 달성하는 역할을 하는 것뿐만 아니라 원더우먼과 함께 여성권한 강화에도 기여하길 기대해 본다.

 

김상일 경기도 국제관계대사·前 주시카고 총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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