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인천시 도시계획 변경, 사업자 입맛대로 하나

<송도 R&D용지>

도시계획은 본질상 수시로 바꿀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그래서 백년대계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인천시의 토지이용계획 변경 결정을 보면 백년을 내다보고 깊이 헤아리려는 자세와 의지를 볼 수 없다. 그저 민간 사업자의 말만 듣고 당초의 계획 취지와 공공성을 저버린 채 계획 변경 신청을 승인해주는 석연치 않은 일을 서슴없이 하고 있다.

인천시는 지난 21일 행정규제개혁위원회를 열고 (주)나우시스템즈가 공장 건립이 금지된 곳에 공장을 짓게 해달라고 청원한 ‘송도지식정보산업단지 내 연구개발(R&D)부지 입주기업 공장등록 제한완화(안)’을 심의 승인했다. 현재 송도지식정보산업단지 내 연구개발 부지엔 1999년 수립한 지구단위계획상 연구소 등 교육연구시설만 입주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계획변경 승인으로 연구소 건물 연면적의 30%를 공장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용도가 확연하게 구별됐던 연구단지가 무분별하게 공단화하는 등 난개발이 우려된다.

(주)나우시스템즈는 지난해 연구개발 용지 1개 획지 4천600.8㎡를 경매를 통해 감정평가액보다 20% 이상 싸게 구입했다. 하지만 연구개발 용지의 지정용도를 미처 파악하지 못하고 토지·건물을 샀다. 자신의 무지와 실수로 생산시설이 입주할 수 없는 땅을 사놓고, 공장을 짓게 해달라고 인천시와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인천경제청)에 억지떼를 쓴 거다.

이와 관련 인허가권자인 인천경제청은 억지민원을 원칙 없이 수용하면 송도자유구역 전체의 토지이용계획 질서가 흐트러진다며 토지용도 변경을 반대해왔다. 옳은 판단이다. 하지만 행정규제개혁위는 심의결정 당일 민원인과 인천경제청 관계자를 퇴장시키고 민원인 요구를 승인했다. 인천경제청의 합리적 반대에도 불구하고 떼를 쓴 민간 사업자 요구를 승인한 배경이 의심쩍다. 그런데도 행정규제개혁위는 회의록 공개를 거부,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

그래서 이 같은 결정이 그동안 바이오단지나 첨단산업클러스터단지 등에서 수없이 제기됐다 불허된 다른 민원(제조업용도 추가 및 업종제한 완화)과 형평성을 잃은 특혜라는 지적을 받고 있는 거다. 행정규제개혁위 결정은 용지의 당초 조성목적인 연구개발 육성이란 취지에 어긋날 뿐 아니라 규제완화로 인한 땅값 상승의 경우 입주업체가 땅을 팔고 철수하더라도 막을 방법이 없다. 행정의 요체는 공정성과 투명성이다. 공정성과 투명성이 훼손되면 행정자체가 신뢰를 잃을 수밖에 없다. 행정규제개혁위는 잘못된 결정을 당장 취소하고 백년대계다운 개발이 되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공연한 특혜 시비에서 벗어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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