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모가 2010년 8월6일 사망하였다. 채권자에 대해 6억 원의 빚이 있었다. 조모의 유족으로는 남편인 조부와 두 자녀(손자녀들의 아버지와 어머니)와 3명의 손자녀들이 있었다. 두 자녀가 상속을 포기하였다. 원고는 두자녀의 아들 딸들인 3명의 손주들에게 대여금청구소송을 제기하였다(조부는 연대보증을 하였기 때문에 이 사건 상속채무청구소송에서는 제외하였다). 이 경우 손자녀들은 위 채무를 변제할 의무가 있는가.
상속을 포기한 자는 상속이 개시된 때부터 상속인이 아니었던 것과 같은 지위에 놓이게 된다. 두 자녀 모두 상속을 포기하였으므로 조부 및 3명의 손자녀들이 공동으로 상속인이 된다.
따라서 이 사건에서는 조부와 3명의 손자녀들이 조모의 차용금채무를 상속하게 되므로 이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 법원에서도 3명의 손자녀들에게 차용금채무를 변제하라는 채권자 승소 판결이 선고되었다.
나이 어린 손자녀들은 아닌 밤중에 날벼락을 맞은 꼴이 되었다. 꼼짝 없이 조모의 빚 6억 원과 그 이자를 지급해야할 운명에 처하게 된 것이다.
손자녀들은 조모가 채무가 있는 사실과 조모의 자녀들인 아버지 및 고모가 상속을 포기한 사실 등을 전혀 알지 못했다. 이런 경우에도 손자녀들이 조모의 채무를 상속하여 이를 변제해야 한다는 것은 누가봐도 불합리하다. 이 경우 어떻게 할 것인가. 결론부터 말하면 구제수단이 있다. 그 절차를 밟으면 채무를 변제하지 않아도 된다.
상속인은 상속개시 있음을 안 날로부터 3월 내에 상속포기를 할 수 있다(민법 제1019조 제1항). 이 건에서 ‘상속개시를 안 날’이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조모가 사망한 사실을 안 날일 것이다. 그렇지만 종국적으로 상속인이 누구인지를 가리는 것이 법률상 어려운 문제가 있는 경우에는 자신이 상속인이 된 사실까지 알아야 상속이 개시되었음을 알았다고 할 것이다.
이 건에서 조모가 사망하였는데 두 자녀들(손자녀들의 부모)이 전부 상속을 포기한 때에는 손자녀들이 상속인이 된다는 것은 상속의 순위에 관한 민법 제1000조, 배우자의 상속순위에 관한 민법 제1003조, 상속포기의 효과에 관한 민법 제1042조 등의 규정을 종합적으로 해석하여 비로소 알 수 있는 것이다. 이 건과 같이 자녀들이 모두 상속을 포기한 경우 손자녀들이 상속인이 된다는 사실이 법에 명시적으로 규정되어 있지 않다. 일반인의 입장에서는 이렇게 손자녀들이 상속인이 된다는 것을 아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따라서 손자녀들은 결국 자신들이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상속포기를 해야하는 것을 알지 못하였다고 볼 수 있다. 손자녀들은 상속채무를 이행해야 한다는 판결이 선고된 후에야 비로소 알게 된 것이다. 이런 경우 손자녀들은 판결이 선고된 때로부터 민법 제1019조 제1항에 규정된 상속포기 기한인 3개월 내에 상속포기를 하면 상속채무를 부담하지 않을 수 있게 된다.
손자녀들은 판결선고를 받은 때로부터 3개월 내에 상속포기를 한 다음, 채권자(원고)를 상대로 대해 선고된 상속채무이행판결에 대해 청구이의의 소를 제기하여 위 판결의 효력을 상실시켜야 할 것이다.
이재철 법무법인 마당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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