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문화수도에 시흥시… 자연 ‘들숨’ 문화 ‘날숨’ 소망
우리나라의 수도는 서울이다. 하지만 올해 우리나라 문화수도는 시흥시다. 희망도시들이 테마를 정해 유치를 신청하면 엄정한 심사를 통해 그 해의 문화수도를 선정하는 코리아문화수도조직위원회가 우리나라의 첫 문화수도로 시흥시를 선정했기 때문이다. 문화수도 선정사업은 문화도시를 성공적으로 치른 도시가 문화기반 창조도시로 자연스럽게 재탄생하게 되고 전국 각지에 개성있는 문화도시가 생겨남으로써 온 국민이 공평하게 문화를 누리게 된다는 취지로 이뤄진다. 이 사업은 앞으로 새로운 가치, 즉 정치나 경제의 수도와는 다른 ‘문화의 서울’이라는 개념을 영국의 리버풀이나 이태리의 피렌체, 프랑스의 아비뇽처럼 우리나라 곳곳에 퍼뜨리게 될 것이다. 꽃할배의 대명사이자, 코리아문화수도조직위원회의 이순재 선정위원에게 문화수도 사업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Q 코리아문화수도조직위원회에 대해 소개를 한다면.
A 해마다 서울(수도)을 옮겨서 서울이 된 도시를 일년 내내 문화로 흠뻑 적신다는 것이 문화수도의 취지이다. 그렇게 해서 지역문화를 진흥하고 공평한 삶의 질 향상을 이룬다는 뜻이다. 정치수도, 경제수도를 옮기긴 쉽지 않으니, 문화수도를 만들어 해마다 옮겨가며 지역발전의 중요한 계기로 삼는다는 목적을 갖고 있다.
이렇게 문화수도를 해마다 선정하고, 문화수도에서 펼칠 다양한 문화콘텐츠를 기획하고 유치하며, 그것이 궁극적으로 도시재생과 지역발전에 기여하도록 관리하는 주체가 코리아문화수도조직위원회이다.
문화수도 사업은 이미 유럽에서 30년 전인 1985년부터 시작해서 그 효과가 입증됐다. 2010년, 유럽문화수도 25주년을 기념하여 EU에서 발표한 것을 보면 1유로 당 8~10유로의 수익을 거두었다고 한다. 그만하면 대단히 남는 장사다. 제가 젊었을 때는 아니 최근까지도 ‘문화가 밥 먹여주냐?’는 소리를 듣곤 했는데 정말 문화가 밥만 먹여주는 게 아니라 부자로 만들어준다는 것을 유럽의 문화수도가 입증한 것이다. 유럽문화수도의 성공사례에 주목한 유네스코에서 아랍문화권에 권하여 아랍문화수도도 1996년부터 해오고 있고, 관광안내 중심으로 중남미에서 하고 있는 아메리카문화수도도 있다.
Q 코리아문화수도조직위원회가 올해 시흥시를 문화수도로 선정했다. 시흥시를 선정하게 된 배경은.
A 시흥시는 서울에 인접해 있으나 문화적으로는 낙후한 지역이다. ‘등잔 밑이 어둡다’는 말처럼, 서울에 잇대어 있어서 오히려 시흥의 문화적 자생력이 위축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렇게 낙후한 지역인 시흥에 문화수도를 유치함으로써 도시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도시재생의 기폭제로 삼고자 하는 시흥시민들과 시 집행부, 시 의회의 열정이 대단했다. 인근 5개 도시, 안양, 안산, 군포, 광명, 의왕 시장님도 시흥시의 문화수도 유치를 적극 지지하고 협력하겠다는 뜻을 서면으로 작성하여 코리아문화수도조직위원회에 전달해 왔다. 이런 열정이라면 지역의 문화자생력을 갖추는데 좋은 토양이 될 수 있겠다 싶어 시흥시를 최초의 코리아문화수도로 선정하게 됐다.
Q 코리아문화수도조직위원회와 시흥시가 올해 추진하는 사업과 기대효과는.
A 갯골생태공원과 연이어 서해바다를 바라보는 들판 2.31㎢에 ‘깔깔깔 페스티벌’이 펼쳐진다. 색깔 빛깔 때깔을 아우르며 천연염색, 디지털 프린트, 랜드아트, 빛, 기상천외한 설치물과 기구 등이 광활한 대지를 수놓게 될 것이다. 아이, 청소년들에게 교육적인 요소와 체험의 기회가 가득할 것이며 가족과 연인이 함께 찾아와 화려한 색과 빛의 향연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국내외적으로 명망 높은 인사들을 모셔와서 강연을 듣고
대화를 나누는 ‘품격의 대화’도 선보인다. 이와 함께 ‘모자이크 페스티벌’과 ‘전국대학생 졸업작품 전시회’ 등 많은 콘텐츠들이 준비되고 있다. 또한 시흥시가 기존에 추진해오던 갯골생태축제, 연성문화제, 물왕예술제 등 지역축제와 문화행사들도 문화수도 프로그램과 호흡을 맞추면서 진행될 것이다. 이런 품격 높고 다채로운 콘텐츠들을 통해서 “지역도 문화수도가 될 수 있구나!”라는 인식을 전 국민에게 심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나아가, 시흥시민이 지역에 대한 자긍심을 높이고, 문화적 자생력을 갖춰서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문화를 생산하고 소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이 프로젝트의 목적이다.
Q ‘2016코리아문화수도 시흥’의 주제어인 ‘숨’이 갖는 의미는.
