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인터뷰] 손광주 남북하나재단 이사장

“북한이탈주민 성공은 북녘에 통일 희망의 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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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광주 남북하나재단 이사장은 국내ㆍ외 북한 문제 전문가 톱클래스에서도 단연 톱이다. 

통일정책연구소(현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연구위원, 경기개발연구원 통일동북아센터 선임연구위원 등의 경력은 둘째이더라도 북한연구의 계기가 된 김정일 처조카 이한영씨(본명 리일남)와의 만남, 북한에서 남한으로 망명한 최고위급 인사인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가 작고하기까지 글쓰기와 연구, 대외활동을 돕는 비서를 했다.

 

이는 남한사회 그 누구도 접하지 못한 특별한 인연이다. 더욱이 황장엽씨와는 6년여 동안 한반도 정세와 북한 문제 등을 토론하고 고민했다. 

 

그가 대북 전문가로 손꼽히는 이유이다. 손 이사장은 “북한이탈주민은 먼저 온 통일”이라며 “이들의 행복과 성공의 이야기는 북녘의 동토에 통일의 희망을 전하는 홀씨”라고 강조했다.

 

그는 인터뷰 내내 “통일을 준비하는 착한(着韓)허브가 되겠다”며 탈북민의 애환은 물론 그들을 보듬어야 하는 우리 사회의 역할과 남북 화합ㆍ소통, 바람직한 통일관 등을 자신에 찬 목소리로 소신있게 밝혔다.

 

Q 남북하나재단은 일반인에게 생소하다. 기관의 역할은.
A 통일부 산하 공공기관인 남북하나재단의 근거 법률상 공식명칭은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이다. 그 이름 그대로 북한이탈주민들을 우리 사회에 잘 정착할 수 있도록 돕는 기관이다.

 

‘남북하나재단’은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의 별칭으로 탈북민의 우리 사회 안정적 정착이 바로 남북을 하나로 만드는 것이라는 기관의 비전을 담고 있다.

 

통일은 정치적 통합(Unification)과 인적 통합(Integration)으로 나눌 수 있는데 북한동포인 북한이탈주민들이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에 잘 적응해 자연스럽게 동화되는 것은 후자인 integration에 해당한다.

 

재단은 북한이탈주민들이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에 정착하는 데 필요한 생활안정, 교육, 취업 지원 및 우리 사회의 포용력을 높이기 위한 대국민 인식개선사업, 기부ㆍ결연 사업과 함께 정착지원 관련 조사ㆍ연구 등 많은 부분에 걸쳐 다양한 사업들을 맞춤형으로 집행하고 있다.

Q 탈북민을 위한 사업이 다양할 텐데 그중에서도 올해 중점 사업은.
A 그동안 다양한 사업을 펼쳤지만 올해는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우리 사회의 긍정적 인식을 높이는 데 주력하겠다. 각 지역에서 자원봉사를 하는 탈북민 봉사단체들을 ‘착한(着韓)봉사단’이라는 브랜드로 묶어 이들의 지역사회 뿌리내림을 위한 노력을 대외적으로 알리고 있다.

 

탈북민들이 대한민국에 정착해 열심히 그리고 평범하게 살아가는 모습들을 발굴해 언론과 온라인 뉴미디어를 통해 ‘탈북민은 우리 이웃’이라는 인식확산을 통해 심리적 거리감을 줄이도록 노력 중이다.

Q 북한 체제와 이념 문제를 연구해 온 대북 전문가로 역대 이사장 중 최고의 적임자로 평가받는다. 탈북자는 대한민국에 어떤 존재 (의미)인가.
A 북한이탈주민은 우리에게 ‘먼저 온 통일’이라는 존재이다. 이는 두 가지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다. 

우선 통일이 되면 만날 수 있는 북한을 북한이탈주민을 통해 미리 만나게 된다는 의미와 남북통일(unification)에 앞서 실현된 북한동포와 남한주민의 통합(integration)의 장이 열렸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결국 북한이탈주민은 우리에게는 통일이라는 개념과는 분리할 수 없는 존재이다.

 

수령독재 전체주의에 익숙한 북한동포들이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에 잘 동화되는 것이 통일한국의 성공적 모습이라면 북한이탈주민의 우리 사회 안정적인 정착이 바로 성공적 통일한국 구현의 바로미터이며 리트머스지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통일한국의 미래를 위해 북한이탈주민과 남한주민 간에 소통하고 이해하는 사회로 만들어나가야 하는 책임과 의무가 우리 모두에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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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우리 사회의 탈북민에 대한 포용력과 이해가 부족해 보인다.
A 탈북민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면 가장 큰 이유로 탈북민의 숫자가 국민의 0.1%에도 못 미치는 2만9천137명(2016년 3월 기준)에 불과한 것을 들 수 있다. 따라서 탈북민을 직접 만나거나 접촉한 경험이 있는 국민의 비율은 미미할 것이다.

