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맞댄 이웃사촌… 36년 반목 해법 찾기
취수시설 상류지역인 용인과 안성지역이 상수원보호구역으로 묶여 각종 규제를 받는 반면 평택시는 시민 7만5천명의 급수원이라며 수질보존을 주장, 맞서고 있는 것이다.
급기야 지난 8월에는 정찬민 용인시장을 비롯한 지역 정치인들과 보호구역 지정으로 수십년간 고통받아온 처인구 이동ㆍ남사면 주민 500여명이 평택시청 앞을 찾아 송탄상수원보호구역 해제를 위해 송탄취수장 폐쇄를 요구하는 집회를 열기도 했다.
다행히 경기도를 비롯한 용인ㆍ평택ㆍ안성시는 내년초 송탄상수원보호구역 해제를 위해 ‘진위안성천 및 평택호 수계 수질개선과 상하류 상생협력 방안’에 대한 연구용역을 진행키로 하고 지난해 12월 9일 연구용역 진행에 노력한다는 내용의 상생협력 협약(MOU)까지 체결했다.
용역 결과가 어떻게 나올 지,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주민들 모두를 위한 ‘갈등’을 해소해야 한다는 대의는 분명하다. 미로처럼 얽히고 설킨 갈등해소를 위한 실마리를 찾아보자.
■ 용인·안성시, 개발 족쇄 ‘눈엣가시’
‘송탄상수원 보호구역’은 지난 1979년 지정됐다. 평택시의 급수 수요량 증가에 따라 진위천 지하수를 취수해 상수원으로 사용하기 위해 용인시 남사면과 평택시 진위면 경계지점에 송탄정수장이 설치됐다.
이로 인해 평택시와 용인시, 안성시 등 3.859㎢의 면적이 ‘보호구역’으로 지정됐고, 보호구역 경계로부터 상류 10㎞까지의 지역이 관련법에 따라 상수원보호를 위한 ‘규제지역’이 됐다. 규제 면적만 용인시 처인구 남사·이동면과 안성시 원곡면까지 총 110㎢에 이른다.
이는 용인시 전체면적(591.32㎢)의 약 10%이며, 여의도 면적의 22배에 달하는 규모다. 또 안성시 공도읍 중복리·건천리와 미양면 신계리 시경계인 평택시 유천동 안성천에도 1979년 유천정수장이 설치돼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 89.07㎢ 면적이 규제를 받고 있다.
수도법상 취수지점으로부터 7㎞ 이내는 폐수방류 여부에 관계없이 공장설립이 불가능하고, 상수원 보호구역 경계로부터 7∼10㎞ 구역은 폐수를 방류하지 않는 시설에 한해 평택시의 승인을 받아야 해 지자체간 갈등의 요인이 됐다.
이같은 규제로 제조시설의 신·증설이 제한됨에 따라 토지가치가 하락하고 지역 기업이 용인을 떠나는 결정적 요인이 되어 왔다.
용인시 관계자는 “광역상수도가 평택시에 충분히 공급되고 있어 송탄취수장을 폐쇄해도 수돗물 공급에 차질이 없는 만큼 취수장을 폐쇄하고 보호구역을 해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 평택시 “진위천 수질위해 보호구역 존치 필요”용인시와 평택시는 지난 2004년부터 상부기관 건의 및 송탄상수원 보호구역 철폐 대책위원회 구성 활동 등 수십회에 걸쳐 타협점을 찾고자 노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실질적인 공장증설, 산업단지 입지까지 연결될 수 없는 ‘무늬만 완화’에 그쳤다. 2020용인도시기본계획에 수립된 남사복합 신도시, 북리공업단지 지정 등의 개발계획 역시 송탄상수원 보호구역 규제로 지지부진한 상태다.
용인시는 지난 2004년 남사면 일대에 330만㎡ 규모의 산업단지 조성을 추진했다. 그러나 이 계획은 송탄상수원 보호구역에 발목을 잡혔다.
안성시도 공도읍과 미양면 일대 기업들의 공장증설이나 신규 투자 등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고 하천 주변 이용도 금지돼 있다.
반면 평택시는 수질보전을 주된 이유로 보호구역 존치를 주장하지만 보호구역을 벗어나자마자 대형 캠핑장, 물놀이장 등 사계절 시민 유원지를 조성해 행락지로 활용하고 있어 용인시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현재 평택시는 진위천의 수질 유지 및 평택시민 상수도 공급과 진위천 수질 악화를 이유로 해제에 반대하고 보호구역을 존치한다는 입장이다.
용인시는 급기야 지난해 8월31일 정찬민 용인시장을 비롯해 시민 등 500여명이 평택시청을 항의 방문, 원정시위를 벌였다.
이에 맞서 평택시의회는 지난해 9월 경기도와 3개 지자체가 공동으로 착수하는 수질개선 및 상생협력 연구용역에 앞서 연구용역비 1억2천만원을 전액 삭감했다가 경기도와 용인, 안성시의 반발이 이어지자 뒤늦게 한달 뒤인 10월 임시회에서 시가 제출한 연구용역 예산안을 의결하기도 하는 등 마찰은 이어졌다.
■ 道·용인ㆍ평택ㆍ안성시 ‘상수원 보호구역 갈등 해결 협약’
이런 가운데 송탄상수원 보호구역을 둘러싼 36년간의 갈등해결의 실마리를 찾게 됐다. 경기도와 용인ㆍ평택ㆍ안성시 등이 지난해 12월 9일 송탄ㆍ유천 상수원 보호구역 갈등 해결을 위한 공동연구 용역 진행에 노력한다는 내용의 상생협력 협약을 체결한 것이다.
이에 따라 용인시는 경기도, 평택·안성시와 ‘진위·안성천 및 평택호 수계 수질개선과 상·하류 상생협력 방안’에 대한 연구용역을 추진, 합리적 대안을 도출할 방침이다.
연구용역은 경기도가 주관하고 3개 시는 객관적이고 공정한 연구가 진행되도록 협조하기로 했다. 용역비는 경기도가 2억4천만원, 3개 시가 각각 1억2천만원씩 부담한다.
송탄상수원보호구역을 둘러싼 지자체 간 갈등 해결과 관련, 전형준 단국대 교수(분쟁해결연구센터)는 “각 지자체마다 하나의 쟁점만 가지고 논의해 해결하기보다, 세 곳의 지자체 모두에게 만족할만한 결과를 얻을 수 있는지 넓은 시각에서 접근해야 한다”라며 “상수원보호구역 외에 송전선로 문제 등이 얽혀 있는 만큼 복합적인 문제를 테이블 위에 꺼내놓고 서로 충분한 대화를 통해 합리적인 결과를 도출해 내야 한다”고 조언했다.
용인=강한수ㆍ권혁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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