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은 모든 세대에 있어 이슈다. 특히 청년 취업은 항상 문제로 지적된다. 청년들이 제조업 위주의 영세ㆍ중소기업 등에서 힘든 일은 하기 싫어하면서도 스펙 위주로 심사하는 대기업, 공공기관 등에는 입사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청년층은 항상 취업에 허덕이고 중소기업은 구인난을 겪고 있다.
취업난을 해결하고 필요한 인력을 적재적소에 보냄과 동시에 스펙없는 능력중심의 사회를 구현하려고 노력하는 곳이 있다. 바로 한국산업인력공단 경기지사(이하 산인 경기지사)다. 전국에서 가장 많은 산업체와 인구가 밀집해 있는 경기도에서 맡은 임무 수행을 위해 직원들이 항상 분주한 곳이다.
지난해 7월 취임한 최병기 산인 경기지사장(58)도 많은 외부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다수의 기업이 상주해 있는 만큼 찾아가야 할 곳도 부지기수이기 때문이다. 최 지사장을 만나 취업난 해소를 위한 앞으로의 대책과 위축되고 있는 기술인력 강화 방안에 대해 들어봤다. 그는 “일학습병행제, 기능인력 양성을 통해 조기부터 취업이 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책이 더욱 활성화 되야 한다”면서 “특히 학력위주로 평가해 기술인력을 무시하는 사회 분위기는 우리 산업의 발전 근간이 기술인들을 사라지게 하는 위험한 발상이기 때문에 국가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기술인에 대한 대우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경기지사에 부임한 지 1년이 다 돼 간다. 감회가 어떤가.
-지난해 7월 한국산업인력공단 경기지사장으로 부임했으니 이제 11개월이 됐다. 공단은 전국에 24개 지부ㆍ지사를 두고 있는데 그중에서 경기지사는 조직과 인원, 그리고 사업규모에서 두 번째로 큰 기관이다. 공단은 근로자의 직업능력개발 지원, 국가자격검정 시행, 외국인근로자 고용 지원, 청년 해외취업 지원 그리고 숙련기술장려 등 인적자원의 개발, 평가, 활용에 관한 제반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이같은 사업 특성상 관계기관과의 협력, 외부전문가 활용이 필수적이어서 대외협력 업무가 많아 근무하면서 외부활동 특히 산업현장을 많이 찾아간 것 같다.
▲지사장으로 근무하면서 어려운 점은 없었나.
-특별히 어려운 점은 없다. 다만, 업무량이 많고 주로 현장 지원업무를 수행하기 때문에 일손이 많이 부족하다. 이러한 형편에도 직원 모두가 열심히 하고 있어 감사한 마음이다.
▲지난 1년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무엇인가.
경기지사로 부임함과 동시에 경기도기능경기위원회 운영위원장이란 직함도 함께 얻었다. 지난해 울산에서 개최된 제50회 전국기능경기대회에서 경기도가 종합우승 4연패를 달성, 우승기를 흔들었던 모습이 기억에 선하다. 좋은 성과를 달성했다는 것에 아직도 기쁘다. 기능을 존중하고 기능인을 우대하는 풍토를 조성하는 사회분위기를 이끌어 가는데 공단의 역할이 크다는 걸 다시 한번 느꼈다. 오는 9월 서울에서 개최되는 전국기능경기대회에서도 5연패 종합우승을 이어가고자 노력하고 있다.
▲산인 경기지사, 도내에서 어떤 역할 수행하고 있는가.
제조업 중심의 많은 기업이 집중된 경기도에서 우리 지사는 수원, 용인, 화성, 안성, 평택 등 경기남부권역의 13개 시를 담당하면서 관내 중소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기업이 요구하는 인력의 양성과 근로자의 직무능력향상을 지원하고 있다. 또 국민들이 일자리를 가질 수 있도록 직업능력개발과 자격 취득을 지원하고 있고 구인난을 겪는 중소기업의 인력부족 해소를 위해 외국인근로자 고용을 지원한다. 더불어 대한민국 명장 등 우수 숙련기술인 발굴, 기능경기대회 개최 등을 통해 숙련기술을 중시하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역할 등도 담당하고 있어 여러 국정과제를 수행 중이다.
▲고용활성화를 위해 추진하고 있는 대표 사업은 무엇이 있는가.