 

또 언론 등에서는 탈북민을 자극적 소재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아서 우리 이웃으로서 탈북민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인식을 하기 어려운 환경에서 이들에 대한 포용력을 가지기도 어려운 한계가 존재한다.

Q 이들에 대한 불신과 부정적 이미지 개선과 사회적 통합의 대안은.

A 재단에서 실시하는 다양한 인식개선 사업들이 바로 우리 사회의 이러한 포용력을 높이려는 것이다. 인식개선사업은 우리 사회가 북한이탈주민을 편안한 이웃으로 받아들이는데 초점을 두고 추진한다.

예를 들어 탈북민이 자립해 우리 이웃으로 잘 지내는 사례나 봉사하는 탈북민 사례를 발굴, 언론을 통해 국민에게 알리고 유튜브나 블로그, 페이스북 같은 온라인 미디어를 통해서도 탈북민 바로 알리기에 노력하고 있다.

 

작년에는 통일부와 함께 전국 곳곳에서 봉사활동을 하는 탈북 봉사단 11개를 착한(着韓)봉사단으로 선정하고 이들의 사회공헌 활동을 적극 장려하고 있다. 재단은 우리 사회가 가진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이미지를 ‘받는 탈북민에서 나누는 탈북민’으로 바꿔 나가고 있다.

Q 남한 사회와의 소통, 통합을 위한 탈북민들의 사회공헌 활동을 소개한다면.
A 재단이 지난해 사회조사를 통해 북한이탈주민의 기부와 자원봉사 활동 여부를 조사한 결과, 기부한 적이 있다는 북한이탈주민은 17.2%, 자원봉사에 참여한 적이 있다는 답변은 23.5%로 일반국민 29.9%, 18.2%와 비교했을 때 기부는 낮고 자원봉사는 더 높게 나타났다.

 

이는 상대적으로 소득이 낮은 탈북민들이 기부보다는 자원봉사를 통해 사회공헌에 적극적으로 나서며 주변과 직접 소통하려는 의지가 높다고 볼 수 있다. 앞서 말씀드린 착한 봉사단도 탈북민들의 이런 봉사욕구를 지원하는 것이다.

Q 우리 사회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 간에 통일에 대한 견해차가 있다.
A 통일에 대한 시각은 분단과 전쟁을 경험했는지에 따라 차이를 보인다. 분단과 전쟁을 경험한 세대는 지금의 분단된 조국이 다시 하나 돼야 한다는 열망이 강하고 이산가족 문제를 겪으며 북한동포에 대한 애착도 크다. 그러나 이를 직접 경험하지 못한 젊은 세대들은 상대적으로 분단이 익숙할 뿐만 아니라 북한동포와 유대감이 없다.

 

따라서 세대 간에 통일에 대한 가치 기준이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젊은 세대들이 북한과 통일에 대해 경험을 할 수 있는 접점이 있는데 바로 북한이탈주민이다. 북한이탈주민들을 통해 분단된 조국의 현실을 직접 접하고 북한동포에 대해 알게 될 뿐 아니라 대한민국이 직면한 통일 문제의 존재를 느끼게 된다.

 

재단이 남북대학생 통일PT경진대회 등을 통해 젊은 세대 간 교류와 소통을 활성화하는 것도 통일한국을 만들어 갈 젊은 세대들에게 이러한 열정과 의지를 불어넣기 위함이다.

Q 통일 준비를 위해 남한 사회의 역할이 있다면.
A 우리 사회가 탈북민을 어떻게 인식하고 받아들이느냐 하는 것은 탈북민의 정착 성공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또 탈북민에 대한 호감도는 통일 후 우리와 함께 할 북한동포에 대한 호감도와도 뗄 수가 없다.

 

결국 탈북민에 대한 호감도는 대한민국의 통일 수용성과도 연관이 있다. 그러나 북한이 싫어서 탈북한 북한이탈주민에게 북한문제의 책임을 지우는 사회적 분위기는 정말 안타깝다.

 

지속적인 인식개선 사업을 통해 국민에게 탈북민들을 바로 알릴 필요가 있다. 천안함 사태와 같은 북한 이슈가 생기면 탈북민들이 ‘너희는 왜 그러느냐’ 라던가 ‘북한으로 돌아가라’와 같은 말을 듣으면 상처를 받는다.

 

우리는 기본적으로 북한체제와 북한동포를 구분해서 접근해야 한다. 우리가 적대시하는 것은 북한의 전체주의 수령체제이지 헌법상 우리 국민인 북한동포가 아님은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북한동포 중 북한의 수령체제를 벗어나 대한민국에 와서 우리 곁의 이웃이 된 사람들이 북한이탈주민이라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김창학기자

사진=전형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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