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시론] 차이나 블랙홀에 흡수되는 한국인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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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수도 베이징에서 지하철을 탔다. 교통지옥이라는 별명에 걸맞게 퇴근 시간이라 많은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사람들은 그 복잡함 속에서도 스마트 폰에 눈을 고정하고 열심히 보고 있다. 이들이 보고 즐기는 프로그램은 한국에서 우리가 매일 TV를 통해보는 익숙한 프로그램들이다.

중국의 연예프로는 출연자만 중국인이지 제목도 우리와 거의 유사하다. 그 이유는 프로그램들이 한국에서 직수입을 하거나 혹은 모방해서 만든 것으로 중국의 스마트 폰과 이들의 안방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이 가지고 있는 스마트 폰은 수년전과는 완전히 다른 양상이다. 지하철 안의 사람들 손에는 아이폰, 화웨이, 샤오미가 대부분이다. 그래도 극소수의 사람이 삼성폰을 들고 있어서 기쁜 마음으로 보았더니 오래된 기종에 그리고 이미 연세가 지긋하신 분들이다.

 

한때 중국 시장에서 최고로 여겨졌던 삼성한국 제품들이 불과 수년만에 시장 점유율이 급격히 낮아지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한국의 주력 산업 전반에 걸쳐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다. 한국의 5대 주력 산업인 반도체, 석유화학, 철강, 조선, 자동차 산업에서 이미 조선은 중국의 거대한 파도에 매몰되었으며, 반도체도 곳곳에서 무너져 내리고 있다. 자동차 역시 중국에서 생활해보면 빠른 속도로 위협받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최근 몇 년간 중국에 유출되는 한국의 인재들이 모든 영역에서 속출하고 있다. 항공업계의 인력도 심각한 상황으로 중국 광저우를 방문했을 때 한국 국내 항공의 조종사가 중국으로 건너와 중국 항공사에서 일하고 있었다.

 

한국의 인재들이 중국이라는 블랙홀에 빠져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 번째 이유는 중국에서 찾을 수 있다. 중국은 개혁개방 이후 30년간 외화를 축적했고, 이를 이용해 해외인재를 흡수하여 산업구조를 한 단계 더 도약하려고 계획하고 있으며 여기에 바로 한국의 인재들이 자신들의 입맛에 딱 맞는다는 것을 발견한 것이다. 

많은 경우 한국의 인재들에게 파격적인 조건, 즉 ‘1. 3. 9’를 제시하는데, ‘3년을 보장하며 1년에 한국 임금의 9배를 주겠다는 것이다.’ 거절하기 어려운 조건을 과감하게 제시하는 중국의 제안에 한국의 인재들이 중국으로 흡수되고 있다.

 

두 번째로 더 큰 이유는 한국, 우리 내부에서 찾을 수 있다. 한국 무역협회의 자료를 빌리면 안정적 일자리가 부족하다는 것이 첫 번째 이유이고, 여기에 더하여 높은 업무강도와 열악한 연봉, 경직된 기업문화 등이 인재유출의 이유로 조사되고 있다. 이러한 근무환경에서 인재들에게 무조건적인 애국심이나 애사심만을 강조한다고 이들을 붙잡을 수는 없다. 기업들이 눈앞의 이익과 단기간의 경제적 효율만을 추구하는 한 우리의 인재유출을 막는 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정부와 기업은 인재의 유출을 탓하거나 비난하기 이전에 과연 우리의 국민과 인재들을 어떻게 대우하고 있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애국심과 애사심은 말로 되는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국민들을 주인으로 섬기고 인재들이 미래에 대한 비전을 가지고 열심히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때 만들어지는 것이다.

 

박기철 한중교육문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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