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사설] 언론 자유로 달려온 28년, 언론 책임으로 꽃 피울 미래

‘언론 자유’ 속 등장한 경기일보… 탄압과 압제와 맞서온 소중한 28년
‘언론 책임’ 요구되는 시대정신… 청렴·강직으로 위대한 시대 열 것

“형벌은 위축(chill)시키지만, 사전 검열은 얼어붙게(freeze) 만든다.” 미국의 헌법학자 알렉산더 빅켈(Alexander Bickel)이 말했다. 언론 자유 침해로 인한 사회적 폐해를 설명한 말이다. 사전 검열이란 검열 주체가 규제의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행한다. 특정 집단이나 개인에게 자신 또는 자신들의 권위를 행사하려고 동원하기도 한다. 그 주체가 국가일 때 우리는 국가에 의한 언론탄압이라고 말한다. 우리도 1980년대 신군부에 의해 경험했다.

1987년 민중이 그 독재권력을 무너뜨렸다. 6월 항쟁이 얻어낸 소중한 승리였다. 그 승리의 고결한 열매로 언론자유가 획득됐다. 지금은 지나가는 소가 웃을 ‘1도1사(一道一社ㆍ1개 도에 1개 언론사만 있어야 한다) 원칙도 그때 사라졌다. 압제 받던 시민들의 목소리가 커졌다. 그 목소리를 담아낼 새로운 매체를 갈구했다. 그 열망을 고스란히 담아 탄생한 것이 경기일보다. 1988년 8월 8일은 그렇게 경기일보의 시작이자 언론 자유의 시작이었다.

28년을 하루처럼 달려왔다. 1992년 시작된 지방자치는 우리에겐 숙명이었다. 참다운 지방자치를 끌어가야 할 책임이 지워졌다. ‘황금 열쇠’로 더럽혀진 도 교육위 선거 비리를 고발했다. ‘구제역’의 실체를 포착해 사회 안전에 경종을 울리기도 했다. 지금은 ‘특종(特種)’이란 영광의 표식으로 역사에 남겨진 수 많은 발자취들이다. 내둘려진 경기정치를 자리매김한 것도 우리의 노력이었다. 수도권 역차별의 굴레에 맞선 싸움은 28년을 한 순간도 쉬지 않았다.

민주의 탈을 쓴 억압의 시대도 있었다. 1990년대 말 이뤄진 정치로부터의 탄압이었다. 뒤바뀐 권력에 의한 대(對) 언론 보복의 시대였다. 지역과 정파로 얼룩진 권력투쟁의 한 복판에 언론이 놓였다. 합법을 가장한 탄압이었고, 민주로 위장된 간섭이었다. 하지만 경기일보는 당당했다. 지방자치와 지역민만을 바라보며 내달렸다. 결국, 언론의 영원함이 정치의 임기(任期)를 극복했다. 그 과정에는 지역민의 무한 사랑이 있었음을 감히 자부한다.

이제 우리는 새로운 시대 앞에 섰다. 일찍이 경험하지 못했던 청렴 강제의 시대다.

김영란 법에는 여전히 동의할 수 없다. 법(法)과 도덕(道德)의 경계를 무너뜨린 발상이다. 국가 구성원 모두를 가상의 범죄인으로 상정한 초법(超法)이다. 청렴(淸廉)의 대중적 목소리로 합리적 논리를 짓누르는 포퓰리즘 입법이다. 전체를 위해 다수 국민의 무책임 피해를 강요하는 법의 월권(越權)이다. 그 범위(犯圍)의 영역에 언론을 포함했다. 법과 청렴으로 포장된 명백한 언론 압제(壓制)다. 그럼에도 법은 공포됐다. 이제 모두를 규제할 규범으로 자리했다.

이에 우리는 새로운 시대를 향해 변화와 개혁의 길로 가려고 한다. 김영란 법에 표출된 국민의 열망을 존중한다. 그 열망 속에서 들끓는 언론에 대한 요구를 존중한다. 1987년 이후 자리해온 언론 자유의 제단 위에 언론책임이라는 또 하나의 가치를 상정하려 한다. 사회 구성원으로서 지켜야 할 소중한 책임을 과감히 받아들이려 한다. 그것은 규범에의 책임, 청렴에의 책임이다. 28주년을 맞이하는 경기일보가 독자 앞에 약속고자 하는 책임정신이다.

경기ㆍ인천을 아우를 영원한 가치는 위대함이다. 반도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문화, 산업의 중심이 경기도다. 중화(中華)에 맞서고 교류할 서해안 시대의 중심이 인천이다. 이 위대함을 지켜가는데 경기일보가 앞장설 것이다. 정치 변방의 굴레를 벗어나는데 초석이 될 것이다. 규제의 불합리를 털어내는데 견인차가 될 것이다. 국토균형발전의 삐뚤어진 역차별을 극복하는데 첨병이 될 것이다. 이 목표를 이루는 길에 우리의 모든 것을 바칠 것이다.

경기일보 28년을 지켜온 것은 독자와 지역민의 사랑이다. 그 사랑 앞에 한없는 감사와 존경을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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