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인천시의원 술판 연찬회 추태 볼썽사납다

인천시의회 일부 의원들의 자질이 의심스럽다. 의정 연수를 위해 연찬회를 떠난 시의원들이 전세버스에 오르자마자 술판을 벌이고 싸움질 끝에 한 명이 다쳐 입원하는 등 사회적 물의를 빚고 있다. 시의회 건교위 소속 의원 7명 전원은 회기 중인 지난 2일 충북 제천으로 1박2일 연찬회를 떠났다. 말이 연찬회지 일정을 보면 놀자판 여행의 성격이 짙다.

이날 의원들은 양주를 비롯해 고량주·맥주 등 각종 주류와 육회 등 푸짐한 안주를 버스에 싣고 출발했다. 이 중 양주 한 병은 제갈원영 의장이 보냈으며, 육회는 연찬회에 참석한 한 의원이 준비한 걸로 알려졌다. 나머지 술과 안주는 출처가 밝혀지지 않았지만 주변에선 집행부 각 실·과에서 협조한 걸로 추정하고 있다. 이제까지의 관례가 그랬다는 거다. 오랜 관행이라고 치부할 수 없는 뿌리 깊은 병폐다.

이날 일행 중 새누리당 유일용·오흥철 의원은 연찬회 장소인 제천에 도착하기도 전에 이미 버스에서 술에 취해 지난 6월 후반기 의장 선출 당시의 일로 말다툼을 시작했다. 두 의원은 의장 선출과정에서 서로 다른 후보를 지지, 갈등을 빚어왔다. 싸움은 한 휴게소에 내려서도 이어졌고, 격한 몸싸움 끝에 오 의원이 휴게소 내 1m 깊이의 웅덩이에 빠졌고 얼굴과 옆구리 등을 다쳐 전치 6주의 진단을 받고 입원 치료 중이다.

버스에서 벌어진 술판으로 일행들이 이미 취했으니 연찬회가 제대로 될 리 없다. 연찬회 일정 중 단 한 번뿐인 첫날 오후 7~9시에 있은 건교위 소관 주요 사안 논의는 졸음 속에 진행된 취중행사가 됐다. 다음날은 관광으로 연찬회를 끝냈다. 관내가 아닌 제천에서 1박2일을 보낸 연찬회에 소요된 비용은 모르긴 해도 적지 않았을 거다. 모두 시민의 혈세다.

물론 시의원 연찬회는 필요하고 권장할 일이다. 고도로 전문화된 산업사회에서 다양하게 요구되는 의정활동을 소화하고, 직무 수행능력을 배양하는 게 비난의 대상이 될 수는 없다. 하지만 연찬회가 회기 중에 의원들이 집단으로 몰려다니며 한가롭게 관광을 즐기는 데 문제가 있다. 이번처럼 2시간의 연찬 일정을 빼면 대부분 회식 또는 술을 마시고 여흥을 즐기면서 시간을 보낸다. 연찬회를 가장한 관광여행이라는 비난을 받아 마땅한 거다. 두말할 나위도 없이 시의원은 지방자치를 위해 시민들이 뽑은 지역민의 대표다. 따라서 시의원은 시민의 권익신장과 복지증진을 위해 노력하고, 지역발전을 위해 양심껏 일해야 한다. 시의원의 책무가 이러하거늘 연찬회를 한답시고 직무능력을 키우기는커녕 놀자판으로 예산만 낭비하는 일을 되풀이해선 안 된다. 의회 차원의 공개 사과가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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