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종교] 놓아버림에서 오는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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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집중 수행을 다녀왔다. 명상센터가 시골구석에 있는데도 다들 멀다않고 찾아왔다. 출가자지만 도심에 있다 보면 매일 조금씩은 할 수 있어도 온종일 집중해서 수행하기는 어렵다. 여러 가지 해야 할 일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끔은 이런 시간이 꼭 필요하다. 재가자들을 위한 명상수련이라 함께 하면 불편하지 않겠느냐는 선원장 스님 말씀에 같이 하게만 해 달라 부탁드렸다.

 

참가자들의 직업이 다양했다. 학교 선생님, 대학 교수, 법무사, 무용가, 음악가, 주부, 학생 등. 물론 나이도 20대부터 70대 까지 다양했다. 어쨌든 이렇게 스무 명 남짓 모여 청소 등 각자의 할 일을 정했다. 점심 공양 후 선원장 스님의 수행법문이 있은 뒤 본격적인 수행이 시작됐다. 명상주제는 아나빠나 사띠, 즉 들숨 날숨을 관찰하는 호흡수행이다.

 

며칠이 지나고 한참 수행 분위기가 익어갈 무렵이었다. 명상 도중 조용히 화장실에 다녀오다 너무 재미있는 장면을 보게 되었다. 모두들 눈을 감고 가부좌를 하고 허리를 곧추세우고 사뭇 진지하게 앉아있는데, 그 표정들이 혼자 보기 아까웠다. 한 사람 한 사람 사진을 찍어서 자신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을 지경이었다.

 

눈을 감고 호흡을 바라보랬더니 망상이 생기는지, 잘 되지 않는지 표정들이 오만상이다. 그런데다 허리를 너무 편 나머지 뒤로 제쳐진 사람, 어깨에 잔뜩 힘이 들어간 사람, 졸음에 못이겨 고개를 흔드는 사람 등 그야말로 천차만별이다. 어깨에 힘을 빼고 마음을 편안히 하고 호흡을 바라보아야 하는데, 누가 억지로 앉혀놓기라도 한 듯 괴롭기 그지없는 표정들이다. 이쯤되면 수행이 아니라 고행이라 해야겠다.

 

저녁 수행문답 시간에 선원장 스님께서 웃으시며 긴장을 풀고 인상들을 좀 펴라고 말씀하신다. 다들 웃었다. 너무 애쓰지 말고 마음을 편안히 하고 입가에 살짝 미소를 띠우면 좋을 것이다. 몸과 마음이 편해야 집중이 잘 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모든 것을 내려놓고 오직 호흡에만 관심을 두게 되면 그 순간만큼은 세상살이에 복잡했던 생각들이 일어나지 않는다. 온갖 생각들이 놓아질 때 비로소 마음이 평온해진다. 이것을 번뇌의 소멸이라고 한다. 사실, 우리를 힘들게 하는 번뇌의 주범이 ‘생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온갖 생각으로 골치가 아프니까 말이다.

 

처음 수행을 시작할 때 삼사일 정도는 수행에 몸과 마음을 익히는 시간이다. 이쯤이 지나야 바깥생활에서 들떴던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고 몸도 어느 정도 적응이 된다. 비로소 제대로 명상주제에 집중할 준비가 된 것이다.

 

시간은 흘러 어느덧 일주일이 지났다. 마지막 헤어지는 날에 수행을 마치고 다들 차를 마시며 그간의 수행담을 나누었다. 처음 삼사일은 적응하느라 힘들었다고 한다. 나 역시 그랬다. 일주일 동안 계속 호흡 한 가지에만 집중하려고 노력했더니 지금은 마음이 너무 편안하고 행복하다고들 했다. 모두들 돌아가지 않고 계속 있었으면 좋겠다 했다. 비록 짧은 시간이지만 온갖 생각들로부터 벗어나니 마음이 행복할 수밖에. 이런 행복이 일상에 돌아가서도 지속되면 좋은데, 어렵다.

 

이렇게 온갖 번뇌와 생각들을 놓아버림에서 오는 행복을 맛본 사람은 그 기분을 잊을 수가 없을 것이다. 틈틈이 명상주제를 챙겨서 일상에서도 불필요한 생각을 줄이도록 훈련하면 좋다. 고요한 데서 지혜가 생기듯이 차분히 가라앉은 마음은 매사에 올바른 판단을 하는데 도움이 된다.

 

올 여름 별다른 휴가계획이 없다면 놓아버림에서 오는 행복을 맛볼 수 있는 명상수행을 권한다. 지금까지 내가 아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행복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도문 아리담 문화원 지도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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