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엔 다른 목소리가 없다.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이 총공세에 나섰다. 새누리당 부산 후보들을 싸잡아 성토했다. 새누리당도 지지 않았다. 5일 부산상공회의소로 부산의 모든 후보들이 모였다. ‘가덕도 신공항 건설 서약식’을 거창하게 가졌다. 대구(밀양)에 맞서 싸우는 부산(가덕도)의 신공항 전투다. 부산의 미래가 걸린 이 전투에 정당은 없다. 모든 정당들이 똑같이 ‘가덕도 신공항’을 약속하고 나섰다. 선거란 게 이렇다.
경기도에도 현안이 있다. 수도권 규제 완화다. 부산의 가덕도와 닮았다. 가덕도 신공항 유치는 부산을 살리는 일이다. 수도권 규제 완화는 경기도를 살리는 일이다. 그런데 정치는 다르다. 부산 정치는 가덕도 신공항에 한목소리를 낸다. 경기도 정치는 수도권 규제에 다른 목소리를 낸다. 풀자는 목소리도 있고, 풀면 안 된다는 목소리도 있다.
더민주당은 풀면 안 된다는 목소리다. 지금도 충청도에서 그렇게 말하고 있다. 충남도당이 내놓은 공약이 ‘완화된 수도권 규제를 원상 복구하겠다’다. 지금 규제는 성에 안 차니 ‘더 강화하겠다’고도 한다. 충청도당만의 구호였으면 좋을 텐데, 그게 아니다. 당 대표도 ‘수도권 규제 완화로 지방이 피폐해진다’고 말했다. 경기도 심장에 와서도 그런 말을 했다. 경기도 기자들 앞에서 ‘규제 완화는 안 된다’고 말하고 돌아갔다.
그렇다고 뭘 가져가겠다는 얘기도 없다. 하기야 가져갈 것도 없다. 참여정부 이후 수도권에서 나간 기관, 기구가 수두룩하다. 부산으로 13개, 대구로 11개, 광주ㆍ전남으로 15개, 울산으로 10개, 강원으로 12개, 전북으로 13개, 경남으로 11개, 제주로 10개가 갔다. 충청권으로는 무려 57개가 갔다. 빠져나간 민간 기업의 수는 여기에 넣지도 않았다. 갈 수 없는 게 아니라 가져갈 게 없는 것이다. 그런데 뭘 더 옥죄겠다는 건가.
국토균형발전론을 토론하려는 게 아니다. 경기도 표심에 대한 도리를 말하는 것이다. 어떻게 경기도에 승패를 건다면서 경기도의 규제 강화를 약속하나.
옛날엔 이러지 않았다. 수도권에 줄 선물도 챙겼었고 예의도 차렸었다. 2012년 10월 22일,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통령 후보가 경기ㆍ인천 기자들과 만났다. 거기서 문 후보는 경제수도론을 던졌다. 경기북부는 평화경제로, 경기남부는 지식경제로 키우겠다고 약속했다. 다음날 경기ㆍ인천 언론이 크게 보도했다. 모든 공약이 그렇듯 믿음이 가는 약속은 아니었다. 하지만, 경기ㆍ인천 유권자들은 그것도 선물이라며 받고 좋아했다.
지금 그런 게 없다. 냉혹하게 자르고 간다. 당이 이러니 후보들도 그렇다. 경기일보가 후보들에게 ‘수도권 규제’를 물었다. 더민주당 후보의 37%가 ‘규제를 풀면 안 된다’고 답했다. 이런저런 단서를 달았지만 결국 ‘안된다’였다. 부산 후보에게 ‘가덕도 신공항’을 물었더라면 어땠을까. ‘유치하겠다’는 답 하나였을 거다. 경기도는 아니었다. “규제 완화를 고민해야 한다”는 안민석 후보의 긴급 논평이 되레 당내 반항처럼 들렸다.
여기엔 자신감이 있는 듯 보인다. 경기도 표심은 특이하다. 규제 완화라는 화두에 흔들린 적 없다. 수도(首都)를 빼겠다는 후보에게도 가장 많은 표를 던졌었다. 충청도 할아버지, 전라도 아버지가 만드는 8도 표밭이어서다. 이번에도 ‘규제’ 화두는 미풍도 못 낸다. 오히려 더민주당의 지지도가 올라가고 있다. 그렇게 보면 더민주당의 선택이 옳은 듯도 보인다. ‘경기도 쬐끔 잃고 충청도 왕창 얻자’는 지혜로운 셈법으로도 보인다.
그런데 말이다. 그래서 도민의 상처가 크다. 도민 숙원이 정치 셈법을 넘어서지 못하는 현실이 더 서운하다. 아마도 이렇게 20대 총선이 끝날 것 같아 보여서 더 속상하다.
정치인 1명에게 4월 13일은 ‘행복한 하루’다. 하지만, 1,300만 도민에게 4월 13일은 여전히 ‘고단한 하루’다. 그 고단한 하루 속에 내 땅이 묶여 있고, 내 애들이 실직해 있다. 그 땅 때문에 개발 규제를 풀어달라는 것이고, 그 애들 때문에 공장 규제를 풀어달라는 것이다. 이런 도민의 뜻이 또 정치에 외면당하고 있다. 그것도 앞서 간다는 제1 야당에 외면당하고 있다. 2년 뒤 여당이 될 거라는 더민주당에 외면당하고 있다.
그렇다고 새누리당이 당 차원의 공약을 내놓은 것도 아니고…. 결국, 또 하나의 헛소리-‘어느 정당이든 규제 좀 풀어 달라’-를 기록하는 듯 하다.
김종구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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