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시론] 중국의 ‘혼수모어’ 전술을 경계하라

중국은 수백개로 나누어진 국가였던 춘추전국시대부터 진나라가 통일할 때까지 자신들이 살아남고 발전하기 위해 다양한 전략과 전술을 구사해왔다. 역사적으로 중국인의 다양한 계책들이 집대성된 많은 책들이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손자병법, 육도삼략, 36계 등이다.

 

그 중 36계의 제20계인 ‘혼수모어’는 물을 흐려놓고 고기를 잡는다는 계책으로 적의 내부를 혼란시켜 전력을 약화시킨 다음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상황을 전개시킨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중국은 대외정책에서 이전부터 내려오던 많은 전략과 전술을 구사하고 있다.

 

덩샤오핑 시기의 ‘숨어서 실력을 키우고 때를 기다린다’ 는 뜻의 도광양회(韜光養晦)는 한동안 우리에게 익숙했던 단어이다. 실제로 중국의 정책은 자신의 국력을 성장시켜 G2가 된 이후 ‘할 일은 하겠다’ 는 유소작위(有所作爲)로 바뀌었고, 시진핑 시기에는 훨씬 더 적극적이고 공세적인 외교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얼마 전 북한의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인 리수용이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국가주석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회담을 가졌다. 시진핑 주석은 이 자리에서 북한 대표단의 방문은 북한 노동당과 중국 공산당 사이에 전략적 의사소통을 진행하는 훌륭한 전통을 다시 보여주었다고 평가하였다. 이 방문이 있기 전까지만 해도 북한은 자신의 전통적 우방이자 한반도 문제의 직접 당사자인 중국의 외교적 권위에 도전하는 일을 서슴지 않았다.

 

그러나 시진핑 주석이 김정은의 노동당 위원장 추대에 축하 전문을 보내면서 그 분위기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중국 남자 농구팀이 북한에서 친선경기를 가지고 김정은은 마지막 경기를 직접 관람하였다.

 

중국이 북한에 대한 최근의 전술적 변화는 바로 ‘혼수모어’ 계책을 구사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북한의 핵개발에 대해 한국과 미국은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인 사드(THAAD)배치를 기정사실화 하고 있다. 중국은 사드를 한반도에 배치할 경우 자신들의 안방까지 들여다 볼 수 있다고 생각하고 한국을 미국의 대중국 봉쇄의 전략적 전초기지로 인식하면서 북한을 이용하려고 하고 있다.

 

실제로 한국은 군사적으로는 미국과의 한미동맹을 축으로 안전을 추구하고 북한의 핵문제를 해결하려 하고 있고, 동시에 경제적으로는 중국과 밀접한 협력을 유지하고 있다. 중국은 한국 정부의 정책을 충분히 꿰뚫어보고 한반도에서의 주도권을 장악하기 위해 다시금 ‘북한카드’를 꺼내들어 한국을 압박하고 있다.

 

한국의 입장에서 안전을 위해 미국의 사드배치를 반대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중국의 새로운 북한 끌어안기에 대해 특별한 대책을 가지고 있지도 못하다. 이러한 중국의 ‘혼수모어’ 전술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중국이 시도하는 전술의 행간(行間)을 읽을 줄 아는 혜안이 필요한 시점이다.

 

중국의 전술에 말려들지 않기 위해서는 미국과 중국의 의도와 한반도와 동북아에서의 역학 구조를 냉정히 분석하고 미중간의 관계에서 적절한 균형을 찾아야 할 것이다.

 

박기철 한중교육문화연구소 소장·평택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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