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인천 토종기업 한진해운 위기의 교훈

한진해운이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인천 토종기업인 한진해운은 오늘(31일) 중구 신흥동 정석빌딩에 있는 인천사무소를 철수한다. 경영 악화로 채권단 공동관리(자율협약·저강도 워크아웃)에 들어간 한진해운이 운영비 절감을 위해 취한 고육책이다. 한진해운 인천사무소 철수는 창업 이래 39년만의 일로 경영 위기가 그만큼 절박했음을 뜻한다.

한진해운은 한진그룹 창업주인 고(故) 조중훈 회장이 1977년 인천을 기반으로 설립한 기업이다. 조 회장은 1969년 국내에선 생소한 컨테이너선을 처음 도입했고, 같은 해 인천항에 한진 컨테이너터미널을 착공, 1974년 처음으로 민자 부두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이후 1977년 컨테이너선 중심의 해운사로 출발한 한진해운은 1988년 대한선주를 합병하며 국내 1위 선사(船社)로 올라섰다.

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30여 개의 현지법인과 4개 지역그룹 산하에 200여 개의 해외지점을 둔 글로벌 해운사로 성장했다. 그러나 2002년 조 회장이 타계하면서 형제간 계열 분류를 통해 3남 조수호 회장이 한진해운을 맡았고, 그 역시 2006년 사망하면서 시련은 시작됐다. 2007년 부인 최은영 회장이 경영을 맡았으나 글로벌 금융 위기에다 무능·방만 경영으로 사운은 기울어 갔다. 그는 2014년 시숙인 조양호 회장에게 경영권을 넘기기까지 7년간 경영하면서 현재 시세의 최고 5배에 이르는 고가의 용선(선박임대)계약을 체결, 2011년 이후 매년 수천억대의 적자를 냈다. 경영난에 비싼 용선료를 제때 지불하지 못해 그동안 연체된 선박 임대료가 1천 100억 원에 달한다. 용선료 연체로 선박이 압류되면 최악의 경우 내년 가입하기로 한 제3해운동맹에서 퇴출될 수 있는 상황이다. 생존 확률이 낮아지는 거다.

뿐만 아니다. 최 전 회장 일가는 지난 달 한진해운의 채권단 공동관리 신청 직전에 미공개 내부 정보를 이용, 보유 주식 30억 원어치 전량(97만주)을 팔아 10억 원 이상의 손실을 피한 의혹을 받고 있다. 또 경영권을 넘기기 직전 극심한 경영난에도 2년간 97억 원에 이르는 연봉과 퇴직금까지 챙겼다. 그의 철면피 행태는 이에 그치지 않았다. 한진해운의 알짜 계열사들을 따로 떼어내 유수홀딩스라는 자기 회사를 차렸다. 이 회사는 빌딩 임대 수익만 한 해 100억 원을 육박하는 걸로 알려졌다. 한진해운을 망쳐놓고 자기 몫만 챙긴 거다. 튼실한 글로벌 해운사도 경영인이 무능하고 사익 챙기기에만 몰두하면 하루아침에 위기 상황에 빠질 수 있음을 실증한 악례다. 이는 한진해운뿐만 아니라 모든 산업계가 두고두고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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