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 봤다. 이 시를 짓누르고 있는 건 빚더미다. 호화청사는 애물단지로 변한 지 오래다. 전철 사업비 5천153억원은 빚으로 남았다. ‘환매 조건부 개발 방식’이 시 예산을 갉아먹고 있다. ‘앞선 시장들’이 벌려놓은 짓이다. ‘지금 시장’에겐 매일 빚 독촉장이 날아든다. 그렇다고 누굴 원망할 입장도 아니다. 정부에 단단히 찍혔다. 방만한 지자체의 표본이 됐다. 사방천지에 도와줄 곳은 없다. 스스로 허리띠를 졸라 맬 수밖에 없다.
선심성 행사를 없앴다. 축제도 줄였다. 사업도 태반을 줄이거나 취소했다. 도로 확·포장, 고속도로 IC 접속도로 신설, 지방 도로 개설, 교차로 개선 등이 사라지거나 축소됐다. 신규사업은 생각도 안 한다. 총액 한도제를 도입해 스스로를 꽁꽁 묶었다. 이러다 보니 늘어나는 게 주민 반발이다. 곳곳에 볼썽사나운 현수막이 내걸렸다. ‘○○○시장 물러가라.’ 그래도 이렇게 지독하게 굴며 수천억원을 아꼈다. 그 돈으로 빚을 갚고 있다.
공직자들도 다 내려놨다. 시ㆍ의회의 업무추진비 30%를 삭감했다. 5급 이상 간부들은 기본급 인상분을 반납했다. 직원들의 복지포인트도 50% 삭감했다. 해외 문화 체험 인원도 80명에서 50명으로 줄였다. 연가보상 일수 최대 지급일 수도 50% 삭감했다. 하루 3만원 받던 일ㆍ숙직비까지 60%로 줄였다. 꼭 필요한 인력 아니면 채용도 안 한다. 이렇게 해서 후생복지비(47억원), 인건비성 경비(30억원), 기타 경비(50억원)를 줄였다.
빚이 줄기 시작했다. 2012년 빚은 6천275억원이었다. 2016년 6월 현재 557억원이다. 5천153억원이던 전철 빚은 이미 지난해 말 ‘0’을 찍었다. 2017년이면 총 부채도 ‘0’이 된다. 내심, 그 시기가 빨라질 수 있다는 기대도 있다. 막판 졸라매기가 한창이다. 체납세 징수를 위해 담당 부서가 바쁘다. 몇 개 남지 않은 공유재산을 팔려고 ‘땅장사’로 뛰어든 공무원들도 있다. 이제는 시민들도 “조금만 참으면 된다”고 말하기 시작했다.
칭찬할 일이다. 예산 낭비로 망가진 지자체는 많다. 그래서 빚더미에 올라앉은 지자체도 많다. 하지만, 이를 극복했다고 인정된 지자체는 많지 않다. 특히 그 과정이 생생히 증명된 지자체는 없다. 시민들도 이제 불만 대신 자부심을 말한다. 이장 A(54)의 얘기다. “정부도 인정해줄 거다. 정상으로 돌아올 날도 멀지 않았다.” 이렇던 시에 청천벽력이 생겼다. 생각지도 않았던 철퇴가 떨어졌다. ‘빚 청산’ 이전으로 되돌리는 철퇴다.
지방재정개혁이다. 매년 1천700억원씩 정부가 떼어간다고 한다. 시가 굶주리며 갚아온 빚이 매년 1천 몇 백억원이다. 그만큼씩의 돈을 정부가 꼬박꼬박 가져가겠다고 한다. 더 졸라맬 허리띠도 없다. 수당도 더 줄이기 어렵고, 직원도 더 줄이기 어렵다. 더 팔 재산도 없고, 더 미룰 사업도 없다. 결국 ‘지난 2년’처럼 계속 살라는 얘긴데…. ‘빚 청산’이라는 희망도 버리란 얘긴데…. 2년을 참고 살아온 시민들에겐 정부가 야속하다.
두어 달 전, 시장(市長)은 말했다. “조만간 부채 제로(0) 선언할 거야. 그러면 시민들이 원하는 거 다 해줄 수 있어.” 소주 한 잔이 힘을 줬던 모양이다. ‘제로 선언’의 시기도 공언했다. 그 후 지방재정개혁안이 등장했다. 그 직격탄이 시에 떨어졌다. 엊그제-광화문 1인 시위가 끝난 다음 날-, 시장이 말했다. “(공정 80%) 운동장 건설도 중단해야 하는 건가…. 힘들다.” 2년만 참자고 했던 시장에게도 정부가 한없이 야속한 모양이다.
용인시 얘기다.
김종구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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