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사태’ 보건당국 무능이 부른 人災

감사원, 질병관리본부장 해임통보 등 16명 징계 요구
WHO 경고 무시, 허술한 매뉴얼… 초기 대응 실패

보건당국의 오판이 메르스 확산을 불러왔다는 본보 지적(2015년 5월28일자 1면 등)이 사실로 드러났다.

보건당국이 ‘1번 환자’ 입원병원의 일반환자 40여명을 강제퇴원 조치해 이들 중 일부가 전국의 다른 병원으로 전원 조치하는 등 안이한 대응과 무능이 빚어낸 인재였던 것이다.

 

감사원은 14일 ‘메르스 예방 및 대응실태’ 감사결과를 발표하고 보건복지부 2명, 질병관리본부 12명, 보건소 2명 등 모두 16명에 대해 징계를 요구했다. 양병국 전 질병관리본부장에 대해 해임을 통보한 것을 비롯해 중징계 대상은 복지부 1명, 질본 8명 등 9명이다.

 

감사원은 보건당국의 초동대응 및 확산방지 실패의 원인과 책임을 규명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밝혔다. 앞서 감사원은 지난해 9월부터 10월까지 약 2개월간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 등 18개 기관을 대상으로 감사를 진행한 바 있다. 

이번 감사를 통해 감사원은 모두 39건의 지적사항을 밝혀냈고 징계 8건(16명), 주의 13건, 통보 18건을 각 기관에 요구했다.

 

감사결과 질병관리본부는 지난 2013년 7월부터 2015년 2월까지 세계보건기구(WHO)로부터 8차례, 국내 전문가로부터 2차례에 걸쳐 메르스 연구·감염 방지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듣고도 대책을 마련하지 않았다. 

특히 2014년 7월 메르스 지침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관리 대상을 환자와 2m 이내의 거리에서 1시간 이상 접촉한 사람으로 지나치게 좁게 설정해 상당수가 메르스 관리 대상에서 벗어나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 같은 허술한 ‘매뉴얼’로 인해 평택 성모병원 엘리베이터에서 1번 환자와 접촉한 환자 등 48명이 관리대상에서 누락됐다.

 

또 지난해 5월20일 평택 성모병원에 대한 최초 역학조사를 하면서 의료진 및 동일 병실 출입자 등 20명만 밀접접촉자로 파악하고 일상적 접촉자는 파악하지 않았다. 다음날에는 CCTV를 통해 1번 환자가 채혈실과 간호사 스테이션 등에서 다수와 접촉한 사실을 확인하고도 조사를 종료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5월21일 이전부터 메르스 감염증상을 보인 14번 환자 등 10명과 5월22일 이후에 증상을 보인 16번 환자 등 6명이 격리되지 않고 강제퇴원 등의 조치를 당하면서 메르스가 전국으로 확산하는 원인을 제공했다.

 

더불어 질병관리본부는 지난해 5월28일 초기 방역망이 뚫렸다는 사실을 알았는데도 열흘이 지난 6월7일이 돼서야 병원명을 공개하는 등 적극적인 방역조치를 취하지 않은 사실도 사태를 더욱 키웠다는 지적을 샀다.

 

한편 삼성서울병원은 지난해 5월31일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로부터 14번 환자와 접촉한 사람의 명단을 제출하라는 통보를 받고 이틀이 지난 6월2일이 돼서야 명단을 제출했다. 

또 대책본부는 삼성서울병원으로부터 명단을 받은 뒤 닷새가 지난 6월7일에야 보건소에 명단을 통보했다. 이 과정에서 후속조치는 일주일 지연됐고, 결과적으로 4차 감염이 발생했다.

감사원은 복지부를 상대로 삼성서울병원에 대해 과징금 등의 제재 조치를 취하라고 통보했다.

안영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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