A 자연도, 사람도, 우리네 이야기도, 살아있는 모든 것은 숨을 쉰다. 또한 숨쉬는 모든 것이 살아있는 문화이다. 작년 8월부터 두 달간 시민, 문화예술가, 공무원 등 시흥의 다양한 분야 사람들과 진행한 인터뷰를 통해 이러한 생각이 담긴 ‘숨’이라는 주제어를 찾게 됐다. 특히 시흥은 생태도시를 지향하고 있으므로, 자연으로 들숨을 들이쉬고 이를 문화로 승화시켜 날숨으로 내쉬자는 소망을 담았다.
지난 기자회견에서 김원 선정위원님도 문화수도를 통해 숨 좀 쉬며 살자고 말씀하셨듯이 누구나 다양하게 응용할 수 있고 공감할 수 있는 주제어라고 생각한다.
△‘시흥, 문화로 숨쉬다’ △‘시흥에서 숨ㆍ쉼’ △‘숨차게 즐겨봐요’ △‘자연의 들숨, 문화의 날숨’ 이 4가지 모두 주제어를 응용한 슬로건이다. 이것은 지역격차를 줄이고 문화적으로 소외되고 메마른 지역에 숨을 불어넣겠다는 우리의 취지하고도 아주 잘 어울리는 주제이다.
Q 코리아문화수도조직위원회 선정위원으로 참여하게 된 배경은.
A 멋진 건축물과 다양한 볼거리, 먹거리를 자랑하는 해외의 도시를 돌아볼 때마다 느끼는 것은 우리나라 도시도 그에 못지않게 다양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늘 무엇인가가 아쉽게 느껴진다.
아시다시피 우리나라는 정치, 경제, 문화 등 모든 것이 서울로 집중되어 있다. 이런 일극집중이 많은 사회적 폐해를 낳고 있고 이를 뜯어고쳐야 한다는 건 누구나 공감하지만, 어떻게 어디서부터 고쳐야 할지는 답을 못 내놓고 있다. 일극집중을 해소하고 균형발전을 이루기 위해 맨 먼저 문화부터 온 국민이 전국 어디서나 고루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저는 믿고 있다.
문화가 균형있게 발전하면 정치도 경제도 점차 균형있게 발전하게 될 것이다. 그것이 문화수도의 취지이고, 이 취지를 실현시키는데 동참하게 됐다.
Q 지자체에서 이뤄지는 행사가 지역성을 갖추기 위해서는 어떠한 점이 필요하다고 보는지.
A 시민이 주체가 되느냐, 관이 주체가 되느냐, 이 지점이 중요하다. 관이 주체가 되면 단기계획에 그치거나 서울에서 검증된 프로그램을 이식하는데 그칠 위험이 크다. 그래서 예산낭비가 되고, 일회성 인기행사에 머물게 된다. 이를 고치기 위해선 시민사회에 대한 관의 존중이 필요하다. 시민사회 내부에서 의견이 나와서 역량이 성숙하도록 관은 보조자의 역할을 충실히 하면 된다. 관이 예산을 흔들면서 앞서가면 ‘웃자란 벼’처럼 반짝효과는 있겠지만 결국은 지역사회의 삶 속에 뿌리를 내리지 못한다. 관과 시민사회가 존중하고 협력하는 거버넌스가 선행과제이다.
Q 올 한 해 ‘2016코리아문화수도 시흥’ 프로젝트가 원활히 진행되기 위해서 정부나 지자체 차원에서 지원이 필요한 사항이 있다면.
A 정부나 지자체가 앞서나가지 않길 간곡히 부탁드린다. 관의 역할은 시민사회가 자발적으로 문화콘텐츠를 생산하고 소비할 수 있도록 인프라를 조성해 주는 것으로 충분하다. 거창한 콘크리트 구조물이 아니더라도, 사람들이 모여서 문화활동을 할 수 있는 물리적 공간을 조성하고 그 위에 교통과 통신 인프라를 구축하고, 여러 가지 규제들을 푸는 행정행위는 관이 해야 할 일이다. 그밖에 문화콘텐츠를 기획하고 생산하고 소비하는 일체의 과정은 민이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일이다.
Q 2016년 개인적인 소망이 있다면.
A 꽃할배 같은 텔레비전 프로그램이나 재미있는 영화를 보시는 분들께서 스스로를 단순히 문화를 소비하는 사람으로 생각지 마시고, 이순재 같은 출연자, 나영석 연출 같은 사람들 못지 않게 본인이 문화를 만들어 가는 주체라는 인식을 가져주시는 첫 해로 삼아주시길 바라는 게 개인적 소망이다. 이 생각만 가져주시면 저희가 뜻하는 바는 반 이상 이뤄지는 것이다.
Q 시흥시민과 경기도민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A 많이 찾아오셔서 편하게 즐기시길 부탁드린다. 코리아문화수도는 ‘깔깔대기’(드레스코드의 우리말) 놀이를 할 참이다. 축제의 특정한 날짜나 요일에 특정한 색깔을 정해서 옷이나 구두, 장신구 등의 색깔을 맞추는 놀이이니, 가족이나 연인과 함께 색다른 참여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코리아문화수도의 목적은 민간의 창의성을 높이는데 있으므로, 직접 공연이나 전시를 하며 문화생산자로 참여하는 길도 열려 있다.
특히 시흥시민들께서는 수도시민의 자부심과 긍지를 스스로 만들어 가시기를 부탁드린다. 시흥의 잠재력을 유감없이 발휘하셔서 유럽의 성공사례처럼 시흥시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지역경제도 발전하기를 바란다.
정진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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