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가톨릭의 김수환 추기경님과 법정스님이 함께 영적 교류를 하고 있을 때 종교 간 화해의 염원의 상징을 만들고 싶다는 법정스님의 제의로 조각가인 가톨릭 신자 최종태 서울대 교수에 의해서 2000년에 제작된 관음상입니다.
가까이 가서 보면 한편으로는 자비의 부처님 상이고 한편으론 가톨릭에서 깊은 공경을 드리고 있는 자애로운 성모 마리아의 모습을 엿볼 수 있습니다. 이 불상 혹은 성모님 상을 통해서 불자나 신자나 다 같은 하늘 아래서 같은 신앙으로 지내고 싶은 염원이 얼마나 큰가 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길상보탑이란 4사자 7층 석탑이 있습니다. 이 탑은 길상사를 무주상보시한 길상화 보살님과 법정스님의 고귀한 뜻을 새기고 성북동 성당과 덕수교회가 함께 정성과 종교 간 교류의 염원을 모아서 2012년에 제작 봉안되었습니다.
어느 시대나 종교의 갈등에 의해서 선량한 사람들이 상처를 받으며 살고 있음을 우리는 인류 역사를 통해 수 없이 보고 있습니다. 그래서 종교 일각에선 나름대로 종교의 교의를 뛰어넘어 함께 어울리고 싶은 염원을 여러 가지 방법으로 표현하고 있음을 봅니다.
40여 년 전만 해도 불교와 개신교와 가톨릭이 이단이니 열교니 하면서 마치 상대 종교를 구원받을 수 없는 이단의 교로 신자들에게 가르쳐 왔었는데 이젠 조심스럽게 서로를 바라보고 있음을 봅니다.
저도 40여 년 전에 평소 존경하던 목사님과 교류를 하면서 틈틈이 그분 예배당에 가서 설교와 예배를 주관하고 그 목사님은 우리 성당에 오셔서 비록 미사는 드리지 못하여도 함께 기도하고 감명 깊은 강론도 하였는데 웃어른들에게 야단을 맞곤 우리는 마치 사랑하는 연인 사이가 강제로 헤어지듯 결별의 아픔을 겪어야만 했습니다.
어떤 신부는 불교학을 전공하다 불교의 깊은 현의를 깨우치면서 자기가 운영하는 양로시설에 좀 특별한 반가좌상을 제작하여 놓았습니다. 즉 불교에서는 자주 보는 반가사유상입니다. 예수님을 반가좌상으로 제작하여 못 박히신 예수님의 못 3개를 손에 얹어 놓은 상입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부처상이고 또 한편으론 십자가에서 내려오신 예수님의 상입니다. 이 특별한 상은 교황청에 보내져서 거기서 보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30여 년 전부터 그 신부가 느닷없이 자기 성당에 ‘부처님의 탄신 기념일을 함께 축하와 감사를 드립니다’라는 플래카드를 성당 정문에 걸어놓은 적이 있습니다. 신자들도 그리고 우리 교회의 어른들도 의아해하며 뗄 거냐 말 거냐 하고 옥신각신 했었습니다. 그런데 어떤 절의 주지스님이 자기 절에 ‘예수님의 탄생을 함께 축하와 감사를 드립니다’라는 플래카드를 절 정문에 걸기 시작했습니다.
이젠 세월이 흘러 불교와 가톨릭의 어른들께서 서로의 경축일에 함께 축하를 교류하는 아름다운 모습이 창출되고 있습니다.
힘겹지만 우리는 이 화합의 길을 조심조심 걸어가고 있습니다.
최재용 천주교 수원교구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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