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검사장의 김영란법 私見-
지금이 그렇다. 김영란법이 각종 축하 난을 막는다. 5만원은 괜찮은데, 기준 따윈 따지지도 않는다. 오해받기 싫다며 다 막아선다. 그사이 난 값이 폭락했다. 호접란 경매가격이 3천원대다. 생산 원가 3천500~4천원에도 못 미친다. 5천원 하던 덴파레 품종은 3천원으로 떨어졌다. 그나마 팔리면 다행이다. 판매량이 50% 이상 급감한 지역도 숱하다. 농민에겐 이제 화훼밭이 애물단지다. ‘꽃 팝니다’ 대신 ‘김영란법 폐지하라’고 붙인 곳이 많다.
하기야 화훼농가뿐이겠는가. 식당은 손님을 잃었다. ‘김영란 정식’이라며 문자를 돌려 보지만 헛일이다. 술집도 텅 비었다. ‘각자 계산’ 하느니 안 마시겠다며 발길을 끊었다. 선물 코너도 사람이 없다. ‘3만원 선물’로 욕 듣느니 안하겠다며 외면한다. 시행 전에는 공무원ㆍ교사ㆍ기자를 잠재적 범죄자로 여긴다는 지적이 많았다. 시행해보니 이들을 고객 삼던 업자들이 장물아비처럼 몰려 버렸다. ‘정착되면 괜찮다’는 데 그 ‘때’는 알 수 없다.
앞에 있던 의사가 물었다. ‘친한 사람 건강도 봐주면 처벌받게 되는 것 아닌가.’ 검사장이 대답했다. “우리 사회가 너무 걱정을 하는 듯하다. 걱정 안 해도 된다고 본다. 장담하는 데 그런 것까지 기소할 검사는 없다.” 그러면서 검사의 일반 상식을 말했다. 유명 만화가를 음란죄로 기소했던 옛날 사건 얘기다. 검사장은 지금 생각해도 말 안 되는 수사였다고 회고했다. “다수 검사들은 그렇지 않다”고도 했다. 얼핏 본 검사장의 김영란법 평이다.
지금은 이렇다. 국민이 권익위만 쳐다본다. 답해 줄 유권해석을 목놓아 기다린다. 그런데 답이 없다. 대학원장협의회가 ‘공무원 장학금’이 불법이냐고 물었다. 답이 없다. 에버랜드가 군인 자유이용권이 불법이냐고 물었다. 답이 없다. 홈페이지로 2천500여개 질문이 들어왔다. 답은 절반도 안 했다. 그나마 대부분 ‘최종 확정은 검찰 법원에서 결정될 것’이라고 결론짓는다. 결국 ‘한 번씩 걸려 봐야 답 나온다’는 얘긴데…. 국민이 교보재인가.
하기야 애초 답을 낼 수 없었는지 모른다. ‘법은 최소한의 도덕’이라는 법언(法諺)을 넘어선 법이다. 법의 경계를 도덕의 한 귀퉁이에서 한 복판으로 왕창 옮긴 법이다. 도덕에서 법으로 넘어간 영역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그러니 답할 수 없는 것이다. 검찰 법원으로 간들 달라질 건 없다. 단순 해석만으로도 이렇게 혼란스럽다. 하물며 신병처리를 결정하는 검찰 법원이다. 몇 곱절 혼란스러워질 게 뻔하다. 이런 걸 왜 검사 판사에 떠넘기나.
이제 김영란법도 1주일 지났다. 지금 당장 평가하라면-주관이란 전제를 달겠지만- 낙제다. 권익위는 스스로 공부가 안돼 있고, 자영업자가 받는 피해는 예상보다 크고, 사법 주체의 동의는 눈에 띄지 않는다. 시행준비를 덜 했단 얘기고, 피해규모를 간과했단 얘기고, 입법당위성이 부족하다는 얘기다. ‘이런 법을 굳이 왜 만들었나’ 싶은 게 김영란법 1주일을 본 솔직한 후기(後記)다. 정착을 바라야 할지, 개정을 말해야 할지 결정하기도 어렵다.
‘정(情) 사회에서 정의(正義) 사회로 가는 과정이다’. 권익위는 지금도 이렇게 말한다. ‘지금의 혼란은 변화로 가는 성장통이다’. 그 말을 넘겨받은 객들이 쏟아 내는 훈육(訓育)이다. 이런 멋들어진 말 잔치 앞에 모두 입을 다문다. 기득권 옹호랄까 봐, 부패 세력이랄까 봐 침묵한다. 그 사이로 비명과 아우성이 커졌다. ‘망한다’는 업자들의 비명, ‘혼란스럽다’는 국민의 아우성이다. 1주일이라서 이럴까. 한 달 뒤엔 좋아질까. 기다려는 보겠지만….
김종구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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