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었던 앨런 그린스펀의 경우에도 5세부터 아버지로부터 주식과 채권의 개념을 배우며 금융감각을 키웠다고 전해진다.
뿐만 아니라 폴 볼커, 벤 버냉키, 자넷 옐런 등 상당수의 FRB 의장이 유대인이라는 사실은 유대인의 조기 금융교육이 상당한 효과를 거두었음을 짐작하게 한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경우는 어떠한가. 우리에게 돈에 대한 철학이 담긴 고전이 있었는지, 성인이 되기까지 금융에 대한 개념을 정립할 만한 교육을 받은 적이 있는지를 생각해보면 떠올리기 쉽지 않다.
성인이 되고 나서도 우리가 금융을 대하는 모습을 생각해보면 보험상품에 가입해달라는 지인의 부탁에 필요하지 않은 보험에 가입하고, 펀드투자가 수익률이 높다는 이야기에 솔깃해 고위험 펀드에 투자하며, 은행으로부터 상환능력 이상의 아파트담보대출을 받는 일들이 낯설지 않다.
또한, 2003년의 카드사태, 2013년 동양사태 등 근래의 금융참사는 우리의 금융산업의 현실을 보여주는 부끄러운 사례로 남아있다.
이제부터라도 우리의 미래세대에게 작금의 금융현실을 대물림하지 않기 위해서는 청소년 금융교육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이러한 현실을 반영, 금감원은 지난해 7월부터 전국의 금융회사와 학교를 연결하는 1사 1교 금융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시행 1년 여 만에 전국 초·중·고의 45%가 프로그램을 신청하는 등 교육현장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교육방식도 전통적인 강의방식을 벗어나 게임을 활용한 금융교육, 뮤지컬과 접목한 금융교육 등으로 차츰 발전해 나가고 있다.
한 발자국 더 나아가 청소년들을 생생한 금융현장에 초대해 보는 것은 어떨까?
교실에서만 머무르는 금융교육이 아니라 은행지점에서는 어떤 업무를 하는지, 보험회사는 왜 존재하며, 증권사의 치열한 하루는 어떤지 직접 경험해 보도록 하자는 것이다.
최근 은행·보험·증권·카드사로 구성된 인천지역 금융기관협의회는 청소년에게 양질의 금융현장 체험처를 제공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에 따라 금융감독원 인천지원은 다음 달부터 인천시청, 인천교육청과 손잡고 현장체험의 수혜자인 인천의 청소년과 자율적으로 참여의사를 밝힌 30여 개 금융회사 간의 연결고리가 되어 금융현장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할 예정이다.
분야는 다르지만 ‘IT의 황제’ 빌 게이츠도 10대 때부터 집집마다 놓여 있는 PC에 자신이 만든 소프트웨어를 설치해 넣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꿈을 키웠다고 하니, 우리의 청소년들도 금융현장 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미래에 대한 큰 포부를 갖게 되는 시발점이 되길 바라며, 20~30여 년 후에는 인천지역에서 세계적인 금융리더가 배출되었다는 뿌듯한 소식도 들려오길 기대해 본다.
황인하 금융감독원 인천지원장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