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 수원시립공연단 창작뮤지컬 ‘정조’

수원 대표 관광상품 가능성 봤다

완벽한 초연은 없다.

때문에 이를 감안한 완성도와 가능성 등이 초연작 평가의 중요한 기준이 된다. 이 같은 측면에서 수원시립공연단(예술감독 장용휘)이 지난 13~17일 수원SK아트리움에서 첫 선을 보인 창작뮤지컬 <정조>는 합격점을 받기에 충분했다. 

창작뮤지컬로서는 상대적으로 부족한 예산(2억4천만원)으로 제작된 이 작품은 세계문화유산 화성과 국내 최초 계획도시인 수원시의 가치를 효과적으로 알렸다. 더욱이 무예 24기 시연단 등 기존 자원을 절묘하게 결합해 예산 절감 효과와 대중성까지 확보했다.

 

극은 노인 정약용이 승하(昇遐)한 정조대왕을 그리워하는 회상 장면으로 시작, 140여 분 동안 정조의 일대기를 그린다. 뒤주에 갇힌 아버지 사도세자의 죽음을 목격하는 어린 정조부터 궁중에서 이뤄진 암살 시도, 소통과 개혁의 시험 무대였던 도시 수원 조성, 세계문화유산 화성 축성, 혜경궁 홍씨 진찬연 등에 이르기까지 수 십 년의 역사가 펼쳐진다. 

지루할 수 있는 장구한 역사를 등장인물의 짧고 명확한 대사와 뮤지컬 넘버로 전달, ‘서얼허통’(서얼차별금지제도)과 무예도보통지 편찬 등 조선 후기 문예부흥을 이끈 정조의 정치적 철학과 치적을 부각시켰다.

 

역사 소재 공연물에 대해 고루할 것이라는 선입견을 벗겨낸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전통적인 콘텐츠다.

 

지난해 시립공연단 창단에 앞서 수 년 전부터 야외에서 무예 시연을 벌여왔던 무예단원들은 주요 배역인 백동수 등 연기와 무예 시범을 동시에 소화하며 역동성을 더했다. 실내공연장에 맞춰 연출한 무예 시연 장면은 무대조명과 음악 등이 어우러지면서 전통을 보존하면서도 현대적인 마샬아츠이자 시립공연단만의 차별화 지점이 됐다.

 

여기에 “민중은 개·돼지” 등 풍자와 해학이 살아있는 광대극과 사물놀이, 버나돌리기 등 전통적 공연 콘텐츠들이 쉴 새 없이 관객을 들썩이게 했다.

물론 정조가 ‘미완의 개혁군주’였던 만큼 마무리되지 않은 갈등 속에 희망을 그리는 부자연스러운 결말, 광대들의 노래 ‘머리 어깨 무릎 발’, ‘물의 근원’을 주제로 한 반복적인 대사와 뮤지컬 넘버 등 일부 장면은 수정 보완이 반드시 필요해 보인다.

 

그럼에도 수원의 대표적 문화예술관광 상품 제작 욕심을 밝혔던 장용휘 예술감독이 당초 목적을 이뤘다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 

화성과 수원시에 얽힌 역사와 그 의미를 함축한 대사들은 외국인 관광객이 번역대사로 봐도 무리없을 정도로 쉽고 명확했으며, 동시에 시민의 자긍심을 높이기에 충분했다. 또 무예 시연과 창작무용 등 비언어적 요소를 버무려 외국인은 물론 누구나 즐길만한 볼거리로 무장했기 때문이다.

 

초연 아닌가. 이제 남은 것은 ‘덜어내기’다. 모처럼 지역공연단이 지역의 자원을 적극 활용해 완성한 ‘예쁘게 영악한 작품’에 박수를 보내며, 체류형 관광을 이끄는 대표 콘텐츠로서의 가능성이 현실화되기를 응원한다.

 

류설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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