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구 칼럼] 세월호 부모님들께

김종구 논설실장 kimjg@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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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울고 기도했을 이웃
학부모들 입장 헤아리고
유족이 앞서 결정하시길

아침 신문에 기사가 났습니다. 단원고가 교실 공사를 하는 모양입니다. 학교의 8개 공간을 교실로 바꾸는 작업입니다. 교장실과 교무실 등 선생님들의 공간이 바뀐다고 합니다. 음악실 컴퓨터실 과학실 특수교실 6개 등 학생들의 공간도 바뀌나 봅니다. 그러면 교장 선생님은 컨테이너에서 근무하게 됩니다. 학생들은 과학 기자재를 교실로 들고 다녀야 하고, 시청각실에 모여 음악 수업을 해야 합니다.

신입생이 들어와섭니다. ‘기억교실’ 11개를 대체할 공간이 필요해졌습니다. 그대로 두고는 수업을 할 수 없습니다. 신입생 학부모들이 요구했습니다. 기억교실을 정리해달라고 했습니다.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을 저지하는 학부모도 있었습니다. 어제(23일)는 유가족 대표와 재학생 부모들이 함께 자리를 했습니다. 이 자리에서도 학부모들은 기억교실 정리를 요구한 모양입니다.

여러분 마음이 어떨지 압니다. 생때같은 아이들을 잃으신 분들입니다. 바로 어제 일처럼 2년을 살아오셨을 겁니다. 그런데 세상은 다 잊고 갑니다. 함께 울던 사람들은 모두 제자리로 돌아갔습니다. 남은 것은 갈수록 커져 가는 아이들의 빈자리뿐입니다. 그 마지막 체취가 남은 곳이 기억 교실입니다. 그런데 그 교실을 들어내라고들 합니다. 다른 사람도 아닌 후배들의 부모들이 요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서운해 마시고 미워 마십시오. 저분들도 여러분의 마음을 알 겁니다. 2년 전 그때, 틀림없이 함께 울었을 동네 주민들입니다. 잠겨 가는 에어 포켓의 끝자락을 보면서 가슴 절절히 기도했었을 분들입니다. 여러분이 사시는 곳이 그리 넉넉하지 않은 동네라고 들었습니다. 그래서 더 맘 아파하고 함께 기도했을 이웃 주민들입니다.

그런 분들의 아들 딸 300명입니다. 스스로 선택해 시험치고 들어온 단원고가 아닙니다. 교육청이 그렇게 정해놓고 가라고 하니 들어온 학생들입니다. 그 학교 바로 옆에, 혹은 그 주변 어딘가에 살고 있다는 게 이유입니다. 남들처럼 정상적인 수업을 받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과학실도 쓰고, 음악실도 써야 하지 않겠습니까. 텅 빈 11개 교실을 보는 무서움은 덜어줘야 하지 않겠습니까.

세상을 향한 여러분의 서운함, 모두가 압니다. 돈에 눈먼 어른들이 뒤엎은 배였습니다. 선장은 저만 살겠다고 보트 타고 도망쳤습니다. 교육청은 ‘전원 구조’라는 발표로 아이들을 두 번 죽였습니다. 이걸 받아 쓴 언론사는 ‘대형 사고 날 뻔’이라는 제목으로 억장을 무너뜨렸습니다. 하나같이 여러분 가슴에 비수를 꽂은 사람들입니다. 그러나 지금의 아이들과 학부모들은 아닙니다. 여러분께 상처주지 않았습니다.

정치가 피를 먹고 자라는 콩나물이라 했던가요. 여러분의 아이들을 희생 삼은 정치가 있습니다. 노란 리본 달고 선거판을 누볐던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시장 됐고, 도의원 됐고, 시의원 됐습니다. 그 정치가 또 기웃거립니다. 기억 교실 논란에 은근히 올라타려 합니다. 4.13 총선에 4.16 세월호를 연결해 보려고 합니다. 참 나쁜 사람들입니다. ‘불쌍한 애들 좀 그만 내버려두라’고 해야 합니다.

2년 전 그때. 수원의 유신고 3학년 8반 교실에서 이런 싸움이 있었습니다. 종교반 반장에게 아이들이 따졌습니다. “하나님이 어른들의 잘못을 벌준 것이냐.” “그런데 왜 죄 없는 애들을 데려간 것이냐.” “네가 하나님을 믿으니 대답해 봐라.” 반장은 대답하지 못했고 애들도 울었다고 합니다.

세월호 부모님들.

기억 교실은 이제 사라질 겁니다. 아이들의 체취도 사라질 겁니다. 여러분의 시간은 2년 전에 멈췄지만, 세상의 시간은 그렇게 2년 후에 와 있습니다. 어차피 떠나 보내야 할 아이들이라면 여러분의 손으로 하셨으면 합니다. 여러분이 결정하고 여러분이 거두셨으면 합니다. 여러분 아들이 공부하고 여러분 딸이 재잘거리던 교실입니다. 그 불쌍한 것들을 어떻게 남의 손으로 거두겠습니까.

 

김종구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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