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한 승부 끝 승리 많아 순위 다툼서 경쟁력 될 듯
프로야구 SK 와이번스는 지난해 5위를 기록하며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시즌 전 우승후보로까지 꼽혔음에도, 와일드카드로 가을야구에 턱걸이한 것이다. 비판이 일었다. 김용희 SK 감독이 내세운 ‘시스템 야구’를 상투적인 구호로 받아들이는 이들이 많았다. 김 감독은 “하는 일이라곤 (괜찮다는 의미로) 고개를 끄덕이는 것밖에 없다”는 비아냥까지 들어야 했다.
그랬던 SK가 올해 ‘디펜딩 챔피언’ 두산 베어스의 대항마로 떠오르고 있다. 멤버 구성을 보자면 지난해가 더 좋은데도 말이다. 물론 김강민, 최정 등 주축 선수들이 부상 없이 시즌을 치르고 있다는 점은 상승 작용을 불러일으킨다. 언더핸드 투수 박종훈이 선발 마운드의 한 축으로 성장한 점, 에이스 김광현이 한층 더 진화했다는 점도 플러스 요인이다. 그러나 이런 요소들을 제외하더라도 현재 SK는 강하다.
SK는 수치 상 두산과 더불어 리그에서 가장 높은 장타율을 자랑하는 팀이자, 마운드가 탄탄한 팀이다. 얼핏 보면 잘 막고 있다가 큰 거 한 방으로 승부를 결정짓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실제로는 조금 다르다. SK는 어느 팀보다 집중력 있는 야구를 하고 있다.
SK는 22경기를 치른 28일 현재까지 3점 차 이상으로 진 적이 2번 밖에 없다. 반대로 세이브 충족 조건이 아닌 4점 차 이상으로 이긴 적은 5번 뿐이다. 바꿔 말하면 15경기를 경기 막판까지 치열하게 다퉜으며, 그 중 9번을 이겼다는 이야기다. 그만큼 집중력 싸움에서 앞섰다는 의미다.
한 시즌은 팀 당 144경기씩을 치러야 하는 장기전이다. 투타 모두 항상 좋은 컨디션를 유지하기는 어렵다. 타자는 때리지 못하고, 투수도 막지 못하는 시기는 반드시 온다. 하지만 집중력은 컨디션과 별개다. 1점을 소중하게 여기기에 매 순간 경기를 신중하게 풀어나가게 된다. 또 집중력이 뒷받침된다면 눈앞의 경기에서 지더라도, 순위 다툼에선 뒤떨어지지 않게 된다. 이는 종목을 불문하고 방정식처럼 통용되는 사실이다.
개막 직후 근소한 차이로 순위를 다투다가도 시즌 중반을 지나면서 격차를 크게 벌리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전력 차이일 수도 있겠지만, 이는 매 순간 얼마만큼 집중력을 발휘했느냐에 따라 갈린 결과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올 시즌 SK는 강팀이다.
조성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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