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구 칼럼] 도태호 2부시장의 ‘힘’과 ‘짐’

김종구 논설실장 kimjg@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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뚫리기 전에는 논이었다. 그것도 절대 농지였다. 하필 그 논 양쪽에 단지가 들어섰다. 한쪽은 영통, 다른 쪽은 신영통이라 불렸다. 출퇴근 때마다 지역 전체가 마비됐다. 누구 봐도 새 길이 필요했다. 하지만, 농림부가 반대했다. 정확히는 ‘농림부 6급’이 반대했다. ‘수원 최 계장’에게 ‘농림부 6급’은 넘기 어려운 벽이었다. 5년을 끈 뒤에 ‘농림부 6급’의 허락이 떨어졌다. 그제야 20만 신도시가 살아났다. 지금은 그 길을 ‘박지성로(路)’라 부른다.

수원 2부시장에 도태호씨가 취임했다. 살아온 이력을 보자. 국토부에서 주택정책관, 건설정책관, 도로정책관을 했다. 공공기관지방이전추진단 부단장도 했다. 지금 처한 수원시 현안을 보자. 신ㆍ구 도심 간 균형 있는 주택정책이 시급하다. 비행장 이전에 대비한 밑그림이 필요하다. 한계에 달한 교통망 확충이 필요하다. 흉물로 버려져 있는 공공기관 이전 부지 활용도 시급하다. 부시장 이력과 수원시 현안이 볼트와 너트처럼 맞아 들어간다.

안 그래도 수원 2부시장은 특별하다. 기초자치단체 중 수원시에만 있다. 229개 시ㆍ군ㆍ구의 관심과 평가를 한몸에 받고 있다. 5년 전인 2010년, 첫 번째 선택이 있었다. 다들 정치 주변의 정무(政務)형을 예상했다. 하지만, 시는 실무(實務)형을 택했다. 도시 재생 전문가를 앉혔다. 그를 통해 수원의 재생(再生) 지도가 그려졌다. 시민과 함께하는 참여행정도 만들어졌다. 첫 번째 2부시장 시대가 끝났고 시민들은 5년 전 선택에 후한 점수를 줬다.

이제 두 번째다. 이번에도 용도(用途)는 분명하다. 그의 이력과 시의 현안 사이에 훤히 드러난다. 그런데 그 이면에서 ‘특별한 용도’가 보인다. 그 ‘특별한 용도’의 일단이 26일 배포된 그의 취임사에 있다. “제가 중앙정부에서 축적한 국토교통행정 경험을 살려 수원미래 발전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경주할 것입니다.” 지방정부가 넘기 힘든 중앙정부의 벽, ‘최 계장’이 그토록 버거워했던 중앙부처 6급의 벽, 그 벽을 넘는 게 그의 ‘특별한 용도’다.

기대를 갖게 하는 일화(逸話)가 흘러나온다. 취임 상견례가 서울에서 있었던 모양이다. 그 자리에 국토부의 ‘별’(국장급)들이 대거 참석했다. ‘중앙 6급’도 버거워하는 수원 간부들에겐 ‘새로운 경험’이었다. 신분당선 개통식의 일화도 있다. 국토부가 시간상 이유로 수원시장과 용인시장의 인사말을 뺐다. 그러자 도 부시장이 “시민을 위한 행사에 시장 축사가 빠지면 안 된다”며 국토부를 압박(?)했다. 결국, 두 시장에게 마이크가 주어졌다.

4~5년쯤 전이었나. ‘김 과장’ 에겐 늘 동문 수첩이 있었다. 웬만한 학교의 동문수첩이 다 있었다. 승진해서 처음 한 일도 수첩 뒤져보기였다. “중앙 부처 공무원 좀 알아보려고. 비빌 언덕이라도 찾아보게.” 문화관광부와의 숱한 협의를 앞뒀던 그였다. 말이 좋아 협의지 사실상 허락을 받는 일이다. 그래서 한 게 학연(學緣) 뒤지기였다. 어디 수원 ‘김 과장’뿐이겠나. 성남 ‘김 과장’, 용인 ‘김 과장’들도 운명처럼 안고 있을 중앙의 벽이다.

도 부시장의 미담(美談)은 익히 들어 알고 있다. ‘리비아 탈출’에 띄울 비행기 삯을 두고 다들 눈치만 보고 있었다. 그때 개인 보증으로 국민부터 구해낸 게 국토부 ‘도 국장’이었다. 구설(口舌)도 알고 있다. 고교동창, 지인 등과의 술자리가 도마 위에 올랐다. 해명이 됐다지만 ‘엘리트 도 실장’ 에겐 주홍 글씨로 남았다. 앞의 미담은 그를 환영하는 사람들이 퍼 옮긴다. 뒤의 논란은 그를 반대하는 사람들이 퍼 나른다. 생각하면 둘 다 부질없다.

‘리비아 탈출’ 영웅담으로 선택된 게 아니다. ‘친구 술자리’ 과거로 취소될 것도 아니다. 그에겐 수원 2부시장에 선택된 아주 명확하면서 유일한 이유가 있다. 국토부의 연(緣)을 수원에 연결해야 할 책임이고, 국토부의 벽(壁)을 수원 공무원들에 낮춰줘야 할 책임이다. 도태호 부시장 한 사람만이 갖고 있는 ‘힘’이자 도태호 부시장 한 사람만이 지고 있는 ‘짐’이다. 힘으로 삼으면 성공한 부시장이고, 짐으로 남으면 실패한 부시장이다.

김종구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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