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손익을 따져보자. 삼일운동의 손해는 무엇일까? 200만 명을 넘어서는 생명이 누란지위와 폭력에 무방비로 노출되었음이 손해일 것이다. 삼일운동의 편익은 무엇일까? 역사는 현재의 문제를 기준으로 늘 재해석돼야 한다. 경제적 측면만 본다면 경제발전일 것이다. 경제발전의 요인을 따진다면 “바보야 문제는 바로 제도야”라는데 합의가 모이고 있다. 사람들의 선택은 손익에 의존하고, 게임규칙(즉, 제도)이 손익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혁신이 필요하다면 혁신에 유리한 게임규칙을 만들 일이다. 삼일운동은 이렇게 중요한 제도와 어떻게 관련될까? 삼일운동이 유별난 점은 ‘독립을 목표로 설정’하기보다는 ‘독립을 기정사실로서 공표’하였다는 점에 있다. 바로 이 때문에 삼일운동이 전개되는 와중에 독립국가에 필요한 임시정부를 설립하고 첫 헌법인 “대한민국임시헌장”을 제정한 것이다. 경제적 관점에서 볼 때 삼일운동의 가장 큰 성취는 임시헌장의 제 1조 “대한민국은 민주 공화제로 한다”다. 마침내 4천년 넘는 군주 또는 귀족국은 부정되고 주권재민과 자유민주주의의 대한민국이 선언된 것이다.
이 점이 왜 그리 중요할까? 민주주의와 경제발전 간의 현학적 관계 규명은 뒤로 하고 모두 아는 바를 정리해보자. 세계 각국을 살펴보면 저소득 국가와 하위 중소득 국가에는 민주정과 비민주정이 대체로 비슷한 수만큼 존재한다. 상위 중소득 국가로 넘어가면 민주정이 지배적이며, 고소득 국가(석유수출국 및 도시국가 제외)는 모두 다 민주주의 국가이다. 한편 하위 중소득국이 상위 중소득국이 되는 것도 어렵지만, 중소득국이 고소득국이 되는 것은 더더욱 어려워 이를 보통 ‘중소득국의 함정’이라 부르는데, IMF, 세계은행 등에 따르면 실제로 1960년의 중소득국 중에서 2008년에 고소득국의 반열에 오른 국가는 한국을 포함한 13개국에 지나지 않는다. 흥미로운 점은 이들은 석유수출국과 도시국가를 제외하곤 모두 민주주의 국가라는 점이다. 정리하면 헌법전문이 말해주듯 삼일운동의 편익은 바로 오늘날의 경제적 성취이자, 이를 가능하게 한 제도의 창출로 보아야 한다.
필자가 주목하는 것은 임시헌장으로 대변되는 삼일운동과 임시정부 그리고 당시 한국인들의 지적 성취이다. “구황실을 우대(제 8조)”하는 것으로 늘 그랬듯이 평화적으로 과거를 마무리하고, “민주공화제”로 한 문구로 새 시대를 여는데 합의를 이루어낸 연고가 궁금한 것이다. 일본의 경제적 성취를 그리도 무시할 정도로 성리학에 체화된 유인(孺人)들이 서구의 물밀듯이 밀려오는 사상 조류와 이웃 러시아의 기세 등등한 혁명을 ‘민주공화국’ 이 다섯 자로 정리한 것이다. 다가오는 100주년에는 선대의 지적 성취에 한껏 머리를 조아려 보고자 한다.
최희갑 아주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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