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터운 전력층 확보… 조범현 감독의 행복한 고민

오정복·하준호 활용, 팀 구상에 고심
백업 선수 부족, 젊은 선수 육성 온 힘

프로야구 kt wiz는 지난 1년 동안 남 부럽지 않은 구슬을 그러모았다. 이진영(36), 유한준(35), 김연훈(32), 오정복(30), 홍성용(30) 등 투타에 걸쳐 많은 이들이 kt 유니폼으로 갈아입었다.

올 시즌을 끝으로 계약이 만료되는 조범현(56) kt 감독으로선 더없이 좋은 기회다. 지난 시즌 최하위에 머물며 혹독한 1군 데뷔 신고식을 치른 조 감독이지만 올해는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다. 그는 2014년 부임 후 가장 탄탄한 전력을 구축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버나디노의 kt 캠프 분위기도 활력이 돌고 있다.

 

지난해 kt는 선수층이 엷었다. 선수 절반이 2년차 이내 신예들로 채워지면서 팀의 중심을 잡아줄 주력 선수가 부족했다. 특별지명을 통해 9개 구단으로부터 받은 이대형, 김상현이 없다면 제대로 된 라인업을 짜기도 어려운 수준이었다.

 

올해는 선수 운용의 폭이 넓어졌다. 외야진에 이진영, 유한준이 합류하면서 김상현을 1루수로 전향시킬 수 있게 됐다. 여기에 수비가 매끄러운 김연훈이 내야에 포진하면서 유연한 선수 기용이 가능해졌다. 남태혁 등 신인선수들의 성장이 따라준다면 kt의 라인업은 더욱 두터워진다.

 

기존 외야 자원인 오정복, 하준호의 활용이 올 시즌 선수 운용의 핵심이다. 조 감독은 “오정복과 하준호가 지금과 같은 모습을 유지해준다면 지명타자로 쓸 수 있는 선수가 많아진다. 컨디션에 따라 유한준, 김상현, 남태혁 등 여러 선수들이 지명타자로 나설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외야와 내야 모두 로테이션이 가능하다”고 전했다.

 

주전급 선수와 백업 선수들 간의 기량 차가 크다는 점은 고민거리다. 주전급 선수 몇 명이 자칫 부상으로 이탈하게 된다면 팀 전체가 흔들릴 수도 있다. 조 감독은 “NC와 연습경기를 치르면서 우리 백업선수들이 많이 부족하다는 걸 느꼈다. 백업선수들끼리 맞붙는데 게임이 않되더라. 어린 선수들의 성장이 중요한 이유다”라고 설명했다.

 

조 감독은 ‘올 시즌 kt의 전력이 가을 야구도 가능하다’는 일각의 평가에 깊은 한숨을 내뱉었다. 그는 “우린 아직 멀었다. 지금은 당장의 성적보다는 어린 선수들의 성장을 뒷받침 해줘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지금까지 조 감독은 육성에 일가견이 있는 지도자였다. 박경완(44·현 SK 와이번스 코치) 등 수많은 선수들이 어린 나이에 조 감독의 손을 거쳐 대형스타로 성장했다. 지난해에는 박경수(32), 김재윤(26), 조무근(25) 등이 전혀 다른 모습으로 거듭났다. 이번 시즌도 kt의 성적은 조 감독의 조련이 얼마 만큼 빛을 발하냐에 따라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샌버나디노=조성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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