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시론] 고등교육의 큰 그림 그려야 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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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부터 최근까지 고등교육에 있어 화두는 단연 ‘대학구조개혁’이었다고 할 수 있으며, 여전히 진행형에 있다. 1주기 평가는 이미 2015년에 완료가 되었고, 그 후속조치로서 낮은 등급을 받은 대학들에 대한 컨설팅이 진행되고 있다. 학령인구의 감소, 사회수요에 부합하지 못하는 대학교육, 청년 실업 등 10년 이상 답보상태에 빠져 있는 고등교육에 대한 개혁의 필요성은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

많은 대학들이 높아만 가는 등록금에 상응하는 교육을 제공해 주지 못하고 있다는 사회적 책무성의 관점이나 학령인구 감소나 재정적 압박에 따른 대학 스스로의 생존의 관점에서 볼 때도 이번 정부의 대학구조개혁 정책은 우리나라 고등교육의 미래를 가능케 해주는 중요한 출발점이자 전환점이 된 획기적인 사건이라 할 수 있다.

 

‘부실대학’에 정부재정을 지원할 수 없다는 논리 속에서 야심차게 추진한 구조개혁 정책이지만, ‘구조개혁의 목표와 비전’의 부재는 달성해야 할 정책목표와 수단 간의 정합성 괴리를 야기시키며 구조개혁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을 확산시키고 있다. 과연 대학구조개혁을 통해 정부가 그리고자 하는 고등교육의 큰 그림은 무엇일까?

 

정부가 표방하는 구조개혁의 큰 목표는 입학자원 감소에 따라 사회와 대학이 맞게 될 재정적 충격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각 대학들이 스스로 잘 할 수 있는 분야를 특성화하여 대학 스스로의 경쟁력을 갖추라는 것으로 요약해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에 정부가 채택하고 있는 수단을 볼 때 과연 그러한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인지 의문이다.

 

우선, 평가방식과 컨설팅 과정이 획일적으로 이루어진 것에 문제를 찾을 수 있다. 평가과정에서 고려해야 할 아주 세부적인 기법들에서의 논란은 차치하고라도, 수도권대학이나 지방대학, 대규모 대학이나 중소규모 대학에 대한 구분없이 획일적인 잣대로 이루어졌다. 또, 최근까지 이어온 컨설팅 과정 역시 대학의 특성에 따른 컨설팅이 아닌 동일한 잣대로 제시된 컨설팅이 이루어졌다.

 

둘째, 구조개혁의 목표와 방향의 부재이다. 현 시점에서 볼 때, 정부가 대학구조개혁을 통해 원하는 것은 목표한 정원감축 인원의 달성이라는 가시적인 성과이다. 예컨대 정부는 구조개혁평가과정에서 각 대학들로 하여금 ‘발전계획과 특성화 계획을 잘 세우고, 그에 따라 교육과정을 잘 설계하며, 이를 지원하는 다양한 지원시스템을 구비하라’고 요구하고 있는데, 정작 정부는 이러한 기본계획의 마련에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고등교육에서 수도권대학과 지방대학, 대규모대학과 중소규모 대학, 국립대학과 사립대학의 역할과 기능은 무엇이고, 이러한 조합이 우리나라 고등교육 체계 속에서 어떻게 기능하게 할 것인지 아직까지 제시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대학 구조개혁이라는 원대한 계획에 대한 실천방안은 수시로 바뀌고 있고, 당장 2주기 평가계획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까지 발표된 바 없다.

 

이제 정부가 우리나라 고등교육의 미래를 신중하게 고민해 보고, 큰 그림을 그려야 할 시점이라 생각된다. 그 큰 그림 속에서 대학평가도 재정지원사업도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우리 사회 속에서 고등교육 본연의 역할과 기능을 고민하면서, 고등교육의 주체들이 모여 전체적인 밑그림을 함께 그려나가야 할 때이다, 정부가 바뀌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위태로운 계획이 아닌 중장기적 플랜과 그에 필요한 조합에 맞추어 단계적으로 하나씩 차근차근 필요한 퍼즐들을 완성해 나가는 그런 구조개혁 정책을 기대해 본다.

 

이정열 중부대학교 부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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