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기관의 안전의식이 아직도 미흡하다. 안전사고를 수없이 겪고도 안전대비 역량이 여전히 저급한 수준에 머물러 있으니 답답하다. 우리가 대형 사고를 당할 때마다 강조해온 게 안전성에 대한 경각심이었다. 서해훼리호 침몰 사고 때도 그랬고, 세월호 참사 때도 안전의식의 중요성을 외쳐왔다. 하지만 잠시 그때뿐 곧 잊어버리는 게 우리의 고질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 선박 안전운항에 관련된 시설 보완과 개선이 강조됐음에도 인천 섬지역의 선착장 접안시설이 아직 부실한 것도 행정기관의 이 같은 안전 불감증 때문이다. 인천해양수산청(인천해수청)의 ‘인천 기항지별 접안시설 개선사항’을 보면 일반항로 7개 노선과 낙도보조항로 3개 노선 섬들의 선착장 접안시설이 열악한 상태다.
덕적도의 경우 차도선 선착장은 바닷물이 빠져 수면이 가장 낮아지는 간조 땐 아예 접안이 불가능한 상태다. 지금까지는 간조 때마다 차도선이 쾌속선 선착장에서 접안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멀지 않아 이용할 수 없게 된다. 옹진군이 건설중인 소야~덕적도 연도교가 2018년 완공되면 교각과 선착장 거리가 너무 가까워(회전반경 협소)차도선의 이용이 불가능해진다.
덕적도 앞 소야도 선착장도 취약하다. 선박과 여객 안전을 위해선 안벽을 보강하고 밀물과 썰물에 상관없이 배가 접안할 수 있게 준설하고 부잔교를 설치해야 한다. 대연평도와 소연평도 선착장 역시 부잔교가 없어 간조 땐 여객선 접안이 어려워 물때에 맞춰 접안 시간을 조정해야 하는 불편을 겪고 있다. 특히 소연평도와 대청·소청·승봉·대이작도 접안시설은 안벽이 급경사인 어선 물양장 형태여서 여객 승하선이 불편하고 위험하다.
낙도 보조항로인 문갑·굴업도 선착장은 길이가 짧아 간조 때마다 차량 승하차가 불가능하고 강화도 하리는 접안시설 안벽 측면 석축이 무너지고 있다. 관광객 등에게 첫 인상을 심어줄 선착장의 상태가 이렇게 부실한데도 접안시설 관리 기관인 옹진·강화군은 돈타령만 하고 손 놓고 있으니 한심하기만 하다. 급기야 인천시와 인천해수청·인천항만공사 등이 지난 4일 고위정책협의회를 가졌지만 구체적 해결책은 도출하지 못했다. 다만 인천해수청이 섬 주민 교통 불편 해소와 관광활성화 등을 감안, 인천시에 재정지원을 요청했을 뿐이다. 관계기관의 협조가 필요하다. 이제 복지사회를 지향하는 국민답게 우리의 안전의식도 바뀌어야 한다. 선착장 접안시설은 사소한 부분까지 안전하고 편리하도록 설계, 시공돼야 하고 안전사고 위험요소는 즉시 제거, 사고를 사전 방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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