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시론] 나비효과로 본 한중관계의 실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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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효과(butterfly effect)’란 지구상 어디에선가 일어난 조그만 사건으로 인해 예측할 수 없는 커다란 폭풍이 초래된다는 것인데, 최근에는 SNS를 바탕으로 지구촌 한 구석에서 발생한 미세한 변화가 순식간에 전세계적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것으로 실제로 그 사건이 한국에서 발생했다.

 

얼마전 한국의 한 TV 프로그램에서 각국의 연예인들이 자국의 국기를 흔드는 장면이 연출되었다. 그중 한국의 연예기획사에 속해있는 타이완 출신의 저쯔위(周子瑜)라는 16살 나이의 어린 연예인이 한국의 태극기와 타이완의 국기인 청천백일기(靑天白日旗)를 귀여운 모습으로 흔들었다. 그러나 단순한 오락프로그램의 한 장면이 중국과 타이완, 그리고 한국을 강타하고 있다.

 

정치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는 이 어린 소녀는 갑자기 ‘타이완 독립분자’로 낙인찍혔고 이에 놀란 한국 연예기획사는 이 소녀를 마치 IS의 포로가 끌려나오듯이 초췌한 표정으로 사과를 시켰다. 이 사건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고 ‘쯔위 사건’이라는 명칭이 붙어 거센 태풍으로 변화되어 타이완의 총통선거판을 뒤흔들었다. 한국 연예기획사의 신중하지 못한 태도와 중국의 압박에 분노한 타이완의 134만명의 젊은층들이 투표장에 몰려가 민진당의 총통 후보에게 몰표를 던졌다.

 

기존의 국민당 정권에서 8년만에 정권 교체에 성공한 차이잉원(蔡英文) 민진당 출신의 당선인은 “한 국가의 국민이 국기를 흔드는 것은 모두가 존중해야 할 정당한 권리이다, 누구도 국민이 자신의 국기를 흔드는 것을 억압할 수 없다”라고 분노를 터트렸고, 중국의 타이완에 대한 압박은 양안관계(중국과 대만)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긴장국면에 접어들었다.

 

반면 중국공산당과 중국 정부는 ‘중국은 하나다’라고 연일 거센 압력을 쏟아내고, 중국 방송사는 ‘쯔위’가 나온 장면을 광고로 대체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최근 발생한 ‘쯔위 사건’ 뿐만 아니라 북한의 수소폭탄 실험 후 미묘한 변화가 일고 있는 한중관계에 대해 정확하게 직시할 필요가 있다.

 

최근 몇 년간 한국과 중국의 관계는 역사적으로 최고의 친밀감을 자랑하고 있고, 일부 언론들은 마치 중국이 북한을 버리고 한국 편에 설 것처럼 보도해왔다. 실제로 한국과 중국은 수년간 미뤄오던 ‘한중 FTA’를 체결하였고 북한에 대해 공동보조를 맞추고 있는 것처럼 믿어왔고 중국이 북한 핵문제와 남북한 통일에 있어서 역할을 해줄 수 있다는 장밋빛 기대를 해왔다.

 

그러나 ‘쯔위사건’에서 보듯이 중국의 여론은 자신들의 입맛에 맞지 않으면 한국의 ‘한류’와 ‘한국 제품’들을 언제든지 거부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고, 북한의 핵개발 문제에 대해서도 한반도와 동북아 안정의 불안정 요소임을 인정하면서도 북한에 대한 실제적 제재에는 반대하고 있다.

 

한국과 중국의 관계는 우리가 피상적으로 생각하는 것처럼 만만하거나 호의적이지 않을 수 있다. 중국은 강대국으로서 자신의 이익에 따라 한반도 정책을 얼마든지 조절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한중관계에서 보다 정확한 정책을 선택하고 결정하기 위해서는 냉정한 이성을 가지고 우리의 관점이 아닌 중국의 관점에서 한반도의 역학구조를 분석해야 할 필요가 있다.

 

박기철 한중교육문화연구소장·평택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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