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시론] 질병으로부터 휴가를 지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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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7말 8초’ 여름 휴가 기간이 시작되었다. 정부의 조사 결과에 의하면 7월30일부터 8월5일까지 전체 휴가객의 46%가 몰리고 휴가객도 작년보다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그리 좋지 않은 경제 상황에 회사와 가정에서 어려운 시간을 보낸 국민들이 잠시나마 여유와 쉼을 누리기 위해 국내외로 떠나는 기간이 된 것이다. 그런데 여행 중 들뜬 마음에 방심을 하다보면 자칫 질병으로 인해 여행기간을 망치는 경우가 있다.

 

여름철 여행 중 가장 많이 문제가 되는 것은 수인성 식품매개 질환이다. 여행자 설사는 여행시 미생물이나 미생물의 독소에 오염된 식품이나 물을 섭취하여 복통, 구토, 설사 등이 발생하는 질환이다. 여행자 설사는 이질균, 대장균, 비브리오균 및 살모넬라 등 세균에 의하여 주로 발생하고 바이러스와 아메바성 이질, 람블편모충 등 원충 및 기생충에 의해서도 발생한다.

 

대부분의 수인성 식품매개 질환에 대해서는 효과적인 백신이 없다. 콜레라, 장티푸스의 경우 백신이 있으나 효과가 제한적이어서 일반적으로 접종을 권고하지 않는다. 따라서 깨끗한 물과 음식물을 섭취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예방법이다. 비스무스와 같은 약물을 사용하는 경우 여행자 설사를 일부 예방할 수 있고, 심부전증 등 만성질환자의 경우 예방적 항생제를 사용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으므로 여행 전 의료진과 상담해 보는 것이 좋다.

 

모기가 매개하는 질환도 철저한 주의가 필요하다. 지카바이러스를 포함하여 말라리아, 뎅기열, 황열, 치쿤군야, 일본뇌염과 같은 질환은 모두 모기에 의해 매개되는 질환이다. 특히 열대열 말라리아, 뎅기출혈열, 황열, 일본뇌염과 같은 질환은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중증의 형태로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말라리아의 경우 백신은 없으나 예방약을 복용하여 예방할 수 있다.

단, 사전에 의료진에게 상세한 상담과 처방을 받아야 한다. 황열과 일본뇌염은 백신을 통해 예방 가능하다. 뎅기열은 국내에서 사용 가능한 백신이 없으며 지카바이러스나 치쿤군야에 대해서는 백신이 개발되어 있지 않다. 모기에 물리지 않으려면 외출 시 덥더라도 피부 노출 부위를 최소화하고 곤충회피제를 사용하며 해가 저문 후에는 방충망이나 에어컨이 설치된 실내에 머무는 것이 바람직하다.

 

동물과 접촉을 통해 질환에 걸리는 경우도 있다. 동물에 물리거나 상처를 입는 경우 광견병, 파상풍, 봉와직염과 같은 질환에 걸릴 위험이 있다. 또 조류와 접촉하는 경우 조류인플루엔자에, 중동 지역 낙타와 접촉하는 경우 메르스에 감염될 수도 있다. 따라서 가급적 이러한 동물과의 직접적인 접촉은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불가피하게 접촉하는 경우 물리지 않도록 주의하고 접촉 후 손을 잘 씻어야 한다. 광견병과 파상풍은 예방접종을 통해 예방이 가능하다.

 

이외에도 A형간염, B형간염, 인플루엔자, 홍역, HIV, 성매개감염병, 바이러스성출혈열 등이 여행 중 경험할 수 있는 질환에 속한다. 질병관리본부는 여름 휴가기간 감염병 예방을 위해 손씻기, 모기 물리지 않기, 안전한 음식물 섭취하기를 권고했다. 여행 전 의료기관을 방문하여 상담하고 백신이나 약물을 통해 예방할 수 있는 질환이 있다면 이를 준비할 것이 바람직하다. 철저한 준비를 통해 감염질환으로부터 휴가를 지키자.

 

최원석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감염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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