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면서] 남한산초등학교의 교훈

필자가 이 학교를 찾았을 때는 봄방학 중이었다. 게다가 금요일 오후 5시여서 학교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런데 건물 안으로 들어가 교실문을 열어보니 스르르 열리는 것이 아닌가.

교실은 그렇다 하더라도 학습준비실도 그리고 심지어는 교무실문도 잠겨있지 않았다. 이 학교는 예사학교가 아니구나 하는 것을 금시 알 수 있었다.

 

1912년 5월에 개교하여 역사가 100년이 넘은 학교. 독립운동가 해공 신익희 선생이 1회로 졸업하여 자부심이 높은 초등학교다. 아름다운 남한산성 도립공원에 위치한 ‘남한산초등학교’에는 특별한 일이 있었다. 경치 좋고 환경은 좋지만, 문화재 보호구역이라 주거 환경이 제한되는 바람에 인구가 줄고 급기야 2000년에는 전교생이 26명이 되어 폐교 위기에 몰리게 되었다.

 

우연히 인근지역에서 시민모임을 하는 학부모들이 여름방학 연수로 이 학교에 왔다가 당시 교장으로 부임한 정연탁 선생님으로부터 안타까운 소식을 듣고, 어떻게 해 보자는데 의견을 모으게 되었다. 

이들은 ‘전입학추진위원회’를 만들고, 새 학교를 만들어줄 교사를 초빙했다. 그리고 동문, 지역사회 인사들을 만나 동참을 호소했다. 이들은 남한산성이 가지고 있는 장점을 최대한 살려 지금까지 공교육에서 전혀 보지 못했던 것을 하는 새로운 학교, 그것을 만들기로 했다.

 

우선 관행화된 40분 수업을 바꿨다. 실제로 40분 동안의 수업으로 할 수 있는 학습은 극히 제한적이다. 교사가 설명하면 아이들은 듣고, 그런 뒤 숙제를 검사하고 다음 숙제를 내주는 일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강의와 함께 그룹별 토론과 발표가 이뤄지는 유연성 있고 생산적인 수업을 하기 위해서는 보다 적극적인 교과간의 통합이 이루어져야 하며 학습시간의 단위도 최소한 80분 이상은 되어야 한다. 그래서 80분 블록제를 도입했다. 쉬는 시간도 30분으로 늘려 학생들이 제대로 놀이를 즐길 수 있게 했다.

 

또 주변 환경조건을 최대한 활용하고, 그에 걸맞게 아름다운 학교를 만들기로 했다. 주차장으로 쓰이던 땅을 농장으로 일구어 농사체험 공간으로 조성했고, 교정의 시멘트 스탠드를 전교생이 벽화작업을 하여 미술작품으로 꾸몄으며, 뒷산에 산책로를 만들고 숲속 놀이터를 조성했다.

 

이런 일을 추진하는 사이 학교와 학부형, 그리고 지역사회와는 벽이 완전히 무너졌고, 교사들도 온전히 한가족이 되었다. 교무회의도 일방적인 정보전달이 아니라 모두가 이야기하는 화롯가 모임 같았고, 수업도 서로 공개하고 공유하였으며, 학생들도 언제나 스스럼없이 대화할 수 있는 공동체가 되었다. 아이들끼리 생기는 문제는 다모임이라 부르는 자치회가 처리했다.

 

이런 일을 시작하자 10명, 20명 전입생이 늘었고, 2001년 8월엔 학생이 103명이나 되어 6개 반을 편성할 수 있었다. 2016년 3월 현재 남한산초등학교 학생수는 166명이나 된다.

 

세계 최고의 바둑기사 이세돌이 인공지능 알파고와의 대결에서 패함에 따라 ‘인간사회’는 큰 충격을 받았다. 우리 인간은 이제 어떻게 살아야 하나? 엄청나게 변하게 될 사회에서 우리 아이들은 어떤 역량을 가져야 하나? 단지 시험점수나 올리고, 대학입시나 대비하고 대기업 취직만 생각할 일이 아니다.

창의적인 역량이 필요하고, 삶을 주도적으로 설계할 수 있어야 하고 또 배려하고 협력할 줄 알아야 한다. 인공지능 이야기가 온통 미디어를 점령하고 있는 이때 작은 배움공동체 남한산초등학교의 시도가 더욱 의미 있게 다가온다.

 

조영호 아주대학교 경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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