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면서] ‘전에 없던 식탐 경쟁’ 쿡방이 불편한 몇가지 이유

말 그대로 ‘쿡방 전성시대’다. TV 프로그램에는 요리프로그램(쿡방)이나 먹는 방송(먹방)이 넘쳐난다. 

지상파 3사는 물론 종편이나 케이블 채널까지 서로 경쟁하듯 요리 관련 프로그램을 내보내고 있다. 현재 약 10개 곳 이상의 채널에서 비슷한 양상의 먹방과 쿡방을 진행하고 있다.

 

물론 요리 프로그램의 가치와 효과를 부정하자는 것은 아니다. 아내와 어머니의 공간인 부엌에서 이들과 함께 밥상 차리는 남자들, 얼마나 흐뭇한 모습인가.

어디 그뿐인가, 며칠 전 설 연휴 동안에는 쿡방 때문에 차례 음식준비에 남자들이 동참해 설 풍속도까지 달라졌다는 기사가 심심찮게 보도되곤 했다. 이처럼 쿡방 열풍은 요리와 거리가 멀었던 남성을 주방으로 끌어들이고, 우리 사회를 긍정적으로 변화시킨 측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과도한 쿡방 열풍으로 인한 사회 문제도 심심찮게 야기된다. 요리 프로그램이 방송가를 점령한 현상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도 만만찮게 제기된다. 방송사들은 스타 세프들을 앞 다투어 양산하고 있고, 심지어 셰프와 아이돌의 합성어인 ‘셰프돌’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할 정도로 ‘셰프 풍년’이다.

 

쿡방 열풍을 ‘푸드 포르노(Food Porno)’ 관점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푸드 포르노’라는 용어는 미국의 여성학자 로잘린 카워드가 처음 사용했다고 하는데, 음식이나 먹는 영상, 먹방이나 쿡방을 보며 자신의 욕구를 채우는 일종의 대리만족을 뜻한다고 한다.

 

과도한 요리 프로그램이 국민 건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요리 프로그램이 식탐 문화를 조장하고 비만을 부추긴다는 것이다. 건강보험공단이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초고도비만 인구 비율이 특히 20~30대 사이에서 크게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이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증가하는 것은 말할 나위도 없다.

 

더 심각한 문제는 방송 프로그램의 획일성이다. 프로를 다양하게 제작하지 않고 오로지 시청률과 트렌드에 따라 유사한 프로그램만 만들고 있다는 점이다.

 

아무리 좋은 것이라 해도 획일적으로 주어지면 싫어지게 마련이다. 요즘 요리 방송이 그런 것 같다. 갈수록 재미없어지고, 심지어 약이 오르기도 한다. 왜 우리는 타인이 먹고 있는 모습, 그것도 과장되게 먹는 모습을, 멍하게 바라봐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프로그램 편성 관련 분들에게 묻고 싶다. ‘넘쳐나는 쿡방 때문에 누군가가 매번 먹고 있는 모습을 보는 당신 기분은 어떠십니까’라고.

 

언론학을 가르치는 필자 입장에서 시청률, 제작비 등 방송 속사정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시청률에 얽매여 비슷한 인기 프로만 고집하면, 시청자의 시청 선택권도 함께 사라진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TV를 보면서 하루 동안의 피로를 풀고 싶은 시청자들의 소박한 바람을 저버리지 않았으면 좋겠다.가족 간 소통에 도움이 되고, 현대 사회에 꼭 필요한 따스한 가족관을 심어 줄 수 있는 그런 프로그램이 그립다.

 

김정순 신구대 미디어콘텐츠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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