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연평 어민이 中어선 나포할때 해경 뭘 했나

통탄할 일이다. 우리 어민들이 불법조업 중인 중국어선을 나포할 동안 해경은 뭘 하고 있었는지 한심하다. 인천 옹진군 연평도 어민들이 지난 5일 새벽 70~80척의 중국 어선들이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침범, 떼 지어 조업 중인 걸 보다 못해 이 중 2척을 나포해 중국인 선원 11명을 해경에 인계했다. 어민들이 해경에 줄기차게 중국어선의 불법조업 단속을 요청했지만 해경 단속이 제대로 효과를 얻지 못하자 어민들이 직접 행동에 나선 거다.

해경으로선 체면 깎이고 창피스런 일이나 이를 스스로 느끼지 못하는 것 같아 딱하기만 하다. 오히려 해경은 우리 어민이 중국어선을 나포한 지점이 민간 항해가 금지된 구역이라며 우리 어선이 허가 수역을 벗어나 진입 금지 구역까지 들어간 점을 부각시켜 우리 어민들의 잘못만을 탓하고 있다. 이쯤 되면 해경이 왜 필요한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런 해경에 우리의 생명과 재산을 맡기고 있다고 생각하니 분노가 치민다.

남방해역의 어로한계선(조업허용구역)은 남북 군사충돌 위험을 방지하고 어선 안전을 위해 NLL로부터 남방 2마일 해역에 정부가 선을 그어 놓은 안전조업 구역이다. 때문에 우리 어선들이 진입 금지 구역을 들어가선 안 된다. 하지만 이는 중국어선이 NLL을 침범한 불법어로와는 차원이 다르다. 따라서 우리 어선들이 어로 한계선을 넘어가 NLL을 침범한 중국어선을 나포한 건 이해할 만하다.

중국어선의 불법조업을 적극적으로 막지 못하는 건 해상 치안을 담당한 해경 당국의 책임이 크다. 연평도 앞바다는 서해5도 어민들의 삶의 터전이다. 해경이 꽃게잡이로 생계를 이어가는 어민들의 어장이 때를 가리지 않는 중국 어선들의 저인망식 불법조업으로 꽃게 뿐 아니라 다른 어족의 씨가 말라가도록 방관하는 건 수역관리 포기다. 중대한 직무유기다.

국내 최대 꽃게어장인 연평도의 꽃게 어획량은 2009년 295만㎏에 달했지만 2010년 242만㎏, 2011년 225만㎏, 2012년 189만㎏, 2013년엔 97만㎏까지 떨어졌다. 2014년 137만㎏으로 소폭 증가했지만 2015년 다시 117만㎏으로 줄었다. 특히 올 봄엔 지난해 같은 기간의 3분의 1 수준으로 생계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어민들은 중국 어선들의 싹쓸이 불법조업으로 연간 피해액이 3천~4천억 원에 이를 거라고 추산하고 있다. 어장보호는 해양주권 수호와 직결된 만큼 중국어선이 함부로 넘보지 못하게 해양 경비 경계 역량을 집중, 단속을 강화해야 한다. 어민들의 조업안전 등 민생보호는 해경의 핵심 과제임을 한시도 잊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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