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원숭이의 해, 병신년(丙申年)이다. 병신년의 역사에는 유독 도전과 승리의 기록이 많다. 156년 병신년에는 지금의 중앙 고속도로 자리인 죽령 고갯길이 뚫렸다. 396년 병신년에는 광개토대왕이 백제를 공격해 대승을 거뒀다. 939년 병신년에는 고려가 후삼국을 통일했다. 1236년 병신년에는 팔만대장경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영원한 수원의 대왕, 정조대왕이 즉위한 것도 1776년 병신년이다.
한민족의 역사뿐만 아니다. 1776년 병신년에는 미국이 독립했다. 영국과의 독립전쟁을 통해 쟁취한 승리였다. 20세기와 21세기를 장악한 초강대국 미국이 탄생한 것도 그렇게 병신년이었다. 한 마디로 병신년이 인류에 남긴 발자취는 도전과 승리다. 자연에 대한 도전이었고, 국토 확장을 향한 승리였고, 권력 지형에의 재편이었다. 60년마다 재현되는 이 위대한 역사가 다시 우리 앞에 다가왔다.
경기도와 인천이 이어가야 한다.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로 뻗어가는 경기도가 돼야 한다. 대한민국이 아닌 세계를 공격하는 인천이 돼야 한다. 대한민국보다 훨씬 큰 세계를 품는 경기ㆍ인천이 돼야 한다. 전쟁을 통한 국토 확장의 시대는 아니다. 자연 파괴의 토목으로 승부를 걸 시대도 아니다. 오로지 경제를 통해서 이뤄야 한다. 도전도 경제를 통해서 해야 하고, 승리도 경제를 통해서 해야 한다.
경기도는 이미 대한민국 경제의 중심이다. 2014년부터 2년 연속 국내 수출 1위다. 수출 품목 1위 반도체 분야에서 44.1%를 경기도가 담당하고 있다. 세계 1위의 시장 점유율을 보이고 있는 메모리 부문은 전체 수출의 53.9%가 경기도의 것이다. 수원에서 이천, 다시 평택으로 이어지는 벨트는 세계 최고의 반도체 실크로드다. 그 중심에 삼성과 SK 하이닉스로 대표되는 장한 경기도 기업들이 있다.
인천광역시는 미래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빚더미 도시라던 오명에서 벗어나고 있다. 10년 동안 늘기만 하던 채무가 감소하기 시작했다. 2015년 채무 비율은 2014년보다 4.3%p 낮아졌다. 해당 기본 계획비 확보로 인천발 KTX 시대도 눈앞으로 왔다. 여기에 최고의 국제도시, 송도 신도시가 있다. 그 속에 세계적 기관들이 몰려와 자리를 틀었다. 고난의 시대를 넘어 희망의 시대가 보인다.
장벽은 있다. 당장 경기도와 인천을 위협하는 G2의 나라, 중국이 있다. 세계 경제의 중심이던 미국을 위협하는 초강대국이다. 중국의 경제는 주변국의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다. 우리 경기도와 인천이 그 직접적이고 치명적인 사정권에 들어 있다. 반도체 시장만 해도 지난 2014년 ‘국가 직접회로산업 발전 추진강령’을 발표했다. 관련 기업에 중국 정부의 막강한 관여가 시작됐다.
국내 사정도 좋지 않다. 2015년 1년간 1억 달러 이상의 수출 실적을 올린 기업은 59개뿐이다. 2014년 95개에서 40%나 줄었다. 경기도의 수출도 그 타격에서 비켜가지 못했다. 2015년 4월 도내 수출이 11개월 만에 감소했다. 이후 7월부터 연달아 뒷걸음쳤다. 감소폭도 늘어 7월에 -4.5%이던 것이 10월에는 -17.4%까지 떨어졌다. 국내 경제 비중은 커졌지만, 규모는 쪼그라드는 비관적 추이다.
퇴보냐 전진이냐. 이 중대한 갈림길에서 병신년을 맞았다. 경제가 행정의 제1 목표가 돼야 한다. 그 중에도 수출 지원이 첫 머리에 올라야 한다.
남경필 경기지사는 경제패러다임의 획기적 전환을 예고해 놓고 있다. 경제 민주화를 기본 틀로 하는 화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따복 마을을 통해 공동체 중심의 경제이념의 일단을 내보인 바 있다. 여기에 세계를 향한 경제 도전, 즉 수출 주도형 행정의 의지도 포함될 것이라 기대한다. 그것이 병신년의 위대한 역사를 2016년 경기도에 되살리는 길이다.
유정복 인천시장은 국제도시 인천을 향한 의욕을 폈다. 송도 컨벤시아 2단계 사업을 비롯해 세계적 수준의 MICE 인프라를 구축하겠다고 한다. 경제자유구역에 더 많은 글로벌 기업과 자본을 끌고 오겠다고도 한다. 옳은 방향이다. 내수에서 흐트러진 인천 경제를 세계시장에서 복구해 내는 최상의 모습을 기대한다. 이 역시 병신년에 만들어야 할 인천의 역사다.
1천300만 경기도민과 300만 인천시민의 행복을 위해 도전과 승리의 병신년을 만들어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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