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도지사가 지방을 순방하는데 마침 가을이라 황금 들녘에는 벼가 누렇게 익어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그때 도지사를 안내하던 군수가 “지사님 보십시오. 지사님 은덕으로 풍년이 들어 벼이삭들이 지사님께 머리를 숙여 인사를 하고 있습니다”하고 말했다. ‘도지사 때문에 풍년이라고?’ 그러나 도지사는 그 ‘과잉 충성’에 기분이 고무된 듯 ‘허허’ 웃음을 날렸다.
2010년 경기도에서도 과잉 충성 해프닝이 있었다. 경기도 홍보기획관실에서 선거를 앞둔 시점에 만든 홍보물 ‘우리는 GTX 타고 미래로 간다’는 책자를 도내 지하철과 유관기관에 배포했다가 검찰이 공직선거법 위반 여부를 조사한 일까지 있었다. 그 책자에는 현직 도지사의 홍보성 사진이 들어가 있는 등 선거를 앞두고 민감한 오해를 일으킬 소지가 있었던 것이다.
지난 봄 치러진 총선 때도 이와 같은 공무원들의 과잉 충성이 문제가 된 예가 적지 않았다. 지금은 선거기간이 아닌데도 일부 공무원의 과잉 충성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현재 무소속으로 되어 있지만 ‘친노 좌장’으로까지 불릴 만큼 이해찬 의원은 야당의 거목이다. 그가 무소속으로 남아 있는 것도 지난 총선 때 김종인 비대위원장의 더불어민주당에서 공천을 받지 못하는 이변(?) 때문이다. 그는 이에 불복, 무소속으로 세종시에서 출마하여 당선되었다. 당시 민주당 소속 세종시 시의원들 중에는 공식 당 공천 후보자가 있었음에도 무소속 이해찬 후보를 지원하는 바람에 당에서 혼선을 빚기도 했다. 이 또한 이변이었다.
이제 그가 언제 복당이 되느냐는 민주당 전당대회가 끝나고 김종인 체제가 물러남으로써 사실상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이야기다.
이 의원은 2013년 세종시 전동면에 아담한 전원주택을 마련했고 의회가 끝나면 여기에 머무르는 것을 즐겼다. 주택 주변은 우리 농촌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그런 풍경이다. 과수, 야채를 가꾸는 비닐하우스 등등.
그런데 최근 인근의 한 농민이 수퍼푸드로 각광받는 아로니아를 재배하려고 3백여평 밭에 퇴비를 뿌렸다. 그러자 특유의 냄새가 주변에 짙게 퍼졌다. 사실 농촌에 가면 어쩔 수 없이 이런 냄새에 직면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의원은 세종시에 민원을 제기했다. 이에 퇴비를 뿌린 농민은 밭을 갈아엎고 뿌려진 것을 수거해 다른 곳으로 옮기는 등 냄새를 차단하려고 땀을 뻘뻘 흘렸다.
뿐만 아니라 세종시 행정부시장 등 간부들이 현장에 쫓아와서 실상을 파악하는 한편 퇴비 시료를 채집하여 관계기관에 성분 분석을 의뢰했다. 거기에 그치지 않고 환경기관의 악취 측정 방식으로 냄새를 측정했으나 결국 허용기준치 이하로 나타나 시 당국은 머쓱할 수밖에 없었다. 만약 수치가 허용치를 넘었다면 세종시는 그 농민을 고발했을까?
사실 이해찬 의원도 이와 같은 과잉 반응을 원치는 않았을 것이다. 주민들 역시 국무총리를 역임한 7선 의원의 중량감, 특히 스스로 서울을 떠나 농촌을 택해서 전원주택을 마련한 만큼 농촌을 이해하고 사랑하리라 기대도 가졌을 텐데….
따라서 지역에서는 이의원이 좀 더 농촌에 대한 깊은 애정과 그 환경을 받아들이는 인내와 노력이 필요하지 않겠는가 하는 소리가 높다. 이참에 우리 정치인들, 농어민과 수많은 밑바닥 서민들은 매일같이 그 직업 특유의 냄새와 힘든 싸움을 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할 것이다.
변평섭 前 세종시 정무부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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