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진 케미, 터트릴 실력 kt wiz 투수 고영표·정성곤

젊은 두 투수 ‘찰떡궁합’ 선봬 지난 시즌 활약 다소 아쉬워
부족했던 제구력 크게 향상 “팀 성적 위해 최선 다할 것”

▲ 정성곤, 고영표
“‘케미’하면 또 저 친구들이죠.”

 

프로야구 kt wiz가 스프링캠프를 차린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버나디노 샌 마누엘 스타디움. kt 관계자가 기자에게 다가오더니 투수 두 명을 손가락을 가리켰다. 검지손가락 끝에는 우완 고영표(25)와 좌완 정성곤(20)이 있었다. 웃음기를 가득 머금고 얘길 나누는 모습이 마치 친형제처럼 친해 보였다. 

캠프에서 극강의 케미(궁합을 뜻하는 영어단어 chemistry의 줄임말)를 자랑한다는 고영표와 정성곤을 훈련 뒤 만났다. 티격태격하면서도 서로를 알뜰히 챙기는 모습에서 돈독한 우애가 느껴졌다. 이들은 “팀이 좋은 성적을 거두는 데 있어, 중심은 아니더라도 가장자리에서나마 최선을 다 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 사이가 그렇게 좋다고 하던데.

고영표(이하 고)=운동을 같이하는 사이다. 동생들하고 잘 지내는 편인데, 성곤이하고는 특히 합이 잘 맞는다.

정성곤(이하 정)=영표형이 잘 챙겨주니까 따라서 하는 것 같다.

- 친해진 계기는.

고=성곤이가 막 입단한 2014년 겨울이었다. 스프링캠프를 앞두고 선수들 몇몇하고 사이판으로 몸을 만들러 갔는데, 그때 훈련 파트너가 성곤이었다. 어리바리한 고졸 신인이었는데, 지금은 내가 조금만 게으름 펴도 ‘형 빨리해요’라며 구박한다.

정=영표형을 위하는 마음에서 하는 얘기다. 절대 개인적인 앙금이 있어서 그런 것은 아니다.
고=하하. 아니다. 복수심이 없지 않아 있다.

농담 섞인 폭로를 주고받던 둘에게 지난 시즌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이들의 표정은 금세 바뀌었다. 고영표와 정성곤은 “아쉬움이 한가득”이라고 했다. 성적을 보면 그럴 만도 하다. 지난 시즌 불펜으로 활약한 고영표는 14경기에서 승패 없이 1홀드, 평균자책점 7.79에 그쳤고, 선발로도 몇 차례 등판했던 정성곤은 14경기에서 5승2패 평균자책점 5.61을 기록했다. 

고=시즌 초반 감을 못 잡으면서 정신적으로 많이 흔들렸다. 후반기에 좀 편안해져 나만의 야구를 할 수 있었다만, 그래도 돌이켜보면 여러모로 서툴렀던 시즌이었다.
정=선발로서 기회를 많이 얻었는데,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것 같아 아쉬울 따름이다.

- 현재 훈련 상황은 어떤가.
고=제구를 잡으려고 많이 노력하고 있다. 구속은 시즌을 치르면서 나아질 거라 생각하기 때문에 욕심을 내고 있지 않다.
정=사사구를 줄이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볼넷만 줄여도 더 나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거라고 지난 시즌 절실하게 느꼈다.

이성권 kt 전력분석원의 말에 따르면 고영표와 정성곤의 제구력은 지난 시즌에 비해 몰라보게 좋아졌다고 한다. 이성권씨는 “영표는 릴리스 동작을 빨리 가져가면서, 성곤이는 신체 발란스가 좋아지면서 제구력이 많이 향상됐다”고 설명했다.

- 올 시즌 각자만의 그림을 그리고 있을 텐데.
고=팀이 지난 시즌보다 좋은 성적을 거두는 데 있어 나와 성곤이가 조금이나마 보탬이 됐으면 한다.
정=큰 기복 없이 꾸준히 1군에 머물고 싶다.

이들과의 인터뷰는 빡빡한 훈련 일정 탓에 짧게 진행됐다. 사진을 위해 어깨동무를 요구하자 형님 고영표와 달리 아우 정성곤의 표정이 좀처럼 펴지질 않았다. 오해 마시길 바란다. 10분밖에 안되는 짧은 인터뷰 시간에도, 이들의 케미는 넘치다 못해 흘렀으니 말이다. 참고로 정성곤은 사진 촬영때 표정이 굳는 걸로 유명하단다.

미국 샌버나디노=조성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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