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교통공사의 조작극이 개탄스럽다. 교통공사 간부들이 지난 8월 발생한 인천도시철도 2호선 탈선사고를 모의훈련으로 조작한 사건은 시민을 기만하고 우롱한 사기극이다. 시민 안전은 팽개치고, 자신들의 잘못을 은폐하기 위해 벌인 조작극은 공직자로서의 기본적 자질을 의심케 한다. 책임자들의 조직적인 조작극이 교통공사의 신뢰를 추락시켜 7월 30일 개통 이후 안전성 논란이 끊이지 않는 2호선의 안전 불안을 더욱 키우고 있다.
지난 8월 7일 운연역 차량기지에서 일어난 탈선사고는 2량으로 연결된 전동차가 기관사 수동으로 주행하다가 후미 차량의 바퀴가 강한 불꽃을 내면서 선로를 벗어난 거다. 선로전환기 조작을 놓고 기관사와 관제실 간 소통이 원활치 않아 관제실에서 전동차가 전부 지나간 것으로 알고 선로를 잘못 조작해 발생한 탈선사고다. 결코 미미한 사고가 아니다. 다행히 사고 당시 전동차는 승객 없이 차량기지로 가던 중이어서 인명피해는 없었다.
그럼에도 교통공사 직원 사이에선 탈선사고가 발생했다는 얘기가 퍼졌고, 각 언론사가 취재를 시작하자 교통공사는 부랴부랴 사고 다음 날인 8월 8일 기자회견을 열고 미리 계획된 모의훈련일 뿐 탈선사고는 없었다고 거짓 해명했다. 당시 이광호 사장직무대행(경영본부장)과 조신구 기술본부장은 브리핑을 통해 실제 상황대비 역량을 키우기 위해 예고 없이 불시에 훈련을 실시했다고 거짓말을 했다. 이들은 현실성을 높이기 위해 훈련대상 전동차를 일정 간격으로 틀어놓아 탈선한 것처럼 보이게 했다고 천연덕스럽게 당치도 않은 거짓말을 했다. 그리고 배짱 좋게 허위 보고서를 인천시 등 관계기관에 제출했다. 가증스럽다.
하지만 이들의 새빨간 거짓말은 지난 6일 국감에서 들통 났다. 국회환경노동위 이정미 의원(정의당·비례)이 당시 상황이 담긴 폐쇄회로 영상을 공개하자 비로소 교통공사는 사고 조작사실을 시인했다. 그리고 그날 오후 기자회견을 열어 거짓 해명을 시인하고 고개를 숙였다. 이중호 사장은 개통 초기에 각종 사고가 잇따른 상황에서 탈선사고까지 알려지면 큰 혼란이 생길 것 같아 모의 훈련으로 조작했다고 설명했다. 기가 막힐 일이다.
교통공사는 조작 책임을 물어 이 경영본부장과 조 기술본부장을 직위 해제하고, 다른 간부 2명을 대기 발령 조치했지만 형식적 처벌에 불과하다. 탈선사고를 모의훈련으로 조작한 작태는 단순한 사고 은폐가 아니다. 관계기관에 제출하기 위한 모의훈련 조작 보고서 작성은 엄연한 공문서 위조다. 교통공사가 인천시와 시의회·국토부에 보낸 허위 보고서 작성 경위 등에 대한 사법 당국의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 수사 결과에 따른 응분의 형사처벌도 뒤따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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