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범인에 테이저건 뺏기고 역습당한 인천경찰

인천경찰 보기가 민망스럽다. 난동부리는 취객을 연행하기 위해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이 소지한 테이저건(권총형 전기충격기)을 뺏기고 역습당한 사건은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인천 남부경찰서 용오파출소 A경위(43)와 B순경(31)은 지난 16일 자정께 남구 용현동의 한 골목에서 음주운전자가 싸움을 벌이고 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

현장엔 술 취한 C씨(48)와 D씨(48)가 있었고, 경찰관은 C씨가 음주운전을 하고 주차 후 행인과 어깨를 부딪쳐 시비가 붙은 사실을 확인했다. 경찰은 C씨를 음주운전 및 폭행 현행범으로 연행하려 했으나 C씨 등이 완강히 저항하며 A경위에 달려들어 격렬한 몸싸움을 벌였다. A경위는 이들을 제압하기 위해 테이저건을 사용했으나 C씨가 입고 있던 옷이 두꺼워 전기충격을 주지 못해 실패했다.

이에 흥분한 취객 C씨가 A경위의 멱살을 잡고 흔들어 A경위가 테이저건을 떨어뜨렸고, D씨가 이를 집어 들어 A경위 옆구리에 테이저건을 쏴 전기충격을 가했다. D씨는 이어 쏴선 안 될 부위인 B순경 머리에 전기충격을 가했다. 다행히 난동 취객들은 추가 투입된 경찰에 제압돼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구속됐으나 역습당한 두 경찰관은 머리·목 등을 다쳤다.

범인들이 출동 경찰에 정면 도전하는 건 사회기강과 치안상태가 극도로 어지럽고 해이해졌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거다. 민생치안의 일선 보루인 경찰의 근무체계가 얼마나 허술했으면 공권력이 이처럼 위협받는 지경에 이르렀나를 생각하면 시민들로선 불안하기도 하다.

경찰관이 신고 받고 출동할 땐 어떤 상황이라도 대비할 태세를 갖추는 건 치안 유지자로서의 기본이다. 출동 초기에 범인 검거를 위한 태세가 완벽했더라면 이들에게 테이저건을 뺏기고, 역습당하는 등 공권력이 유린되는 창피한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거다. 물론 경찰당국은 평소 범인 검거에 대한 일반적인 교육 훈련을 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긴급 상황이 발생했을 때 경찰관 개개인이 초동 조치를 얼마나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취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느냐는 거다.

경찰관의 긴급 상황 대처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선 평소 범인을 초동 장악할 수 있는 무도훈련을 강화해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정부가 턱없이 부족한 인력과 장비를 확충할 수 있는 예산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경찰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경찰의 복무 자세에 문제가 없는지 전반적으로 점검, 보강·보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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