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와 인천교육청 간 누리과정(만 3~5세 무상보육)예산편성 갈등이 재현되고 있다. 정부의 추경 편성으로 인천교육청이 하반기에 받게 될 지방교육재정교부금(교부금)의 용처를 놓고 벌이는 싸움에 이젠 학부모들도 짜증스럽다. 지난 22일 국무회의에서 의결한 11조원 규모의 추경안엔 시·도교육청에 배분할 교부금 1조9천억원이 증액 편성됐다.
인천교육청은 증액 편성된 교부금 전체의 5%정도인 900억원 가량을 받게 될 걸로 예상된다. 교육부는 교부금 증액에 따라 시·도교육청의 재정여건이 크게 개선될 걸로 보고 있다. 따라서 아직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지 않은 교육청은 교부금을 활용해 반드시 누리과정 예산을 전액 편성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인천교육청은 이에 반발하고 있다. 교부금 증가액은 학생교육활동 지원 등 교육 사업에 사용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인천교육청의 누리과정 소요액은 모두 2천388억원(유치원 1천156억원·어린이집 1천232억원)으로 어린이집과 유치원 예산 중 일부만 편성했다. 인천교육청이 편성하지 않은 올 하반기 어린이집의 1개월치 예산은 100억원 규모다. 인천교육청이 어린이집 예산을 편성하지 않은 건 ‘교육’과 ‘보육’을 분리하는 시각에서 비롯됐다. 관리·감독권이 없는 보육시설인 어린이집 예산을 시교육청이 100% 부담하라는 건 부당하다는 거다.
그러나 감사원의 시각은 다르다. 감사원은 지난 5월 전국 시·도교육청의 누리과정 예산 편성 실태 감사에서 ‘누리과정’은 유치원 교육과정과 어린이집 보육과정을 하나로 통합한 교육·보육과정이라고 해석했다. 따라서 시·도교육청은 유치원 예산과 함께 어린이집 예산을 우선 편성할 의무가 있다고 교육부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그러나 인천교육감을 비롯한 시·도교육감들의 입장은 강경하다. 지난 21일 열린 시·도교육감 협의회에서 교육감들은 “누리과정 사업 추진은 정부의 잘못된 세수 추계에 근거해 시작됐고, 결국 시·도교육청의 교육재정을 급속도로 악화시켰다”며 정부는 누리과정 예산을 따로 편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금 같은 ‘땜질 처방식’ 교부금 증액 방식이 아니라 아예 누리과정 예산을 정부가 별도 편성, 지방에 줘야 한다는 거다. 교육청이 교부금으로 누리예산을 편성하지 않아도 제재할 방법이 없는 상황에선 2012년부터 시작된 무상보육 예산 갈등 해법을 찾기 어렵다. 인천교육청은 우선 1개월치 어린이집 예산을 교부금으로 편성, 보육대란을 막고 봐야 한다. 그런 후에 무상보육의 근본 대책은 20대 국회에 맡기도록 해야 한다. 정부와 시·도교육청의 해묵은 날선 논쟁을 잠재울 국회의 역할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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