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시론] 기후변화의 시대, 감염질환의 역습

올 겨울은 지구촌 온난화로 인해 그리 춥지 않을 겨울이 될 거라는 예측이 있었고 실제로도 이전보다 따뜻한 날씨가 이어졌다. 그러나 뒤통수를 맞은 것처럼 1월 중순부터 갑작스럽게 한파가 몰려왔다. 

잔뜩 추워진 날씨는 지구촌이 겪는 기후변화와 온난화가 거짓말인 것처럼 느끼게 했다. 하지만 기상학자들은 이 한파도 지구촌의 온난화로 인한 엘리뇨 현상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참으로 기후변화로 인해 어떤 문제가 야기될지 예측하기도 어려운 시대인 듯하다.

 

지카바이러스가 연일 언론의 건강 관련 이슈를 독점하고 있다. 지카바이러스는 1947년 아프리카 우간다의 지카숲에 사는 원숭이에서 처음 분리된 바이러스이다. 이전에는 사람에게 발열을 동반한 가벼운 열성 질환을 주로 유발한다고 알려져 있어서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 지카바이러스 감염증 발생이 증가하고 유행지역에서 소두증 발생이 함께 증가하면서 소두증과 지카바이러스 감염증과의 관련성이 제기되었다.

또한 길랑-바레 증후군과 같은 중증 신경학적 질환의 발생 증가도 지카바이러스 감염증과 관련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되면서 점차 심각한 문제로 인식되었다. 급기야 2016년 2월 5일 세계보건기구는 전 세계적인 비상사태를 선포하기에 이르렀다.

 

그동안 그리 주목을 받지 못할 수준이던 지카바이러스 감염증이 갑자기 확산된 것은 어떤 이유일까? 다양한 원인이 가능성으로 제기되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하게 거론되는 것은 기후변화이다. 기후변화로 인해 지카바이러스의 매개체 역할을 하는 이짚트숲모기의 증식이 훨씬 많아졌고 이로 인해 지카바이러스 감염증 발생이 증가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안전할까? 다행스럽게도 아직 우리나라에 지카바이러스 감염자는 발생하지 않았다. 가장 중요한 매개체인 이집트숲모기는 우리나라에 서식하지 않는다.

하지만 국내에 서식하는 흰줄숲모기도 지카바이러스의 매개체가 될 수 있음이 이미 알려져 있다. 제한적인 사례이지만 성관계, 수혈 등을 통해 사람 간에 전파가 가능하다는 점도 우리나라가 안전한 곳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뎅기열도 기후변화와 함께 국내 발생 위험이 증가하고 있는 감염질환이다. 뎅기바이러스는 지카바이러스와 함께 플라비바이러스에 속하는 것으로 역시 흰줄숲모기에 의해 매개될 수 있다. 뎅기열의 경우 소두증 등과의 관련성이 제기된 적은 없지만 지카바이러스 감염증에 비해 질환 자체의 중증도는 훨씬 높다.

뎅기열 역시 최근 동남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환자 발생 보고가 많이 늘어나서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 뎅기열도 아직 국내 발생이 없지만 일본에서는 환자 발생 보고가 이미 있으며, 우리나라도 머지않은 시기에 뎅기열이 발생할 것이라는 예측이 우세하다.

 

감염질환은 다른 어떤 질환보다도 기후변화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 실제로 대부분의 감염질환은 계절에 따라 발생양상이 달라진다. 같은 질환이라 하더라도 지역의 기후에 따라 발생 양상이 다르다. 매개체를 통해 전파되는 질환의 경우 기후변화로 인해 매개체의 서식환경이 달라지면 발생양상이나 규모도 달라지게 된다.

 

기후변화의 시대, 감염질환의 역습이 시작되었다. 우리는 그 동안 경험해 보지 못했던 새로운 양상의 감염질환을 맞닥뜨리게 될 것이다. 철저한 대비가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대이다.

 

최원석 고려대학교 감염내과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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