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여제’ 박인비(28ㆍKB금융그룹)가 드디어 활짝 웃었다.
박인비는 21일(한국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골프코스에서 열린 제31회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골프 여자부 최종라운드에서 마지막 18번홀의 파퍼트를 넣은 뒤 두 팔을 번쩍 치켜들었다.
경기 도중 좀처럼 표정 변화가 없는 선수로 유명한 박인비는 감정의 동요 없이 한결같은 표정을 유지한다는 이유로 팬들로부터 ‘침묵의 암살자’, ‘돌부처’ 등 무시무시하면서도 굳건한 별명을 얻었다. 1900년 파리 올림픽 이후 116년 만에 올림픽에서 다시 열린 이번 대회에서도 박인비의 ‘포커페이스’는 명성 그대로였다.
이날 2위 리디아 고(뉴질랜드)에게 2타 앞선 상황에서 최종 라운드에 돌입한 박인비는 3번 홀부터 3개 홀 연속 버디를 낚아 순식간에 6타 차까지 훌쩍 달아났지만 이때도 얼굴은 전혀 변화가 없었다. 가끔 버디를 잡은 뒤 터져나오는 갤러리들의 박수에 답하기 위해 한 손을 가볍게 들어 보이는 것이 전부였다.
끝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무표정한 모습으로 경기하던 박인비는 마지막 파퍼트를 넣은 후에야 엷은 미소를 띠며 두 팔을 번쩍 치켜들었다. 손가락 부상으로 힘든 한 해를 보내던 박인비가 2016년을 단숨에 ‘자신의 해’로 만들어내는 순간이었다.
7월 초까지만 해도 박인비의 올림픽 출전은 불투명했다. 왼손 엄지 부상에 시달리던 박인비는 7월에 열린 US여자오픈과 브리티시여자오픈 등 메이저 대회에 연달아 나오지 못했고, 6월 시즌 두 번째 메이저 대회였던 여자 PGA 챔피언십에서는 출전은 했으나 컷 탈락하는 등 주위에서는 ‘박인비가 올림픽 출전권을 포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던 박인비가 7월 11일에 올림픽에 출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당시 박인비는 “올림픽 출전은 저의 오랜 꿈이자 목표”라며 “부상 회복 경과를 두고 깊이 고민해왔으나 최근 상당히 호전됐다”고 설명했다.
남은 한 달 최선을 다해 컨디션을 끌어 올리겠다던 박인비의 말은 사실 이달 초까지도 사람들에게 믿음을 주지 못했다. 그러나 올림픽 무대가 열리자 박인비는 달라졌다. 1라운드에서만 1타 차 2위에 올랐을 뿐 2라운드부터 내내 단독 선두를 놓치지 않은 채 보란 듯이 압도적인 기량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며 한국 골프의 ‘살아있는 전설’로 거듭나게 됐다.
홍완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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