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프리즘] 시스템의 부재

일찍이 ‘맹자(孟子)’가 말했다. “하늘이 준 때는 지리상의 이로움만 못하고, 지리상의 이로움은 사람의 화합만 못하다. (孟子曰, 天時不如地利, 地利不如人和.)”

 

‘백성을 나라 안에 살게 하는 것은 국경을 굳게 봉하는 것으로 되는 것이 아니며, 나라를 굳게 하는 것은 산과 골짜기의 험함으로써 되는 것이 아니며, 천하를 위압하는 것은 무기의 날카로움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고 하는 것이다.

 

이 이야기는 맹자, 공손추하에 나온다. ‘천시’란 어떤 일을 이루게 해 주는 유리한 때를 말하는데, 전쟁의 경우에는 작전을 개시할 유리한 시간을 말한다. ‘지리’란 유리한 지형을 차지하는 환경적인 요인을 말하며, ‘인화’란 민중의 단합된 마음을 말한다.

 

맹자의 이야기에서 도를 얻은 사람에게는 도와주는 이가 많다는 뜻의 ‘득도다조(得道多助)’도 나왔다. 우리는 깨달음을 얻었을 때 득도했다고 한다. 그런 연유로 공자가 “아침에 도를 들으면 저녁에 죽어도 좋다”고 한 것이다.

 

공자의 도는 인생의 나아갈 바른 길을 열어주고, 맹자의 도는 어지러운 전국시대를 뛰어넘어 천하통일의 비전을 제시했다.

 

그렇게 중국사회는 두 분의 성인이 제시한 길을 따라 현재에 이르고 있다. 나라가 어려운 위기에 처하면 근본으로 돌아가 원인을 찾고 결국에는 성인이 제시한 길(道)을 다시 반추해보게 된다. 이미 공자와 맹자가 제시한 도는 2천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아직도 유용하고 인류가 존재하는 한 계속 유용할 것이다.

 

맹자의 말을 빌려 현재 인천의 상황을 보면 천시인 한중FTA체결, 지리인 한중FTA시범도시선정을 계기로 人和를 얻고자 인차이나포럼, 세계부동산박람회, 미용박람회 등의 행사를 개최했으나 ‘일은 사람이 도모하지만 성사 여부는 하늘에 달려있다’는 중국의 격언처럼 ‘사드’라는 복병을 만나 천시와 지리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중국 명나라 말기의 사상가인 ‘고염무’는 “천하흥망 필부유책(天下興亡 匹夫有責)”이라는 말로 깨어있는 민중의 중요함을 설파했다.

 

“천하가 융성하고 쇠퇴하는 데에는 한낮 밭 갈고 나무를 하는 농부 초자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뜻으로서, 현재의 한중관계를 빗대어 재해석하면 국가 간의 정치, 군사적인 문제로 정부 간의 교류 중단 사태에서 교류의 최 일선에 있는 민간부분이 현재의 위기상황을 기회로 만들 수 있도록 역량을 총 결집, 더욱 굳건한 우정으로 맺어진 새로운 교류의 장을 열어야 한다고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역량을 결집할 시스템이 존재하지 않아 전략적이고 체계적인 교류가 되지 못하고 있다. 사람들은 최근에 일어나는 위기 상황이 시스템의 부재로 발생하는 현상이라고 한다. 천하의 사람들이 각자가 처한 곳에서 대국(大局)을 고려하는 유기적인 사고를 하며 최선을 다한다면 천하가 어찌 흥하지 않겠는가? 결국 시스템이란 사람의 사고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가정, 사회, 국가로 그 연대감을 확장해가는 것이다.

 

맹자가 말하는 인화는 바로 이런 시스템이 안정적으로 존재하는 사회를 지칭하는 것이니 명망이 있는 리더를 통해 더욱 소통에 힘을 기울이는 것이 무너진 시스템을 복구하는 길이라고 보인다.

 

이정학 한중경제문화교류중심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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