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지역 유권자들의 분노가 치솟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인 윤상현 의원(인천 남구을)의 막말 파문이 확산되면서 그를 지역 대표로 선택한 유권자들의 자존심이 무참히 뭉개져 분개하고 있는 거다. 윤 의원은 ‘공천 살생부’가 보도된 지난달 27일 밤 다른 친박(친박근혜)의원과 통화하면서 자당 대표인 “김무성이 죽여 버려 이XX. 다 죽여”라는 등의 막말을 해 4·13총선을 앞둔 여권을 혼란의 위기에 몰아넣고 있다.
윤 의원은 친박 의원과 통화한 경위에 대해 ‘공천 살생부’ 보도에 “너무 격분해 술을 많이 마신 상태에서 나온 발언”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술에 취한 발언이라기보다 권력에 취한 막말이 아니냐며 힐난하기도 했다. 또 유 의원은 김 대표에게 사과한다면서도 취중의 사적 대화를 녹음한 정치적 음모라며 오히려 반발해 호된 비난을 자초하기도 했다.
윤 의원 막말 파문의 본질은 총선 이후 당권 장악을 위한 계파 간 권력투쟁의 성격이 강하다는 게 일반적 견해다. 박 대통령은 작년 미국 방문 때 정무특보이던 윤 의원을 데리고 동행한 바 있다. 또 윤 의원은 박 대통을 사석에서 ‘누나’라고 부를 정도로 ‘박근혜의 남자’로 통한다. 이처럼 대통령의 신뢰와 총애를 받는 사람이기에 윤 의원의 막말 파문은 그만큼 커질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아도 윤 의원의 막말 파문이 커지자 당 주변에선 그의 공천 개입 정황에 대한 제보도 잇따르고 있다. 윤 의원이 자신의 지역구 인접 A지역구 현역 B의원 을 비판하며 특정 예비후보를 노골적으로 지지하고 있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또 C지역구의 D의원과 E지역구의 F의원을 낙천시키려고 그들과 경쟁 중인 다른 예비후보를 밀어주고 있다는 소문이 널리 퍼지는 등 공천 개입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처럼 윤 의원이 대통령의 호위무사를 자처하며 앞뒤 안 가리고 자파 세력 확장에 나선 건 삼권분립 논란에도 불구하고 그를 정무특보로 임명, 편애했던 박 대통령의 인사 탓도 크다. 그동안 지역 유권자들은 그가 친박 실세라는 점에서 지역발전에 그의 정치역량을 크게 기대했었다. 하지만 권력 주변을 맴돌며 호가호위하면서도 해경본부의 세종시 이전 등 지역 현안 해결은 외면, 시민단체의 낙천·낙선 대상이 되고 있다. 윤 의원은 막말 이후 총선 불출마와 정계은퇴 여부 등 거취를 묻는 질문에 자중자애하고 있다고 했다. 막말의 심각성을 모르고 하는 말이다. 적당한 말로 얼버무릴 일이 아니다. 처절한 반성과 함께 용단이 필요하다. 그 것만이 한 때 자신을 지지했던 유권자들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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