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항만의 보안 상태가 불안하다. 지난달 26일 인천 내항 4부두에서 중국인 선원이 보안 울타리를 넘어 밀입국했다. 올 들어 인천항에서 발생한 세 번째 밀입국 사건이다. 두 달 사이 밀입국 사건이 이렇게 잇따라 발생한 건 인천항 보안 시스템 곳곳에 구멍이 뚫렸음을 경고하는 것으로 결코 가볍게 보아 넘길 일이 아니다.
특히 김영석 해수부 장관이 지난달 22일 인천항을 방문, 항만 보안시설 운영 실태를 점검한 지 불과 4일 만이다. 또 곧이어 정부가 25일 전국 주요 항만 보안 강화 대책을 발표한 지 하루 만이다. 이러니 국민들이 당국의 보안 태세를 믿지 못해 불안할 수밖에 없다.
중국인 선원 A씨(33)는 중국 탕산항에서 1천997t급 화물선을 타고 지난달 25일 오전 인천 내항 5부두에 입항했다. A씨는 그 후 18시간을 숨어 있다가 26일 자정께 높이 3m의 작업용 사다리를 이용해 보안 울타리를 넘었다. 인천항보안공사 직원이 순찰 중 사다리를 발견했을 땐 A씨는 이미 도주한 상태였다. 보안 울타리는 사람의 몸이 닿으면 경고음이 울리는 적외선 감지기가 설치돼 있다.
그러나 A씨가 사다리를 사용한 탓에 센서가 작동하지 않았다. A씨가 밀입국한 시각 보안공사 상황실엔 6명이 근무 중이었고, 부두 주변에선 4명이 순찰 중이었는데도 A씨를 발견하지 못했다. 또 중앙통제실의 폐쇄회로(CC)TV도 A씨의 움직임을 포착하지 못했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겹겹이 둘러싼 보안망이 허망하게 뚫린 거다. 보안 시스템의 각 부문별 책임 소재를 철저히 밝혀내고 엄중 처벌해야 한다. 법무부 인천출입국관리사무소는 경찰과 함께 A씨의 행적을 쫓고 있지만 오리무중이다. 인천항에선 지난 1월 6일과 17일에도 인천 북항에서 베트남인과 중국인 선원이 잇달아 밀입국했고 아직까지 검거되지 않고 있다.
항만업계는 인천항보안공사의 구조적 문제와 낙하산 인사 등 비전문성을 지적하고 있다. 매년 적자 때문에 보안시설 투자와 보안인력 강화에 여력이 없는 상태다. 역대 사장 4명 모두 청와대 경호실 간부 출신이 임명됐고, 임원들은 거의 해수부 퇴직 관료 출신이어서 전문성을 기대하기 어렵다. 출입국관리사무소와 경찰 등 관계기관과의 협업도 미진하다는 비판도 있다. 인천항은 북항과 내항·신항 등 항만 면적이 넓어 밀입국자들의 표적이 되고 있지만 보안 시스템은 허술한 취약점이 있다. 보안인력과 장비를 대폭 보완하고 보안 시스템을 치밀하게 점검, 보강해야 한다. 또 보안의식을 생활화하고 관계 직원의 보안교육을 반복적으로 강화해야 함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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