고용에 있어 능력중심사회를 만들고자 마련된 일학습병행제가 대표적이다. 이 제도는 현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로 공단에서도 가장 역점을 두고 추진해 나가는 사업이다. 이는 독일과 스위스의 도제 제도를 한국의 실정에 맞게 도입한 프로그램으로 기업에서는 재교육 부담을 줄이면서 기업이 요구하는 현장 실무형 인재를 양성할 수가 있고 학생과 근로자는 불필요한 스펙을 쌓지 않아도 된다. 올해 4월말까지 전국적으로 7천여개 기업과 2만여명의 학습근로자가 참여 중이며 경기지사 관할 참여기업 수는 6백여개, 학습근로자 수는 1천4백여명으로 지속적으로 훈련을 이어나가고 있다. 정부는 2017년까지 참여기업 1만개, 학습근로자 7만명을 목표로 하고 있다.
기업의 경쟁력 향상을 위해 사업주와 근로자의 직업능력개발을 지원해주는 훈련사업도 주요 추진사업 중 하나다. 연간 60만명 정도의 근로자가 훈련에 참여하고 있다. 사업주 직업능력개발훈련은 사업주가 소속근로자, 채용예정자, 구직자 등의 직무능력 향상을 위해 직업훈련을 한 경우 이에 소요되는 훈련비용의 일부를 지원하는 제도이다. 경기지사는 사업주의 훈련 참여를 활성화하고자 훈련과정 설계, 훈련과정 인정신청 등에 대한 안내서를 제작, 배포하고 직접 산업현장을 찾아가 컨설팅도 하고 있다.
▲중소기업 구인난 해소를 위한 외국인 고용도 산인에서 담당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맞다. 사업주가 고용센터에서 외국인근로자 고용허가서를 발급받게 되면 그 이후 근로계약 체결부터 시작해 국내 입국까지 모든 과정을 대행해 주고 있다. 입국한 후에는 외국인근로자가 한국생활과 사업장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체류지원 서비스를 제공한다. 외국인근로자의 사업장 내 애로 및 갈등 해소를 위해 사업장을 직접 방문해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통역 서비스를 제공한다. 취업기간 만료 후에는 자국으로 귀국할 수 있도록 귀국 준비를 지원하는 등 종합적인 고용체류지원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취업난 해결을 위해 정부가 주목해야 할 점은 무엇인가.
-청년 일자리 문제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대부분의 나라가 공통적으로 가지는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 중 하나다. 우리는 기능인 우대정책을 펴는 독일이나 스위스 같은 나라에서는 청년실업 문제가 상대적으로 덜 심각하다는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리 정부도 학벌을 대체할 수 있는 능력중심사회 구현을 위해 국가직무능력표준(NCS)의 개발과 일학습병행제를 시행하고 있다. NCS는 산업현장에서 직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는 데 필요한 지식, 기술, 태도 등의 능력을 국가가 표준화한 것이다. 최근 청년층이 선호하는 일자리로 꼽히는 공공기관 채용 공고를 보면 NCS 기반 채용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 공단은 지난해 130개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NCS에 기반을 둔 능력중심 채용 컨설팅을 진행했다. 정부 방침에 따라 2017년까지 모든 공공기관은 NCS에 기반을 둔 능력중심채용 시스템을 운영하게 된다. 기업 인사 담당자와 신규 입사자를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 결과, NCS에 기반을 둔 채용이 과도한 스펙 쌓기 완화, 이직률 감소 등에서 효과가 매우 높다는 긍정적인 신호가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관련 제도의 이용을 높여 취업과 채용 문화로 자리잡도록 해야한다.
▲기술인력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기능인에 대한 대우가 예전 같지 않다는 이야기는 우리 사회에 기능인 우대풍토 조성이 그만큼 절실하다는 방증이라고 생각한다. 정작 우리나라의 산업화와 경제발전을 이끌어온 주역들은 기능인들이지만 지식 정보화 사회에 들어와 우리 사회가 학력중심사회로 바뀌다 보니 대학진학을 목표로 한 교육이 기능인 양성 교육보다 활성화됐다. 이에 따라 정부가 나서서 학력 철폐, 능력중심사회 구현에 앞장서고자 기능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높여 기능존중 풍토를 조성하는 다양한 숙련기술진흥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효과가 미비하다. 진정한 능력중심사회의 롤 모델은 바로 미래의 숙련기술인이므로 이들에 대한 지원과 관심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앞으로의 계획은
-내가 공단에서 근무한 지 33년이 됐다. 그동안 축적한 경험을 바탕으로 앞으로 공단의 미래를 이끌어갈 후배들에게 멘토 역할을 하고 싶다. 그리고 맡은 업무를 잘 수행해 공단의 존재감을 높이고 지역사회 발전에 이바지하는 경기지사가 되도록 노력하겠다. 학력이나 불필요한 스펙이 없어도 능력을 통해 성공할 수 있는 능력중심사회를 만드는 데도 앞장서고자 한다.
이정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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