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면서] 타문화를 배운다는 것

오늘날 인터넷을 비롯한 각종 미디어의 발달은 타문화를 접할 가능성을 활짝 열어 놓았다. 기업에서는 화상회의를 통해 국제적 업무를 처리하는 것이 일상화되고 있다.

대학에서도 외국 석학을 사이버수업을 통해 쉽게 만나는 시대이다. 즉 급속한 글로벌화에 따른 문화 접촉으로 인해 타문화를 배울 기회가 많아졌다.

 

하지만 그 내면을 보면 아쉬운 점이 있다. 실제로 기업에서는 정기적으로 사원들에게 해외연수를 통해 타문화 탐방의 기회를 부여하고 있지만 대개는 몇몇 문화경관을 방문하고 배우는 것으로 그치고 있다. 현지 사람들의 삶의 방식을 체험하고 배울 수 있는 기회는 드물다.

 

그러면 이 문제를 해결할 단초를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우선 타문화를 배우는 목적이 단순히 실용적 차원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타문화를 배우는 본질적인 목적은 타문화와 고유문화의 비교 분석을 통해서 우리의 문화적 정체성을 확립하는 것이다. 즉 타문화 학습은 우리를 잘 알기 위해서 하는 것이다.

이 점에서 실용적 도구만을 전수하는 영어교육, 단편적 문화지식만을 가르치는 문화교육은 제고될 필요가 있다. 외국어 교육현장과 일부 미디어에 소개되는 타문화 관련 프로그램에 그치지 말고 현장 체험을 통해서 타문화의 숨결을 온전히 느낄 수 방법도 강구되어야 한다.

 

둘째, 타문화에 대한 성급한 일반화도 지양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은 일부 미디어에 나타난 정보에만 의존하여 타문화 전체를 이해하고 판단하려는 경향이 있다. 타문화에 대한 편견, 왜곡된 이해를 야기하는 위험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한 사회의 문화는 다른 문화와의 만남과 교류를 통해 지속적으로 변화한다. 또한 한 문화권 내에서도 계층적, 지역적 분포에 따라 다양한 문화가 공존한다. 하나의 고정된 문화해석의 틀을 갖지 말아야 하는 이유이다. 따라서 타문화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에 대한 다양한 해석을 열어놓고 비판적으로 논의하는 과정이 요구된다.

 

아울러 타문화에 대한 성급한 가치판단도 문제다. 우리는 종종 문화적 우월성에 사로잡혀 타문화를 저급한 것으로 평가절하 하곤 한다. 실제로 우리보다 못사는 나라의 문화에 대해서는 관심도 없고 무시한다. 문화에 있어서 우열은 없다. 다만 배경이나 존재 방식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타문화를 배우는 궁극적 목적은 우리를 알기 위한 것이다.

우리를 알기 위해서는 우리문화와 타문화의 문화적 차이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것, 서로 다른 문화를 배우려는 개방적 자세가 요구된다. 또한, 타문화와 고유문화 어디에도 경도되지 않고 두문화의 장단점 및 특수성을 객관적으로 비교 분석하는 것이 우리를 아는 길이다. 

즉 타문화에 대한 현장 체험, 비판적 논의를 통한 편견극복 나아가 고유문화와 타문화의 객관적 비교분석을 통해 타문화에 대한 온전한 이해가 이루어지고, 이를 통해 우리를 제대로 알 수 있게 될 것이다. 

이것이 바로 우리의 장점을 극대화시키고 단점을 극복해나가는 국가경쟁력의 토대가 아닌가? 타문화를 배우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조용길 숙명여자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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