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도시 인천의 보행환경이 불량하다. 인천시가 보행자를 우선적으로 배려하는 살기 좋은 도시로 만든다며 시민들의 이동권 확보와 교통복지 향상 차원에서 많은 시책을 펴고 있다지만 아직도 미흡한 부분이 많다. 인도는 툭하면 공사로 파헤쳐지고 행인은 차도로 밀려나기 일쑤다. 주택가 골목은 좌우로 마구 차를 세워놓아 차량과 행인이 뒤범벅돼 통행이 어려운 상태다. 도시환경의 기본인 도로에서 보행자가 걸어 다닐 권리를 잠식당하고 천대받는 상황이 비일비재하다.
특히 학교 주변에 설정된 어린이 보호구역(스쿨존)에서도 교통사고가 여전히 발생하고 있어 어린이들도 마음 놓고 다닐 수 없는 지경이다. 초등학교와 유치원·어린이집 정문주변 반경 300m에 설정된 스쿨존에선 자동차는 시속 30㎞ 이하로 서행하고, 주·정차도 금지된다. 하지만 부평구 십정동 동암초교 스쿨존 도로는 인도까지 불법주차 차량들이 차지하고 있으며 일방통행 도로에서 역주행하는 차량도 있다.
남구 도화동 도화초교 스쿨존도 마찬가지다. 편도 4차선 도로에서 차량들이 제한속도인 시속 30㎞를 어기고 과속 질주해 어린이들이 교통사고 위험에 노출돼 있다. 국감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인천지역 스쿨존 656곳에서 발생한 어린이 교통사고는 156건에 달한다.
중구 운복동 벌판마을 길은 주민들과 길 중간에 있는 어린이집 아동들이 이용하는 도로다. 차량 1대가 겨우 통행할 수 있는 좁은 도로에 차량이 진입하면 도로 위 어린들은 혼비백산 논밭으로 내려섰다가 차가 지나간 다음 길 위로 올라와야 한다. 주변에 변변한 도로가 없으니 주민과 어린이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이 도로를 이용하는 수밖에 없다.
계양구 변방동 장제로를 따라 만들어진 도로는 변방시장을 이용하는 보행자 도로다. 하지만 오토바이 수리점에서 수십대의 오토바이를 내놓아 행인들이 통행에 불편을 겪고 있다. 또 서구 청라국제도시 내 중봉대로는 1㎞거리에 청라호수공원이 있고 인근에 2개의 대형 마트가 있는 상가 밀집지역이다. 그러나 인도 곳곳에 세워놓은 오토바이 때문에 행인들이 인도를 벗어나 위험한 차도를 이용하는 등 불편을 주는데도 단속하는 기미는 없다. 이래선 안 된다. 행정은 다수 시민의 편리 위주로 구현돼야 한다. 불편 없이 걸어 다닐 곳이라도 확보되면 도시민 삶의 모습은 훨씬 여유로워질 것이다. 인천시의 걷고 싶은 도시 만들기 사업의 역량 집중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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