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경제] 아직도 먼 금융당국의 소비자 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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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금융분야는 어느 분야보다 소비자문제가 크게 대두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경우 시장 크기나 관련 소비자의 숫적 측면에서 보면, 금융 이외에 의료 부문의 비급여 문제, 자동차 부문의 급발진 피해, 통신 부문의 비용문제가 현재 가장 큰 소비자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금융 분야의 경우를 보면,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금융상품의 홍수 속에서 금융상품을 더더욱 이해하기 어려운 상품을 금융지식이 부족한 소비자가 매일 선택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현장에서 많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것은 누구나 알 정도이다. 최근 ISA상품을 보더라도 과거에는 세제혜택을 개별 상품에 주었기 때문에 하나의 상품을 이해하면 되었다.

하지만 이번 ISA통장은 통장이라는 바구니 안에 여러 상품을 넣고 그 통장의 수익에 세제혜택을 부여해 준 것이기 때문에 과거에 1개 상품만 알고 가입하던 것을 ISA 경우 4~5개의 금융상품을 이해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1개 상품도 이해하기 어려운 금융소비자가 4~5개의 금융상품을 복합적으로 이해하기는 어렵다는 점에서 ISA 관련 소비자의 피해는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다고 보여진다.

 

이러한 피해가 있을 경우, 금융사에 대해 민원을 제기하면 소비자는 금융지식도 부족한 상황에서 자신이 기재한 금융상품 가입 서류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민원이나 소송 등의 상황에서 반드시 가입자 자신이 제출하고 서명하고 녹취된 금융사 보관의 서류를 제대로 발급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어찌 보면 소비자가 작성하거나 관련된 자료를 금융사가 안 준다는 것 자체가 쉽게 이해가지 않는다. 최근 크게 문제가 되었던 동양사태 발생시에도 피해자들에게 관련된 서류나 녹취를 제공하지 않아 문제가 발생하였다.

 

소비자보호를 한다면서 금융사도 금융당국도 소비자가 계약시 작성된 관련 서류조차도 주지 않은 상황을 지금까지도 이에 대한 명확한 해명이 없고, 제도도 보완하지 않아 오늘도 소비자만 골탕을 먹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금융위는 이러한 문제점을 이제야 인식했는지 개선한다고 한다. 그런데 이러한 개선을 금융소비자보호 모범규준을 개정한다고 하니 너무도 안이한 인식이 아닐 수 없다. 

법적으로 제공할 의무가 없다고 법을 내세우는 금융사들에 대해서 법적 제도로 개선하는 것이 아니라 모범 규준으로 해결하려 한다는 자체가 얼마나 소비자 보호 인식이 부족한 가를 보여준 것이다. 이런 문제가 동양사태를 계기로 크게 부각된 문제였지만 이제 와서 자본시장법의 개정이 아닌 아주 손쉬운 모범규준 개정으로 손보겠다는 것은 참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금융당국은 아직도 증권사들이 멋대로 자행하는 것이 한 두가지가 아닌데 본질의 이해 없이 개선했다고 실적만 내세우려는 것은 아닌가 싶다.

 

소비자보호는 상식선에서 이제 충분하게 사회적 기준이 형성되었다고 본다. 소비자보호를 하지 않으려는 금융사들이 법을 방패삼아 안 된다고 한 것을 금융당국은 법이 아닌 모범규준으로 처리하려 한다면 신뢰받아야 할 금융당국의 모습을 기대하기는 더 멀어질 듯 하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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